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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백세

아들의 기흉치료를 보면서

희망연속 2010. 4. 5. 20:39

고3인 아들이 폐에 바람이 차는 기흉이란 병으로 수술차 입원했다가 6일만인 오늘 퇴원했다.


얘 엄마가 오전에 퇴원시켜서 집에 데려갔다고 하니 한편으론 안심이 되면서도 다시 재발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된다.


 



2년전인 고1때 기흉을 처음 앓아서 그 당시에 아주대 병원 응급실로 갔더니 산소호흡만 시키고 괜찮다고 하기에 나왔다가 2년이 지난 얼마전, '갑자기 폐가 덜렁거린다(?)'는 아들의 황당한 말에 부랴부랴 아주대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막방같은 응급실에서 아들을 진찰하던 의사가 '수술을 하던지 관을 꼽아 바람을 빼던지 선택하라'고 하기에 수술에 대한 무섬증이 있는 나는 당연히 그냥 관꼽고 바람빼면 괜찮으려니 하고 수술을 시키지 않았다.

 

아주대병원에서 4일을 입원해 있다가 괜찮다고 퇴원을 했는데 이거야 원.


퇴원한지 이틀만에 '다시 폐가 덜렁거린다'고 하질 않는가. 기가 찼다.


도대체 어떻게 된 병이기에 그렇게 빨리 재발을 하는지.

 

다시 아주대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담당의사가 연수 중이라 수술도 못하고 며칠 후에 돌아오면 그때서야 수술이 가능하다고 하니 그저 멍한 기분이 들뿐이었다. 


기흉수술하는데도 꼭 담당 의사가 있어야 하나. 명색이 대학병원인데. 환자가 많으니 떠넘기려 하는것도 같고.

 

아뭏튼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하니 다른 수가 없었다. 정말 대학병원 응급실은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는 곳이구나. 그러나 아쉬운 사람이 우물파야지 할 수 없잖은가.

 

협력병원인 오산 한국병원에 가면 바로 수술할 수 있으나 성빈센트병원은 당장 수술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응급실에서 하룻밤을 지샌 다음날 보따리를 싸들고 비를 맞으며 오산으로 차를 몰았다. 참담함 그 자체였다. 아들과 마누라에게 왜 그리 미안하던지.

 

첫날 간단한 X-ray를 찍고 검사하더니 다음날 수술을 하자고 했다. 아침 10시경, 하얀 침대에 누운 채 수술실로 향하는 아들을 보면서 이상스레 눈물이 쏟아졌다. 아마 간만에 이런 기분 처음이지 싶었다.

 

처음에 아주대병원에서 수술을 시켰어야만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아들놈을 고생시킨다는 자책감. 큰 병원에서 수술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서글픔. 아픈 기색 하나없이 오히려 걱정하지 말라고 날 위로하는 대견함 등, 까닭모를 눈물이 계속 나왔다. 주책없이.

 

어느 부모인들 자식에 대한 맘이 나만 못할까 하면서도 아들에 대한 미안함이 왜 그리 절실하던지.

 

고3 올라와 얼마되지 않았고 대학입시를 향해 이제 신발끈을 동여맬 중요한 시기에 이대로 주저앉고 마는가 하는 우려감이 온몸을 가위 눌렀다.

 

다행히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오늘 퇴원하게 되어 말할수 없이 기쁘다. 아프다는 말도 거의 하지 않고 묵묵히 병원생활을 견뎌준 아들이 너무 고맙다.

 

앞으로 1년안에 재발하지 않으면 거의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되새기며 다시는 재발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수밖에는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제발 아프지 말고 무사히 이 고비를 넘겨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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