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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의 실험 (경향신문)

희망연속 2010. 2. 6. 14:48




[김민아칼럼]김상곤의 실험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았다. 수원지검은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를 미뤘다는 이유로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된 김 교육감에게 14일 오후 2시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이와 별도로, 지난해 8월 말부터 오는 4월 말까지 4개 기관에서 5차례 감사·조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거나, 받을 예정이다.
김 교육감과 경기도 교육청 직원들에겐 참으로 미안한 얘기지만, 이런 뉴스들이 불쾌하지만은 않다. 역설적으로 ‘김상곤의 힘’을 웅변하기 때문이다.

요즘 경제지에선 이런 부동산 기사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경기 양평군 용문면 전원주택지
, 매매가 1억2000만원, 경기도 교육청이 ‘혁신학교’로 지정한 조현초등학교 가까움…”(서울경제 1월11일). 혁신학교는 경기도 교육청이 공교육 활성화의 모델로 추진 중인 사업이다.
 
한 학년을 6학급 이하, 학급당 학생수를 25명 이내로 줄이고 교장에게 폭넓은 자율권을 부여해 자연학습과 체험교육 등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경기도 교육청은 지난해 8월 13개 초·중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했는데, 이후 곳곳에서 유치 경쟁이 벌어질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언론을 통해 유명해진 성남 보평초등학교와 양평 조현초등학교 등은 입학 대기자가 줄을 서고 인근 지역의 전셋값이 치솟았다. 경기도내 혁신학교는 올해 안에 50개교, 내년까지 100개교 이상으로 늘어난다.

전면 무상급식 ‘보편적 복지’ 실천

경기도 교육청은 지난해 초등학교 무상급식의 1단계로 5~6학년 전원에 대해 무상 급식을 실시키로 하고, 예산안을 경기도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중심의 도의회는 이 예산을 삭감하고 월소득 200만원 이하 가정 초·중·고생에게 무상급식을 하자는 수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도 교육청은 일부 계층에만 무상급식을 하는 것은 ‘보편적 교육복지’ 원칙에 어긋나고 저소득층의 박탈감을 부추긴다며 재의를 요구했다.

‘진보 교육감’이 완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이 지난해 말 경기도내 215개교 학부모·교직원·학생 439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 이상이 초등학교 전체 무상급식에 찬성했다.

또 학부모의 54.4%와 교직원의 67%가 ‘부모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급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답했다.
 
경기도내 기초단체인 성남시는 초등 3~6학년에게 제공해오던 무상급식을 올해부터 초등 전 학년으로 확대하고, 중학생도 3학년부터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키로 했다. 과천시는 이미 2001년부터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학교 무료급식 정책은 포퓔리슴”(연합뉴스 2009년 12월2일) “(경기)도교육청의 안은 무조건 배급하자는 북한식 사회주의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동아일보 1월11일)고 했다.

김 지사 논리대로라면 한나라당 소속인 여인국 과천시장과 이대엽 성남시장도 ‘좌파 포퓔리스트’가 된다.

그러나 무상급식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보수를 넘어선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전지역 교육·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친환경 무상급식 대전운동본부’는 지방선거에서 교육감과 자치단체장 후보들이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도록 요구키로 했다.

 ‘2010 시민매니페스토 만들기 전남본부’도 ‘전남도지사 선거 10대 정책아젠다’의 두번째로 무상교육·무료급식을 제안했다.

한국 교육의 패러다임 흔들어

적잖은 이들이 민선 교육감의 한계를 말한다. 교과부의 위임사안이 많아 독립성이 약하고, 지방의회가 발목을 잡을 경우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김 교육감의 성취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이다. 그는 한국 교육의 패러다임을 흔들었다.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전파했다.
 
‘대입 특구’ 서울 대치동 아이들이 전학오는 학교를 만들었고, 무상급식이 ‘시혜’가 아니라 보편적 ‘복지’임을 알렸다. ‘교육’과 ‘입시’가 동의어인 이 나라에서 혁신학교, 학생인권 같은 ‘낯선’ 개념을 국민적 의제로 격상시켰다.

한 사람의 ‘실천가’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그는 보여주고 있다.
 
김 교육감의 아홉 달은 시민들에게 참여의 가치를 일깨웠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나와 내 가족의 삶은 술자리의 불평 불만이 아닌 ‘한 표’를 통해 달라진다.

<김민아|특집기획부장>


입력 : 2010-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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