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진도 동동주 본문
우리 민족의 토속주(土俗酒)를 꼽는다면 단연 막걸리(탁주)다. 이는 예로부터 벼농사를 주로 했기 때문에 쌀과 곡자(누룩)를 원료로 하는 술이 발달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
문헌상 삼한시대 이전 술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 것으로 미루어 민족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청주나 약주 등이 제조법상 탁주에서 비롯되고, 증류주가 고려시대 무렵 전래됐을 것이라는 주장에 비춰 탁주가 최고(最古)의 술이라는데는 이견이 있을까.
소주, 맥주, 양주 등에 밀려 비록 인기가 시들하고, 술도가들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지만 탁주는 오랫동안 대중주이자 서민의 애환이 깃든 ‘국민의 술’로 사랑을 받아왔다.
뿐만 아니라 가용주로서 각 지방, 각 가문에 전해오는 비법에 따라 저마다 독특한 맛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같은 막걸리보다 한 수 위인 고급술이 바로 동동주. 아마도 막걸리와 ‘사촌지간’은 될 성 싶다.
동동주란 청주(淸酒)를 떠내지 않아 밥알이 그대로 ‘동동’ 떠 있는 술. 술 위에 밥풀이 동동 뜬 것이 마치 개미가 동동 떠 있는 듯하여 동동주, 또는 부의주(浮蟻酒)라고도 한다. 전해 내려온, 붉은 빛깔의 찹쌀 약주 ‘동방주’가 아닐까하는 마음이 앞섰다.
정분옥씨(53·여)가 내놓은 동동주와 농주(막걸리)는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다. 투박한 도자기 잔에 채워진 술은 노르스름한 빛깔에 구기자가 띄워져 있다. 흔히 보던 색·맛과는 다르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얘기로만 듣던 동방주는 아니었다.
흔하디 흔한 것이 동동주지만 이번 진도 동동주는 색다른 맛이다. 밥 알이 동동 뜬, 달콤한 맛의 일반 동동주와는 달리 밥알은 삭아 부스러졌다. 붉은 빛깔의 구기자도 동동 떠 있다. 첫 맛은 새콤하면서 강한데, 중간 맛은 쌉쌀함이 돌고, 목넘김 후 개운함이 보기와는 다르다. 마치 약술처럼 느껴진다. 구기자를 띄웠지예전에 주조장에서 판매하던 ‘구기자 동동주’와는 다르다.
구기자 동동주는 고두밥을 만들 때 구기자를 같이 익혀 우러내지만 이 동동주는 익혀놓은 구기자를 띄우는 방식이다.
수십년 독특한 맛으로 애주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이 동동주를 기억하는 애주가들도 의외로 많았다. 깔끔한 뒤 끝, 어머니 손맛에서 우러내는 맛에 광주, 목포, 해남은 물론 서울, 부산 등지에서도 애주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40여 년 째 동동주를 빚고 있다는 정씨는 “직접 누룩(곡자)을 만들어 술을 빚는다”면서 “술의 빛깔은 누룩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고 말했다. 누룩이 하얗고, 노랗고, 붉은 3색이 나와야 제대로 발효된 맛있는 누룩으로 하얀 탁주는 맛 없는 술이라는 것이다.
정씨는 “처음에는 밥알이 동동 뜬다. 그렇지만 1주일 정도 지나면 발효돼 밥알이 부숴진다”며 “알코올 도수는 아마 9~10도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주도 정확하지는 않으나 알코올 도수가 15% 정도는 될 것이라는 것이 정씨의 말이다. 그렇지만 직접 맛보기엔 8~9도 수준은 될 것 같다.
그녀는 또 동동주 맛은 어머니 손맛같은 ‘정성’이라고 강조했다. “동동주는 시간이 (진도말로)재 넘으면(조금만 지나도) 시큼하고, 덜 되어도 텁텁하다”면서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정씨는 “빚은 술에 용시(용수)를 박아 청주를 내는데 노인, 여성들이 즐겨 찾는다”면서 “아무리 맥주, 양주가 넘쳐나지만 우리 술이 제일 아니냐”고 웃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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