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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택시요금 결제는 짐 운반하고 나서 할게요

희망연속 2026. 1. 26. 11:48

10여년 전, 제가 회사택시에 처음 입문했을 때 동료기사가 해 준 말이 기억납니다.
 
"친절은 기본이지만, 진짜 기본만 해라. 과잉친절은 금물이다. 손님 짐을 들어 줄 때에도 그냥 시늉만 내라. 잘못하다가는 허리 나간다."
 
택시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말이 가끔 생각납니다. 특히, 무거운 캐리어나 짐을 든 손님이 탈 때에는 곤혹스러울 경우가 많거든요.
 
그저께 토요일 이른 아침, 콜을 받고 갔더니 남자 1명, 여자 1명이 여러 뭉치의 짐을 앞에 두고 저에게 싣는데 도와달라는 손짓을 하더군요. 난감했습니다. 무슨 원룸 이사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사과 박스 1개가 넘어 가면 택시에 싣지 못한다며 콜을 취소해 달라고 했죠. 그랬더니 여자 손님이 정말 미안하다며 시간이 없으니 번거롭지만 태워 달라고 간곡히 얘기하길래 또 맘이 흔들려 태우고 말았습니다.
 
산악회 모임 총무를 맡고 있어서 먹을거리와 다른 물건을 준비해서 짐이 많다며 도와주면 팁도 주겠다고 유혹(?)아닌 유혹까지 하더군요.
 
팁이 문제가 아니었죠. 택시기사도 손님의 짐을 싣고 내리는데 도와주면 서로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택시에 내려서 짐 싣는데 도와 주느라 저로서는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습니다. 등산을 하러 가는건지 먹으러 가는건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이것 저것 짐이 많았습니다.
 
트렁크와 앞좌석, 뒷좌석에 까지 가득 실어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여자 손님은 열심히 짐을 운반하는데 남자 손님은 이상하게 형식만 내는 느낌이랄까 그런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짐을 택시에 싣고 사당역에 도착했고, 자동결제가 아닌 직접결제여서 택시요금을 이야기 했더니 잠깐만 하면서 짐을 내리고 나서 주겠다고 그러더군요.
 
택시요금부터 계산해달라고 거듭 말했더니 짐 때문에 카드를 어디에 뒀는지 모르니 카드 찾는 동안에 짐 내리는걸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여자손님과 함께 짐을 내리고 돌아서니 남자가 카드를 내밀면서 하는 말, 2,000원 더해서 결제해 주세요.
 
2,000원? 아까 팁 주겠다고 하면서 짐 운반하는거 도와달라고 하더니 팁으로 2,000원을 더 결제하라는 것 같았습니다.
 
순간, 또 당했구나 하는 느낌이 머리를 스쳐 갔습니다. 겨우 2,000원 주면서 남자 손님은 마치 시험 감독하듯이 뒷짐지고 있고 택시기사를 하인처럼 부려 먹었구나. ㅎㅎㅎㅎ
 
택시요금만 카드를 결제하고 남자손님에게 말했습니다. 2,000원은 얘들 과자값이나 하세요. 아침부터 똥 밟았다고 생각할테니까요.
 
기분이 더러웠습니다. 돈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실컷 종 부리듯이 시켜먹고 거지 밥값하는데 보태라는 식으로 2,000원을 준다는 것이 기분 나빴죠.
 
더욱이 도착해서 바로 택시요금 결제를 하지 않고 카드 찾는다며 짐 운반부터 먼저 도와달라고 말한 것이 많이 해 본 솜씨 같았습니다.
 
친절도 좋지만 기본이 더 중요하다는 말, 정말 진리가 아닐까 합니다. 재수없이 당했다고 생각하며 택시에 올라 빠르게 빠져 나왔습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다음부터는 소금이라도 싣고 다녀야 할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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