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서울에 첫눈이 내린 날, 택시는 고군분투했다 본문
12월 4일, 서울에 첫눈이, 폭설이 내렸습니다.
1시간 당 5cm 이상의 폭설이 퇴근길을 강타했죠. 눈이 내리면 아이들은 좋아합니다. 시내 곳곳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택시는 물론이고 승용차 운전자들은 죽을 맛입니다.
더욱이 이번에는 폭설이 퇴근시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져서 그야말로 저녁시간 대 서울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아예 영업을 접고 퇴근해버린 택시도 많아 제 눈에도 택시가 별로 보이질 않았습니다.
서울역, 용산역 택시 승강장에는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으니까요.
제가 잘 아는 마포, 서대문 지역 골목을 중심으로 단거리 위주로 조심 조심 영업을 했습니다. 손님은 넘쳐 나지만 영업효율은 꽝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간에 영업을 접고 들어가는 것은 제 성격에 잘 맞지 않아서.
와이프도 빨리 들어 오라고 계속 문자를 보내왔지만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폭설이 내리면 간선도로는 거의 망가집니다. 그러니 올림픽 대로, 강변북로, 동부간선로, 남부순환로 등 서울 주요 큰 도로는 가급적 피해야 합니다. 특히 퇴근시간과 겹쳤으니 말 다했죠.

눈이 많이 오는 날에는 택시를 운행 안하는게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운행을 할 경우엔 시내, 강남 지역 등 번화가는 피하고 외곽으로, 단거리 중심으로 운행해야 합니다.
콜 역시 조심해서 받아야 하죠. 장거리라고 받았다가 큰코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확실하게 길을 아는 코스만 받고 나머지는 패스해야 합니다.
아무튼 퇴근시간 대 서울 거리는 아수라장이 따로 없을 정도였습니다. 날씨가 포근했다면 눈이 금방 저절로 녹아 버릴테지만 영하 5도 정도 되는 날씨에는 눈이 그대로 쌓일 수 밖엔 없게 되죠.
그런데 이상하게 제설작업하는 차량과 인력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갯길이나 주요도로 등에는 제설작업을 잘 해주던데 이번엔 날씨 때문인지.
외곽 지역을 빙글징글 돌다가 아무래도 집으로 돌아가는 코스가 막힐 것 같아 퇴근 시간을 좀 늦추고 밤 9시경에 집 방향 손님을 태우고 가기로 맘 먹었습니다.
마침 용산구 숙대입구역 앞에서 광진구 화양동 가는 콜을 잡고 10여분 후에 손님에게 도착했죠. 다른 때 같으면 취소하고도 남았을 시간이지만 이런 날씨엔 택시가 아예 없으니까.
그렇게 늦게 도착했어도 손님이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50대쯤의 남녀인데 지하철을 안타고 택시를 왜 불렀을까? 물론 저는 고맙지만.
그런데 내비게이션을 보니 숙대입구역에서 강변북로를 경유하여 무려 2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나와 있더군요.
손님에게 사정을 말하고 삼각지역에서 반포대교 남단, 서빙고로, 용비교를 거쳐 영동대교 북단에서 좌회전으로 올라 갔습니다. 그렇게 해도 1시간 40분 가량이 걸렸죠.
만약에 강변북로로 갔더라면 아마 1시간 이상은 더 걸렸을 것 같습니다. 밤 늦은 시간에도 그만큼 차가 밀렸으니까요.
택시요금도 평소보다 거의 2배가 나왔습니다. 그래도 손님이 고생했다고 인사하고 내리더군요.
화양동에 손님을 내려주고 조금 후에 집 근처가는 손님을 태웠고 10,300원을 받았죠.
폭설을 뚫고 퇴근하면서 용산에서 강동구 집까지 거의 3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그나마 45,000원의 돈을 벌었으니 다행이긴 한데 이게 뼈를 깎는 고생의 댓가라고 생각하니 참 고맙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눈이 쏟아지는 도로 위를 밤 늦은 시간에도 엉금엉금 기어가는 수많은 차량행렬을 보며 저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인 성격 절대 급하지 않다,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리는 날엔 당연히 지하철, 버스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되는거 아닌가. 서울만큼 대중교통이 잘 갖춰진 도시는 세계에서도 드물지 않은가.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에 사는 사람은 어떡하고? 내려서 조금 걸어가면 되는데 그게 대수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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