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택시기사 친절의 한계점은 어디까지일까? 본문
택시기사는 자영업자이자 서비스업자입니다. 당연히 모든 고객에게 친절해야 되겠죠.
저 역시 9년째 서울 택시기사로 살아 오면서 나름 친절한 택시기사임을 자부(?)하며 일해오고 있습니다. 그건 니 생각(?). ㅎㅎㅎ
서울 시내에서 영업을 하다보면 외국인 관광객을 자주 손님으로 만나게 됩니다. 특히, 요즘엔 봄철이고 해서 관광객이 엄청 많습니다.
참 소중한 손님들이죠. 택시기사의 한사람으로 외국인들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어제 인터넷 뉴스를 보니 명동역에서 경복궁까지 택시요금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5만 원의 거액을 받은 택시기사가 있는가 하면 승차거부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합니다.
아직도 그런 몰상식, 몰염치한 택시기사가 있다는 현실에 부끄러움이 느껴집니다.
9년째 택시영업을 해보니 우리나라를 찾아 오는 외국인들 수준이 한국의 택시기사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낯선 땅에 와서 언어가 잘 통하지 않고, 지리를 몰라서 택시를 이용할 뿐이죠.
그들이 한국에 올 때는 택시요금이나 맛집, 관광지에 대한 사전 학습을 많이 하고 오기 때문에 단순히 옛날과 같이 생각하고 그들을 속이려 들거나 불친절하게 대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명동역 횡단보도에서 잠깐 대기하고 있는데 앞에 선 택시의 창문을 두들기면서 뭔가 물어보던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외국인이 뒤에 있는 저에게로 와서 말을 걸더군요.
북촌에 가는데 갈 수 있겠냐고. 당연히 간다는 표정으로 택시에 타라고 하자 서투른 발음으로 연신 고맙습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앞 택시를 가리키며 빈 택시인데 왜 안 탔느냐고 묻자 인천 에어포트를 외칩니다. 말하자면 앞 택시가 인천공항 간다면서 승차거부를 한거죠.
관광객이 몰리다 보니 그런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지리를 잘 모르다 보니 시내에서 만나는 외국인 손님 대부분이 가까운 거리를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 무거운 짐을 든 경우도 많죠. 그래서 승차거부를 하는 택시기사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은데, 해서는 안되는, 창피한 일이죠.
아울러 저 역시 외국인 관광객을 태우노라니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어제는 서부역에서 제 순번에 손님을 태우려고 하니 아마 중국인으로 보이는데, 대형 캐리어 2개, 작은 가방 2개를 든 손님 3명이 택시에 타려고 해서 못타게 했습니다. 대형 택시를 타라고 얘기했죠.
물론 뒷 트렁크와 앞 좌석에 캐리어를 나눠 싣고 작은 가방은 3명의 손님이 뒷좌석에 안고 타면 갈 수야 있겠지만 제 팔목도 아프고 해서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사실 그런 것 때문에 팔목 인대가 아파 고생을 하고 있구요.
20kg을 넘는 물건을 들고 타는 손님은 승차 거부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한 것이었는데 괜히 미안하고 그랬습니다. 제가 지나쳤나, 후회감이 계속 들어 오랜동안 속이 불편했습니다.
택시기사 친절의 임계점은 어디까지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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