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택시가 소형 화물만 배달하는 것은 위법이다 본문
택시기사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겁니다. 손님을 태우지 않고 물건만 배달해 달라는 손님 말입니다.
말하자면 택배죠.
어제 오후에 마포에서 콜을 받고 어느 아파트 단지로 갔더니 손님이 웬 쇼핑백을 보여 주면서 일산까지 운반해 달라고 합니다. 손님은 안가고 쇼핑백만.
그냥 웃으면서 안된다고 말하면서 콜을 취소해달라 하고 빠져 나왔습니다. 택시는 사람을 운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물건만 배달하는 것은 법규 위반입니다.
택시는 자동차를 이용하여 여객을 운송하는 사업이라고 규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2조 3항)되어 있고,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령에 명시된 화물의 운송을 요구하는 행위는 운송을 거절(택시운송약관 제11조 4항)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손님이 화물을 싣고 갈 경우에도 20kg 또는 사과 박스 1개 미만의 크기에 해당하는 물건만 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손님이 부탁하면 그냥 운반해 주는 택시가 있다는 것입니다. 택시손님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다고 이해는 가지만 엄연한 불법사항입니다.
특히, 타이어 점포에서 타이어나 부속 물품을 운반할 때에 택시를 부르는 사례가 많다고 하더군요. 용달을 불러야 하는데 기본이 2~3만원이고 거리에 따라 더 올라가는 반면 택시는 돈 1~2만원이면 어지간한 거리는 배달이 가능합니다. 완전 반값이죠.
저 역시 물건만 배달한 경험이 있습니다. 코로나 때 손님이 너무 없었던 탓에 어쩔 수 없이 손님이 요구하는 대로 골프백을 골프장에 배달해 줬었죠. 부끄럽습니다.
언젠가 한 택시기사가 손님의 요구대로 쇼핑백만 배달을 했는데 그 안에 마약류가 들어 있어서 택시기사가 곤욕을 치렀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습니다.
만약에 손님없이 물건만 배달하다가 적발될 경우에는 1차 180만원, 2차 360만원, 3차 540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별표 3) 6호)
그런데 요즘에 택배 같은 소규모 화물배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음식물류 같은 배달은 오토바이를 이용한 퀵 배송이 담당하고 있는데 안전문제, 배달 가격 등에서 소비자의 눈높이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래서 약 2년 전에 택시를 이용한 소규모 택배운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규제개혁 안건이 정부의 규제샌드박스 심의에 올라갔지만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서 모두 반대를 해서 유야무야 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한편에서는 국민을 위해 과감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논리로 택시를 이용한 배달업을 양성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에서는 2021년에 택시가 음식물류를 배달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건이 많이 다릅니다.
일본은 인구 1억 3천에 택시는 24만대로 우리와 비슷하죠. 우리나라는 5천 2백만 아닙니까. 말하자면 인구는 거의 3배 차이가 나는데 택시 숫자는 비슷한 편이니 우리나라 택시가 많아도 너무 많다고 볼 수 있죠.
따라서 음식물류 배달을 풀어 버리면 그 많은 택시가 배달에 나설 것이고 그렇게 되면 화물용달업과 오토바이 퀵 서비스업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업종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 뻔합니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무조건 규제개혁 어쩌고 떠드는 것은 우리나라 운송업 여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그저 선진국 따라하기에 급급한 단견에 불과합니다.
국민편익을 위해 규제를 풀고 업종 간의 칸막이를 없애고 낮추는 것은 물론 필요합니다. 그러나 외국이 그렇게 한다고 무조건 따라하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도록 신중하게 추진하는게 바람직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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