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옛 직장후배를 택시손님으로 만났다 본문
택시를 운행하다 보면 아는 사람이 택시손님으로 타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령, 매스컴을 통해 대중에 얼굴이 알려진 사람 또는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 등
연예인, 스포츠인 등 유명인을 여러명 손님으로 태웠다는 다른 기사들의 무용담(?)을 들으면 부러운 마음도 생기고는 하는데 저는 8년이 넘는 동안 그런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는거 아니겠습니까.
저의 경우 유명 인사가 손님으로 탄 경우를 기억해 본다면 가수 들국화 전인권, TV에 잘 나오던 대학교수 신00, 육군 4성장군 000, 프로야구 선수 000 등입니다. 가수 전인권씨는 택시에 타자마자 몇마디 하더니 가는 내내 전화만 해서.
개그맨 김형곤의 모친도 생각이 나는데, 조수석에 오르자마자 개그맨 김형곤을 아느냐고 물어서 당연히 안다. 우리 또래에 김형곤 모르면 간첩일거다고 얘기했더니 자기가 김형곤의 모친이라며 크게 웃고는 정말 유쾌한 이야기만 들려주더군요.
게다가 연세가 80을 훨씬 넘어 보이던데 빨간 브라우스에 흰색 구두 ㅎㅎㅎ, 김형곤이 어머니의 피를 이어 받았구나 하고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김형곤의 어머니처럼 내가 누구다 하고 먼저 이야기하고 즐겁게 대화하는 사람을 제외하면 대개는 신분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TV 등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인물이 택시손님으로 탈 때에는 그냥 모르는 체 하는 것이 좋겠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건 그렇고, 제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 즉 친구, 직장동료, 인척 등을 택시기사 생활 8년이 넘는 동안 단 1명도 태운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저께 마침내 잘 아는 전 직장 후배를 기어이 태우고야 말았습니다. ㅋㅋㅋ
디지털 산업단지에서 어떤 여성이 손을 흔들기에 태웠는데 마스크를 써서 잘 보지는 못했더랬죠.
어서오세요 인사를 했더니 00보건소로 가달라고 합니다. 00구청 옆에 있는거죠? 했는데 어, 안녕하세요. 000님 아니세요?
ㅎㅎㅎ, 제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어떻게 목소리만 듣고 저를 알아 보네요. 깜짝 놀랬죠.
전에 같은 직장,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후배 여직원이었습니다. 8년 반의 세월이 흘렀고 그동안 전혀 연락이 없었는데도, 그리고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도 먼저 알아 봐주니 반갑기 그지 없었죠.
세월의 무게라고 할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붙었고 마스크를 쓰고 있는 탓에 제가 먼저 알아보질 못했다는 점, 그래서 많이 미안했습니다.
더욱이 그 여직원은 제가 퇴직할 당시 꽃을 사들고 직접 제 사무실로 찾아와 작별 인사를 해줘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제가 퇴직 후에 택시를 한다는 소리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며 힘 들지 않느냐고 묻더군요.
택시는 매력있는 직업이다.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열심히 하고 있다 했더니 막 웃습니다.
목적지까지 짧은 거리를 이동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고, 언제 만날 지 모르는 이별(?)을 아쉬워 하면서 헤어질 수 밖엔 없었습니다.
평소 싫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제 택시에 타면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 평소의 인간관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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