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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산 - 용의 출현'을 보고

희망연속 2022. 8. 22. 18:23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을 관람했습니다.

 

명량을 본 것이 2014년이었으니 8년이 지났군요.

 

한산은 명량의 속편격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한산도 대첩이 명량해전에 5년 앞서 일어났습니다.

 

1592년 4월, 임진년에 일본이 침력하자 아무런 방비가 없었던 조선은 불과 20일만에 한양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당시 선조 임금은 평양으로, 의주로 도망가기에 여념이 없었죠.

 

여기서 생각할 게 있습니다. 

 

국가위기 상황에서 임금은 백성을 버리고 자기 혼자 살겠다고 줄행랑을 놨다는 사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그랬고, 병자호란 때 인조 역시 그렇게 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대전으로 도망가면서 아예 한강 철교까지 폭파시켜 놓고 서울을 끝까지 사수하겠다며 큰소리 쳤습니다. 

 

국가 비상상황일 때에는 항상 저 밑에 있는 힘없는 민초들이 앞장서서 싸웠다는 사실.

 

우리는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다시,

 

북으로 북으로 진격하는 왜군은 거칠 것이 없었는데 한양이 지척인 용인 광교산 전투에서 무려 5만이 넘는 조선군은 왜군에게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이순신역의 박해일.

 

명량의 최민식과는 달리 아주 신중하면서도 심지깊은 모습으로 나옵니다.

 

명량의 이순신이 용장(勇將)이었다면 한산의 이순신은 지장(智將)의 모습이죠.

 

실제 이순신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잘 모르겠지만 오히려 박해일의 모습과 더 가깝지 않았을까요.

 

임금은 도망가고, 조선군은 연전연패 중이고, 민초들은 도탄에 빠져들고 있으니,

 

평양까지 진격한 왜군은 물자보급을 바다를 통해 하고자 했으니 남해안 제해권 확보는 그야말로 국가의 안위가 걸려있다고 할만큼 중요한 상황.

 

 

이순신은 오직 왜군 함대를 물리칠 수 있는 전술을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숫적으로 우세한 왜군 함대를 숫자가 적은 조선 수군이 상대하려면 넓은 바다로 끌어 내야만 합니다.

 

숨막히는 첩보전 끝에 견내량 쪽 왜군 함대를 유도하여 한산도 앞 넓은 바다로 유인하는데 성공.

 

여기서 그 유명한 학익진(鶴翼陳)을 펼칩니다.

 

조선함대 몇척이 왜 함대를 계속 뒤따라오게 한 다음 한산 앞바다에 일자 진형을 이루고 있던 조선 함대는 중앙의 선단은 뒤로, 양날개의 선단은 앞으로 나아가서 반원 모양을 이룬 것으로 마치 학의 날개같다고 하여 학익진으로 불리는 전술입니다.

 

한산대첩에 참가한 조선함대는 총 55척이었는데 학익진을 펼치며 마주한 왜 함대를 향해 화포를 집중 사격하는 장면은 가히 장관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타난 거북선.

 

거북선이 등장할 때 관람객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하는데 제가 관람할 때는 관중의 수가 얼마 안되서인지 조용.

 

육지에서 승전가도를 달리던 왜는 한산도 해전에서 이순신에 대패하여 해상 제해권 확보에 실패하였고, 바다를 통한 물자보급이 불가해져 단시일 내에 명으로 진격하려던 계획 또한 실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순신의 상대로 나오는 왜군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

 

영화배우 변요한이 연기했는데 상당히 강렬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그렇게 뛰어난 장수는 아니었다고 하는데 영화적 재미를 위해 업그레이드된 인물.

 

광교산 전투에서 조선군을 격파할 당시 큰 공을 세웠기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수군 지휘관으로 보냈는데 공명심과 자만심이 앞서서 이순신에 크게 당하고 맙니다.

 

총 73척 중 47척이 격파되고 12척은 조선수군에 나포되었는데 정작 본인은 무인도인 한산섬으로 도망가서 10일간을 미역만을 먹고 버티다가 조선군의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일본으로 도망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일본의 아스자카 후손들은 7월 8일날 미역을 먹는다고 하는군요.

 

 

거북선을 만든 나대용. 영화배우 박지환이 연기했죠.

 

나대용은 조선 최고의 선박기술자입니다. 거북선뿐만 아니라 보급선, 일반 전투선 등 조선 수군의 전함을 만드는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영화에서는 일본 첩자에게 거북선 설계도를 빼앗기는 등 배역이 비중있게 나옵니다.

 

지금도 그의 고향인 전남 나주에 기념 사당이 있고, 많은 관람객이 찾아오고 있다죠.

 

 

와키자카의 기생이자 조선군 첩자 역할을 한 정보름. 배우 김향기가 연기했습니다.

 

나중에 왜군에 들통나서 죽기 일보직전에 극적으로 도망치는데 자백을 하지 않으려고 혀를 깨물고 맙니다.

 

전편인 명량에서 벙어리인 정씨 여인으로 계속 이어져 나오도록 설정이 되었습니다.

 

배우겸 가수인 이정현이 연기했었죠.

 

8년 전에 만들어진 명량과 흐름이 연결되도록 만든 디테일이 놀랍습니다.

 

 

광양현감 어영담 역을 맡은 안성기.

 

천하의 안성기가 겨우 일개 조연에 불과한 향도역을 맡다니 놀랍다는 반을을 보인 사람도 있다는군요.

 

그러나 저는 안성기에게 반했습니다. 프로라면 어떤 역할이라도 최선을 다해야 맞는거죠.

 

남해안 지역의 여러 고을에서 현감을 지내 바닷길을 잘 아는 탓에 조선 함대의 향도 역할을 하는 어영담은 자청해서 왜군을 한산도 앞바다로 유인합니다.

 

결국은 성공하고, 어영담은 부상을 입고 맙니다.

 

안성기의 묵직한 연기가 아주 보기 좋았습니다.

 

 

항왜 준사역을 맡은 김성규. 

 

임진왜란 당시에 일본 앞잡이 노릇을 한 조선인도 많았고, 반대로 왜군이면서 조선에 귀화하여 도움을 준 일본인도 상당수였다고 합니다.

 

영화에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조선 함대인 판옥선과 거북선에서 노를 젓는 격군(格軍)들.

 

명량에서도 그렇지만 한산에서도 격군들의 모습이 자주 나옵니다.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 다급한 상황에서도 오직 노만 저어야 하는 그들의 모습이 짠하기만 합니다.

 

이순신은 격군들을 매우 중시하여 전투가 끝나면 수시로 휴가를 보내고, 다시 징집하여 전투에 참여시켰다고 합니다.

 

저는 일반 전투병과 교대로 노를 젓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구요.

 

한산을 보고 가장 감탄한 것이 김한민 감독의 철저한 프로 정신입니다.

 

이순신이란 인물을 어떻게 저리도 속속들이 잘 그려낼 수 있을까.

 

특히, 그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던 격군, 의병, 항왜 준사, 기생 등 숨어있던 그들의 활약상을 양지로 끌어내어 생생하게 재조명한 것은 누가 뭐래도 감독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욱이 이순신의 영화를 1편도 아니고 3편으로 기획한 그의 노력과 집념에 경탄합니다.

 

명량은 실제 바다에서 촬영했다고 하죠.

 

해상 전투 장면은 대단했었는데 이번 한산은 바다에서 찍지 않고 강원도 평창에 있는 동계올림픽 스케이트장에서 찍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해상전투 장면 전부를 CG 처리했다는데 너무 자연스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량 때는 약간 어색한 장면도 더러 눈에 띠었는데 이번은 전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한번 더 보고싶군요.

 

이런 영화는 만사 제쳐두고 관람해야 하지 않을까요.

 

영화 관람비용이 14,000원이었고 할인받아서 10,000원에 봤는데 이건 뭐, 몇만 원짜리를 거저 본 기분까지 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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