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강신용 시인의 '바닥의 힘' 본문
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은 안다
바닥은 끝이 아니라는 것을
바닥을 쳐 본 사람은 안다
바닥은 희망이라는 것을
바닥까지 갔다 온 사람은 안다
바닥은 힘이 세다는 것을
"바닥은 끝이 아니다. 희망이다. 그리고 힘이 세다."
멋진 말이요, 의미 깊은 시입니다. 간결하지만 오묘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 시를 떠올리게 된 것은 얼마 전 완도 앞바다에 차량과 함께 빠져 젊은 나이에 생을 스스로 마감한 초등학교 5학년 조유나 양과 그 30대 부모의 죽음을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파서였습니다.
그런데 컴퓨터 판매업이 잘 안된다고, 코인과 주식에 돈을 많이 잃었다고, 30대의 새파란 나이에 목숨을 던질 일인가요. 그게 바닥이었을까요.
칠흙같이 깜깜한 밤에, 망망대해 시커먼 바닷속으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10살 어린 딸과 함께 목숨을 던질 용기는 있으면서 밑바닥에서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용기는 없었던가요.
아무리 하는 일이 잘 안풀리고 살기가 어렵다 해도 어린 자식의 목숨까지 빼앗아 갈 권리는 없습니다. 자식은 부모의 부속물이 아니잖아요.
인생에서 가장 강하고 무서운 것이 무엇인 줄 아십니까. 바로 젊음입니다.
젊은데, 이제 30대 인데 하지 못할 일이 무엇이며 두려운게 무엇일까요.
바닥에서 다시 일어서야 했습니다.
세상을 욕하지 말고 스스로 포기한 자기 자신을 욕해야 마땅합니다.
PS. 강신용 시인은 1954년 충남 연기군(현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출생, 198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이후 시작활동 40주년 기념으로 시집 '바닥의 힘'을 출간하였습니다.
그의 시작 활동은 겉으로는 나직한 목소리로 들리지만 은은하면서도 생각의 깊이가 있습니다. 대전문학상, 허균문학상 본상, 한성기문학상 등을 수상하면서 현재 대전 · 충남 시단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한국시를 빛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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