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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는 진정한 새옹지마(塞翁之馬)

희망연속 2022. 3. 15. 23:34

 

한자를 잘 모르는 요즘 세대라 해도 새옹지마(塞翁之馬)란 말은 많이 들어 봤을 겁니다. 아마도 새옹지마는 한자 고사성어 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말중에 하나일 것 같습니다.

 

새옹지마는 <회남자(淮南子)> <인간훈(人間訓)>에 나오는 말로서 단어 그대로 '변방에 사는 노인의 말'이란 뜻입니다.

 

옛날에 중국 북쪽 만리장성 지역 변방에 사는 노인이 기르던 말이 오랑캐 땅으로 달아나 낙심하였는데얼마 뒤에  말이  필의 준마를 데리고 와서 노인이 좋아하였답니다.

 

후에 노인의 아들이  말을 타다가 말에서 떨어져 절름발이가 되어 다시 낙담하지만  때문에 아들은 전쟁에 나가지 않고 목숨을 구하게 되어 노인이 다시 기뻐하였다는 고사(故事)에서 나온 말입니다.

 

말하자면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이르는 말이죠.

 

제가 택시를 7년째 하고 있는데 택시만큼 새옹지마가 들어 맞는 직업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하니까요.

 

어제 오전, 신촌에서의 일입니다.

 

편도 3차선 도로의 맨 끝차로 횡단보도 앞에 적색신호를 받고 멈춰 서있는데 몇 십m 앞에서 손님이 손을 들더군요. 저는 당연히 제 손님이려니 생각하고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습니다. 바로 옆 차선에서는 다른 택시가 대기하고 있는 것을 봤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맨 안쪽 1차로에서 웬 택시가 신호가 바뀌기도 전에 붕하고 잽싸게 내달리더니 손님을 태우고 가버리더군요. 깜짝 놀랬습니다.

 

옆차로(2차선)의 택시는 봤지만 1차로에 있는 택시는 못봤거든요. 그런데 신호도 바뀌기 전에 저래 버리면.

 

만약에 제가 손님을 태우려고 일찍 출발했다면 영락없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 택시를 잡아타는 손님도 그렇고.

 

아무리 손님 태우는게 목적이라해도 최소한의 룰은 지켜야 하는법인데. 

 

살짝 기분이 빡치기는 했으나 그러려니 하고 가는데 조금 후에 어떤 손님이 차에 올라 남양주를 가자고 합니다. 

 

신촌에서 남양주면 상당한 거리죠. 길도 좋구요.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불과 1~2분 전에 그 손님을 태웠다면 이 손님을 못만났겠죠.

 

하, 이래서 택시는 새옹지마야, 속으로 몇번을 되뇌이며 엑셀을 밟았습니다. 

 

어쩔 땐 영업 초반에 손님을 못태워 한숨만 날 때도 자주 있습니다. 왜 이렇게 손님이 없지? 탄식도 해보고 손님이 있을만한 거리를 이잡듯 뒤지며 돌아 다니지만 이상하게 손님이 안 붙습니다.

 

그럴 때면 속이 상하고 스트레스 만땅입니다. 그런데 후반에 들면서 이상하게 일이 풀립니다. 손님이 연달아 타고 내립니다. 참 신기한 일이죠. 택시는 진짜 새옹지마라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그래서일까, 택시는 힘은 들지만 한편으론 재미도 있고, 인생살이도 배우고, 뭐 그렇습니다.

 

새옹지마와 비슷한 뜻을 가진 말로 전화위복(前禍爲福)이 있습니다. 지금은 불행한 일을 겪어도 나중에 더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택시뿐만 아니라 매사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하며 살아 가는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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