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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의 깡패가 생각나는 이유

희망연속 2020. 12. 25. 20:19

 

까마득한 옛날, 저는 머리를 까까중처럼 밀고, 까만 교복을 입고, 열심히 열심히 학교를 다녔습니다.

 

같은 반에 덩치가 좀 있고, 성격이 우락부락한 한 동료 개똥이가 있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리더쉽이 있다고 할까요, 나쁘게 이야기 하면 동네 깡패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개똥이 주변엔 이상하게 많은 아이들이 따라 다녔습니다. 아이들 중에 혹시 다른 학교 아이들과 싸움을 하거나,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기면 개똥이가 나서서 깨끗이 해결해 준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수시로 학교 앞 빵집에 모여 맛난 찐방과 만두를 사먹고 다니는데 돈은 개똥이가 다 낸다는 말도 있었구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선생님보다 개똥이를 더 선생님으로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등교할 때에도, 하교할 때에도, 그들은 항상 같이 몰려 다녔습니다. 

 

어느 날, 종례시간에 선생님이 그 아이들 중 한명을 어떤 이유로 여러 동료들 앞에서 꾸짖으며 하교 후에 화장실 청소를 하라고 시켰습니다. 그런데 꾸지람을 듣는 중에도 그 아이는 힐끔힐끔 개똥이를 쳐다 보았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선생님이 불같이 화를 내며 그 아이를 질책 했습니다. 어제 청소를 안하고 도망을 갔다는 것이었죠. 그러자 개똥이가 갑자기 나서서 선생님에게 모든 책임은 자기에게 있으니 그 아이를 나무라지 말아달라고 하더군요. 그 이유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이야기하니 선생님도 슬그머니 수그러 들었습니다. 선생님이 자초지종을 알고 그러는 건지 모르고 그런 건지 알 수는 없었죠.

 

나중에 들은 소리에 의하면 청소하는 날, 학교가 끝난 후에 빵집에서 만나 무슨 회식인가 뭔가를 하기로 했다더군요. 그래서 선생님의 지시는 쌩 까고 개똥이의 말대로 따른 거죠. 같은 반에 반장이 있었지만 동료 아이들은 반장 보다 개똥이를 더 의식했고, 더 조심스럽게 대했습니다. 반장은 물론이고 선생님의 지시도 통하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개똥이가 학교 선도부장에 올랐습니다. 그 당시 학교 선도부장은 힘깨나 쓰는 자리였더랬죠. 등교시간이면 교문 앞에 서서 복장이 불량한 학생을 적발해 한쪽에 줄을 세웠습니다. 전에는 그냥 넘어갈 일도 가차없이 적발해서 게걸음을 시키거나 뜀박질도 시키곤 해서 학생들 사이에선 별로 좋은 소릴 못들었습니다.

 

심지어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이것 저것 간섭하고 해서 뒷말이 많았는데도 개똥이는 교칙과 상식에 준해서 할뿐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매우 의아했습니다. 개똥이의 행보가 너무 앞서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개똥이가 어떻게 해서, 누구 빽으로 선도부장이 됐는지 궁금했습니다. 개똥이는 1학년 때 지금의 교장 선생님이 아닌 이전 교장이 재직할 때 찍혀서 근신 처분을 받은 적이 있는 등 별로 잘 나가는 축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들은 소리이기는 하지만 개똥이네 집이 지역에서는 내로라 하는 축에 속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선생님들도 이상하게 개똥이에 대해 한수 접어주는 편이었다고 할까요. 한편에서는 리더십이 있으니 당연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깊은 내막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지 개똥이가 하도 설쳐대니 그를 비난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죠. 특히, 같은 반의 반장이 그를 아주 싫어 했는데 반장 말은 아예 묵살하고 학교 선도부장은 반장 부하가 아니라며 지 마음대로 행동했습니다. 나아가 개똥이가 힘깨나 쓴다는 학교 외부인사와 비빌리에 만나고 돌아다니고 그들에게 자기에 유리하도록 선생님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그러다가 개똥이가 아이들에게 너무 심하게 대하고 선도부장의 권한을 남용한다는 비난이 일어 결국에는 학교 상벌위원회에 넘겨졌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학교 상벌위원회에서도 그를 그냥 봐 주더군요. 들리는 소문에 상벌위원회 위원들이 그를 봐줬다고 합니다.

 

개똥이가 선도부장으로 있는 동안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학교 선생들이나 학생들 조차 그를 옹호해주는 파, 비난하는 파로 나눠져 시끌벅적 했습니다. 개똥이는 3학년 때 학생회장에 출마하고자 하는 욕심때문에 저러고 다닌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평소 개똥이가 하는 행동으로 봐서 충분히 그럴만 하다고 느꼈습니다. 제눈에는 개똥이의 자리욕심이 아주 크다고 보였죠.

 

저는 이상하게 그런 개똥이와 그의 행동에 태클을 걸지 못하는 선생님들이 영 못마땅했습니다. 지가 영원히 선도부장 할 것도 아니고 심지어 지를 임명해 준 선생님들을 어느정도 예우해줘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물론 교장선생님까지 안중에 없는 행동을 하면서 뒷 담화나 캐고, 그런 내용을 여기저기 찔러 대고 한다는 소릴 들으니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한번 선도부장은 영원한 선도부장이 아니었습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죠. 2학년이 끝나자 선도부장 자리를 내놓아야만 했고 3학년에 올라가자 학생회장에 출마한다고 설쳐대더군요. 개똥이를 따르는 꼬붕들은 그를 우상화하는데 열심이었습니다. 심지어 학교 외부인사들도 선생님들에게 개똥이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노골적으로 하고 다닌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학생회장?

 

하지만 그 학생회장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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