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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不讓水(해불양수)'는 군자의 도리를 이르는 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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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不讓水(해불양수)'는 군자의 도리를 이르는 말

희망연속 2020. 10. 16. 17:17

 

 

"바다는 물을 사양하지 않는다. 바다는 어떤 종류의 물도 가리지 않고 받아들여 대양을 이룬다."라는 뜻을 지닌 해불양수(海不讓水)

 

즉,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포용해야 한다라는 사자성어로서 대개 군자의 도리를 가리킬 때 인용되는 말입니다.

 

원래 이 말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인 관중(管仲)의 업적을 기록한 책인 관자(管子)의 형세해(形勢解)편에 등장합니다.

 

관중(管仲 BC725?-BC645)은 그의 친구 포숙아(鲍叔牙)의 도움으로 춘추시대 제(齊)나라 환공(桓公)의 승상이 되는데 관중(管仲)과 포숙아(鲍叔牙)는 바로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입니다. 

 

제나라 왕인 환공(桓公)은 제나라의 임금에 오르기 전에 형과 왕위를 두고 치열하게 다투다가 암살을 당할 뻔한 위기가 있었습니다. 왕을 시해하기 위해 화살을 쏜 사람이 바로 관중(管仲)이었고, 행인지 불행인지 화살은 환공의 허리띠에 맞아 그는 구사일생으로 암살을 모면했습니다.

 

나중에 왕권을 잡은 환공은 자기를 암살하려고 했던 관중을 내치지 않고 오히려 그의 재능을 높이 사서 제2인자인 승상으로 추대했고 관중은 환공을 도와 제나라를 강대국으로 발전시키는 초석을 놓게 됩니다.

 

海不辭水 故能成其大

山不辭土石 故能成其高

明主不厭人 故能成其衆 <管子 形勢解>

 

바다는 크고 작은 물, 깨끗한 물, 더러운 물을 가리지 않고 모두 받아들여 능히 넓게 될 수 있고

산은 크고 작은 돌이나 흙을 가리지 않고 모두 받아들여 능히 높게 될 수 있으며

현명한 군주는 신하와 백성을 귀찮게 여기지 않아 능히 주변에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다.

 

泰山不讓土壤 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

王者不卻衆庶 故能明其德 <李斯-諫逐客書>

 

큰 산은 작은 흙도 사양하지 않았기에 그 크기를 이룰 수 있고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의 냇물이라도 가리지 않고 받아들여야만 깊어질 수 있다

임금은 백성을 멀리하지 않아야 그 훌륭한 덕을 밝힐 수 있다.

 

중국 고문 중 명문으로 손꼽히는 외국 출신의 관리를 추방하는 데 대해 간언하는 이사(李斯 BC ?-BC208)의 간축객서(諫逐客書)의 한부분의 글로서, 이사(李斯)는 진시황(秦始皇 BC259-BC210)을 도와 중국을 통일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초(楚)나라 사람입니다.

 

즉, 관중(管仲)의 업적을 기록한 책 관자(管子)의 형세해(形勢解)편과 이사(李斯)의 간축객서(諫逐客書)에서 유래된 고사성어가 해불양수(海不讓水)인 것입니다.

 

 

위 사진에서 보는 액자는 제 처갓집인 경기도 청평의 고택 마루에 걸려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액자가 있는 줄도 몰랐다가 얼마 전에야 눈에 들어 왔다는............................

 

액자에 갑술년(甲戌年)이 적혀 있는 걸로 보아 1994년(설마 1934년은 아닐테고)에 쓴 것으로 보이고, 학산(鶴山)이란 호를 지닌 분이 봄을 맞이해서(迎春) 군자의 도리로 해불양수를 쓰게 된 것으로 짐작됩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해불양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즐겨했던 글귀로서 수시로 붓으로 적어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줬다고 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해불양수의 숨은 뜻을 가슴 속에 두고 몸소 실천했다고 합니다.

 

평소 소수파, 비주류로 지내온 두분의 대통령이 즐겨 사용했던 글귀여서인지 그 글 속에 숨은 의미가 오늘따라 깊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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