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택시기사와 손님이 친절해야 하는 이유 본문
저는 손님이 택시에 오르면 거의 빠짐없이 "안녕하세요?" 또는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를 하는 편입니다.
물론 내릴 때 역시 "안녕히 가세요"는 기본이고 상황에 따라 "건강 하세요. 잘 다녀오세요" 등등 빠짐없이 인사를 합니다.
손님에 대한 예의 차원이기는 하지만 제가 인사성이 좀 바른편에 속하거든요. (착각은 자유?)
며칠 전이었습니다.
코로나 땜시 영업도 안되는 판인데 그 날은 이상하게 더 영업이 안풀리더군요. 무려 3시간을 빈차로 돌아다녔지만 손님 1명 못태웠습니다. 이럴 땐 잠시 쉬었다가 숨을 돌린 다음에 다시 운행해야 되는데 그날은 더욱 눈에 쌍심지를 켜고 돌아 다녔습니다.
다행히 오후에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 영향 탓에 손님에게 인삿말이 잘 나오지 않더군요. 그럴수록 더 힘을 내서 인사하고 그랬어야 했는데. 좀 일진이 좋지 않았던 날이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어떤 여자 손님 2명이 탔는데 제가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그랬습니다. 하지만 친구사이로 보이는 20대 중반쯤의 여자손님 2명은 크고 낭랑한 목소리로 깍듯이 인사를 하더군요.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도, 짧은 거리였지만, 둘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어보니 내일이 어버이 날인데 선물을 뭐 살까 하면서 어찌 그리 명랑하고 유쾌하게 말을 주고 받던지.
택시 안이 금방 밝은 분위기로 변해버린 듯 했습니다. 이상하죠?
내릴 때 역시 두명의 손님이 함께 "아저씨, 수고하세요. 안전운전 하세요." 말 하면서 내렸습니다.
괜스레 미안한 생각까지 들더군요. 저는 역시 소인배라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사실 택시에 타고 내릴 때 손님이 인사하는 비율은 절반 정도밖엔 안됩니다. 물론 택시기사 역시 손님에게 인사하는 비율도 도낀개낀이겠지만.
택시는 다른 손님들과는 달리 전부 1회성이어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인사나 친절이 정착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내가 인사를 잘하고 친절해야 손님들이 또 다른 택시를 이용해줄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 답이 나옵니다. 많이 반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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