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개인택시의 단점 본문
개인택시를 운행한지 1년 반이 넘었습니다. 세월 참 금방이군요.
직장 정년퇴직 후 회사택시 3년을 거쳐 개인택시까지, 이제 택시짬밥만 해도 5년이 머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면 택시 마스터(master, 장인)급은 못되더라도 명함은 내밀만 하지 않을까요. ㅎㅎㅎ
아무튼 조심운전, 열심운전 해서 오래도록 무탈하게 일하는게 저의 작은 소망입니다.
가늘고 길게, slow & steady wins the race.......
개인택시가 매일 차를 끌고 나가면 돈이 들어오는 직업인지라 나름 소소한 재미가 있습니다. 물론 큰돈은 아니지만.
그렇게 일해서 번돈으로 가족들에게 맛있는 것도 사주고, 옷이나 컴퓨터도 새것으로 사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나름 뿌듯하죠.
개인택시의 좋은 점에 대해서는 제 블로그에 자주 언급을 해왔습니다만, 안 좋은 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생각하는 단점들을 적어보겠습니다.
1. 투입되는 노동력(input)에 비해 수입(output)이 비교적 적습니다.
금년도 최저시급이 8,590원이고, 한달 최저임금은 180만원 정도입니다. 하지만 택시를 운행하다보면 1시간에 5천 원도 못벌 때가 있습니다. 택시기사 중에 최저임금 조차 벌지 못하는 기사들도 상당수 있을겁니다.
그만큼 돈벌이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택시가 제대로된 대접을 못받고 있죠. 가슴 아픕니다.
더욱이 앞으로 택시수입이 증가할 가능성도 낮아 보입니다. 도로는 갈수록 정체되고, 타다나 이런 유사택시는 쏟아져 나오지,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청년층이 택시하는거 반대합니다. 중장년층이 해야합니다. 직장퇴직 후 제2, 제3의 직업으로 개인택시를 선택해서 여유롭게 운행한다면 더욱 좋겠죠.
우리나라 현실이 그렇고, 택시 사정이 그러합니다.
2. 안전사고 위험이 높습니다.
택시기사는 숨막히는 교통체증 속에서 온종일 운전대를 잡고 손님을 태워야 합니다. 그래서 사고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서울의 택시는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자동차는 물론 오토바이, 자전거, 킥보드, 야쿠르트 아줌마 배달손수레나 폐지줍는 어르신들 리어카까지 신경을 곤두세우며 운전해야 합니다.
이런 판에서 살아남으려면?
조심운전, 안전운전, 양보운전이 정답이죠, 뭐 다른 게 있겠습니까.
3. 건강상 취약한 업종에 속합니다.
계속 앉아서 운행하다보니 허리, 무릎, 전립선 등에 질병을 달고 다니지 않는 기사가 별로 없다시피 합니다. 앉아서 일하는 사람이 서서 일하는 사람보다 몇배나 건강에 취약하다는 연구결과도 있잖습니까.
고혈압, 당뇨, 심지어 심장이나 뇌질환까지 달고 다니는 기사가 많습니다.
또한, 온종일 도심의 나쁜 공기 속에서 핸들을 잡다 보니 호흡기 질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아무튼 택시기사는 건강상 아주 취약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선행되지 않으면 택시기사는 언제 건강을 잃을 지 알 수 없는 직업이죠.
4. 스트레스가 심한 편입니다.
요즘 대도시의 교통정체, 우리나라의 교통문화는 언급할 필요조차 없겠죠. 정말 스트레스 만땅입니다.
이것 뿐입니까.
취객이나 진상 손님으로 부터, 손님이 없을 땐 없는 대로, 오토바이, 자전거 등 교통방해물로 부터, 콜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콜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등등 택시기사는 정말 스트레스가 심한 직종에 속합니다.
택시운전하려면 간과 쓸개는 전당포에 맡겨 놓고 해야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죠.
5. 사회적 인식이 낮은 편입니다.
위에 적은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현재는 택시기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 평판도가 낮은 편에 속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청년층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에 직장을 퇴직한 중장년층이 제2, 제3의 직업으로 택시를 선택하는 비율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 직장퇴직 후 택시를 선택한 것을 후회해본 적이 없고 택시기사라는 사실을 주변사람들에게 숨긴 적 역시 단 한번도 없습니다. 나름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어서죠.
그리고 한가지 부연한다면, 택시가 특성상 교통수단으로서의 공익성이 큰 업종이다보니 여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심합니다. 그래서 어느 한 택시기사의 일탈행위, 예컨대 승차거부, 불친절, 부당요금 징수 등이 언론에 보도되면 전체 택시기사가 도매금으로 같이 넘어가더군요. 대다수 택시기사들은 그렇지 않은데 말입니다.
물론 위에 적은 개인택시의 단점들은 제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개인택시가 갖고 있는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저를 비롯하여 수많은 택시기사들이 직업에 만족감을 느끼며 오늘도 힘차게 페달을 밟고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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