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택시는 조급하면 안되요 본문
내가 택시를 하면서 새삼 절실히 깨달은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격이 지나치게 조급하다는 점이다.
택시승객 4~5명 중 1명 정도는 택시에 오르자마자 "아저씨, 빨리 좀 가주세요"를 외친다.
물론 이유가 있겠지. 약속시간에 늦을까봐, 열차나 버스를 놓칠까봐,
하지만 습관적으로 그러는 승객이 많다는 사실.
예를 들면,
카카오콜을 받아 아파트 입구에 차를 대고 전화하면 한참 후에 택시에 오른 손님이 대뜸 빨리 가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집에서 1~2분만 빨리 나오지, 불러놓은 택시를 한참 기다리게 해놓고는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그런 말을.
교통지옥 서울에서 빨리 가는 것은 과속, 신호위반, 끼어들기를 해달라는 것 외에 뭐가 있을까
그러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격이 왜 이토록 조급하게 변했을까. 아니 원래 국민성 자체가 조급한 것일까,
나름 많은 생각을 해봤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대륙의 끝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모양새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대국들에게 둘러 쌓여 있어서 옛부터 많은 침략을 받을 수 밖엔 없었다.
소설가 조정래는 우리나라가 외세침략을 931회나 받았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가 다른 나라를 침략한건 아마 0회일거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하는 인삿말 조차 "안녕하십니까"이다. 간밤에 별일 없었냐는 뜻이다.
인구도 많고 땅덩어리가 넓으면 그들과 맞서 싸워 볼만도 했겠지만 그랬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날아갈 수 있었을터.
그런 연유일까.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속전속결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 민족의 DNA는 조급한 성격이 심어졌을 지도 모른다.
조급함때문에 오늘날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국가발전을 이뤘고, 그 결과 지금의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부작용, 후유증이 너무 크지 않은가.
자살률, 노인빈곤율, 소득격차, 삶의 만족도, 교통사고 사망률, 이혼율 등등 세계 최고수준의 지표는 정말이지 거의 절망적인 수준이다.
이젠 빠르게 가는 것만이 대접받는 시대는 끝났다. 천천히 가더라도 함께 가야 한다.
느림은 행복, 빠름은 반칙이다.
제발 빠르게 가달라는 말은 가급적 하지 마시라.
빠르게 운전하는 기사를 책망하며 안전운전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맞다.
아래 사진은 우리나라 대표적 슬로우시티인 전남 완도군 청산도이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를 찍었던 곳이다.
우리도 이제는 여유를 갖고 느리게 살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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