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한국, 일본 전철 밟나(2) 양국 기업의 같은 점 다른 점 본문
[한국, 일본 전철 밟나](2) 양국 기업의 같은 점 다른 점
ㆍ산업구조는 흡사 ‘중소기업의 힘’은 하늘과 땅 차이
■ 일본은…
■ 일본은…
‘한국에 밀리나’ 위기 확산
도요타 등 대기업 추락 속
탄탄한 중소기업 ‘버팀목’ 역할
요즘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한국 기업은 1급 경계 대상이다.
소니·도시바는 삼성과 LG전자를, 도요타는 현대·기아차를 경외의 눈으로 쳐다본다. 과거 오랫동안 자신들이 선점했다고 여겼던 분야에서 추월당했거나 쫓기고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한국이 온다. 일본 취업자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G7 중 최하위”(지난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라는 진단은 이런 위기감을 반영한다.
도요타자동차의 리콜 사태는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일본 기업의 자부심인 ‘모노즈쿠리 정신(혼을 쏟아 최고 제품을 만든다)’의 쇠퇴를 보여줬다는 데서 충격파는 더하다.
한국을 배우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경제 전문 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는 최신호에서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 등을 한국의 ‘4천왕(天王)’이라 명명하며 “한국을 배우자”고 강조했다.
오랫동안 일본의 종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한국으로서는 으쓱해 할 정도다. 일본 기업은 이대로 추락하는 것일까.
일본 교세라의 한 임원은 최근 사석에서 “휴대전화는 한국에 밀렸다.
그러나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 반드시 쫓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 재팬의 김영일 사장은 “일본 기업들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탄탄한 기본을 갖추고 있다”며 “한국 기업이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은 ‘전공’이 다른 특정 분야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팬택 재팬의 김영일 사장은 “일본 기업들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탄탄한 기본을 갖추고 있다”며 “한국 기업이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은 ‘전공’이 다른 특정 분야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일본이 치켜세운다고 웃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 김 사장은 일본 중소기업의 저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휴대전화 단말기의 경우 한국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높지만 핵심 부품·소재는 일본이 장악하고 있다”며 “이를 지탱하는 일본 중소기업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일본 경제를 이끄는 힘이다. 1990년대 거품 붕괴 후 10년간의 장기 불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버팀목의 역할을 담당했다. 전체 기업의 99%, 부가가치의 53%를 차지하는 이들의 역할이 없었더라면 불황을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특히 정부의 전폭적이고도 지속적인 소재·부품 산업 육성책에 힘입어 수출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왔다. 종합화학기업인 도레이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사장은 “일본의 부품 소재 산업이 강한 것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이라고 얘기했다.
일본 정부는 80년대 이후 지속적인 지원책을 통해 중소기업을 육성해왔다. 2005년 제조업 성장전략으로 ‘모노즈쿠리 국가전략 비전’을 채택했고, 2006년에는 ‘중소기업 모노즈쿠리 기반기술 고도화에 관한 법률’을 발표하고 적극 지원했다.
중소기업은 일본 경제를 이끄는 힘이다. 1990년대 거품 붕괴 후 10년간의 장기 불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버팀목의 역할을 담당했다. 전체 기업의 99%, 부가가치의 53%를 차지하는 이들의 역할이 없었더라면 불황을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특히 정부의 전폭적이고도 지속적인 소재·부품 산업 육성책에 힘입어 수출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왔다. 종합화학기업인 도레이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사장은 “일본의 부품 소재 산업이 강한 것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이라고 얘기했다.
일본 정부는 80년대 이후 지속적인 지원책을 통해 중소기업을 육성해왔다. 2005년 제조업 성장전략으로 ‘모노즈쿠리 국가전략 비전’을 채택했고, 2006년에는 ‘중소기업 모노즈쿠리 기반기술 고도화에 관한 법률’을 발표하고 적극 지원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편성한 중소기업 관련 사업 예산만 1조4938억엔(약 18조7000억원)에 달한다. 2008년 10월 말부터 지난 11일까지 지방 중소기업에 18조2601억엔의 경기대응 긴급보증을 통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했다.
내각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책은 중소기업에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도록 하는 데 큰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내각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책은 중소기업에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도록 하는 데 큰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예컨대 자본금 1000만엔, 본사 종업원 수 45명에 불과한 하드록(오사카)사가 개발, 생산하는 ‘풀리지 않는 너트’는 미 항공우주국(NASA)에 납품할 정도의 기술을 자랑한다.
정부의 지원만 있는 게 아니다. 중소기업들은 자체 설비투자 및 연구개발 강화를 통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고객 수요의 파악, 틈새 판로 개척, 정보기술(IT) 활용 등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만 있는 게 아니다. 중소기업들은 자체 설비투자 및 연구개발 강화를 통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고객 수요의 파악, 틈새 판로 개척, 정보기술(IT) 활용 등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경기 침체기인 2000년 기업 도산 건수가 1만9071건으로 거품 붕괴 후 가장 많았지만 연구개발 투자액은 16조2893억엔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1.7% 증가했다.
대기업과 끈끈한 신뢰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도 강한 중소기업을 만든 비결로 꼽힌다.
나카타니 이와오 미쓰비시UFJ리서치 이사장은 “부품업체는 단순한 ‘하청업체’가 아니라 대기업의 파트너”라며 “오랜 기간 쌓아온 이들의 신뢰관계가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드는 힘”이라고 지적했다.
<도쿄 | 조홍민 특파원 dury129@kyunghyang.com>
대기업과 끈끈한 신뢰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도 강한 중소기업을 만든 비결로 꼽힌다.
나카타니 이와오 미쓰비시UFJ리서치 이사장은 “부품업체는 단순한 ‘하청업체’가 아니라 대기업의 파트너”라며 “오랜 기간 쌓아온 이들의 신뢰관계가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드는 힘”이라고 지적했다.
<도쿄 | 조홍민 특파원 dury129@kyunghyang.com>
■ 한국은...
일부 일본 추월… 방심 금물
신규사업 한 발 늦게 쫒아
혁신 없인 ‘샌드위치’ 신세
“점유율이 느는 것은 반갑지만 썩 기쁘지는 않죠. 남의 일이 아니잖아요.”(현대차 임원)
도요타자동차의 대량 리콜사태를 바라보는 현대차의 심기가 마냥 편하지는 않다.
도요타가 미국에서 한순간에 당하는 것을 보면 같은 아시아계 기업인 현대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도요타는 현대차의 ‘롤모델’이었다.
소니, 도요타 등 일본 대표기업들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한국 기업의 미래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일 간 산업구조의 유사성이나 지난 30년간의 발전 과정을 볼 때 우리가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고 산업구조나 기술력의 취약성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한국의 대표기업들이 일본을 놀라게 하고, 위협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술력이나 혁신성, 산업구조 측면에서 일본을 앞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일본을 따라잡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우리를 뒤쫓는 중국을 볼 때 ‘샌드위치’가 될 수 있다는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일 수출경합도는 2007년 0.456으로 일본과 중국의 수출경합도(0.319)에 비해 매우 높다. 이는 수출품목과 산업구조가 유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의 흥망성쇠가 시차를 두고 같은 흐름을 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술력이나 혁신성, 산업구조 측면에서 일본을 앞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일본을 따라잡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우리를 뒤쫓는 중국을 볼 때 ‘샌드위치’가 될 수 있다는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일 수출경합도는 2007년 0.456으로 일본과 중국의 수출경합도(0.319)에 비해 매우 높다. 이는 수출품목과 산업구조가 유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의 흥망성쇠가 시차를 두고 같은 흐름을 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산업구조가 비슷하다 보니 주력 제품의 부품 소재 등에서 일본 의존도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일 적자는 매년 눈덩이처럼 늘어나 2008년에는 300억달러를 넘어섰다.
사공목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간재와 자본재 분야에서 대일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현대차, 삼성전자 등이 일본 시장에서 잇달아 철수하는 것을 보면 완제품 시장에서도 기술경쟁력은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일본을 한 박자씩 늦게 따라가는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한국 상장기업의 2009년 신규목적사업은 신재생 에너지와 녹색산업이다.
일본을 한 박자씩 늦게 따라가는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한국 상장기업의 2009년 신규목적사업은 신재생 에너지와 녹색산업이다.
그러나 이는 일본이 이미 10여년 전부터 추진해 온 테마로, 이제는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분야다.
이미 일본 기업들은 신규사업 분야로 회계·법무·금융 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겉은 비슷하지만 좀 더 파고들면 일본과의 차이는 더 벌어진다. 기술력 외에 대기업·중소기업 관계, 환율 의존도 등에서 일본에 비해 취약성이 두드러진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4·4분기 원화 기준으로 한국 기업의 매출은 13.4% 증가했지만 달러화 기준으로는 23.2%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화 약세가 여전했던 2009년에도 추세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전개됐던 엔고현상과 유사한 현상이 한국에 적용된다면 살아남을 한국 기업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월 미국 자동차 시장의 전년 대비 판매증가율을 보면 포드(43.4%)를 비롯해 닛산(29.4%), 혼다(12.7%) 등이 모두 현대·기아차(10.2%)를 압도했다. 한국이 지난해 반짝 시장점유율을 늘린 것의 주된 원인이 환율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력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미래성장동력인 혁신성은 차이가 더 크다. ‘워크맨’을 개발한 소니,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개발한 닌텐도에 비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를 상용화한 지 오래됐지만 현대차는 이제야 친환경차를 출시한 상태다.
지배종속형 대·중소기업 관계도 기술력을 갖춘 튼튼한 중소기업의 등장을 가로막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강점을 재빨리 흡수하면서도 한국적 장점을 극대화해야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 채수호 연구원은 “일본의 제조업 산업모델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부동산 버블, 내수침체 등 일본의 장기침체가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린 측면이 강한 만큼 일본정책 실패 요인을 철저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일본 기업들은 신규사업 분야로 회계·법무·금융 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겉은 비슷하지만 좀 더 파고들면 일본과의 차이는 더 벌어진다. 기술력 외에 대기업·중소기업 관계, 환율 의존도 등에서 일본에 비해 취약성이 두드러진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4·4분기 원화 기준으로 한국 기업의 매출은 13.4% 증가했지만 달러화 기준으로는 23.2%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화 약세가 여전했던 2009년에도 추세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전개됐던 엔고현상과 유사한 현상이 한국에 적용된다면 살아남을 한국 기업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월 미국 자동차 시장의 전년 대비 판매증가율을 보면 포드(43.4%)를 비롯해 닛산(29.4%), 혼다(12.7%) 등이 모두 현대·기아차(10.2%)를 압도했다. 한국이 지난해 반짝 시장점유율을 늘린 것의 주된 원인이 환율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력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미래성장동력인 혁신성은 차이가 더 크다. ‘워크맨’을 개발한 소니,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개발한 닌텐도에 비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를 상용화한 지 오래됐지만 현대차는 이제야 친환경차를 출시한 상태다.
지배종속형 대·중소기업 관계도 기술력을 갖춘 튼튼한 중소기업의 등장을 가로막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강점을 재빨리 흡수하면서도 한국적 장점을 극대화해야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 채수호 연구원은 “일본의 제조업 산업모델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부동산 버블, 내수침체 등 일본의 장기침체가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린 측면이 강한 만큼 일본정책 실패 요인을 철저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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