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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본 전철 밟나(1) 양국의 딺은 꼴 미래

희망연속 2010. 3. 20. 13:06

[한국, 일본 전철 밟나](1) 양국의 닮은 꼴 미래

한국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경제대국 일본이 경제활력을 잃어가면서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어떤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인지가 우리 경제 앞에 놓인 숙제다.
 
국가, 기업, 개인, 미래준비 등 4개 부문에서 양국을 비교하고 대안을 찾는 시리즈를 게재한다.



■일본은…

빚더미에 앉은 늙은 사회, 장기 디플레 먹구름 갇혀

무리한 경기부양책 실패
국가부채 900조엔 눈앞
실업률도 전후 최악 수준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잃어버린 20년이다.”

일본에서 요즘 경제 이야기를 할 때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목소리다. 1990년 거품이 붕괴되고 10년간의 고통 끝에 한때 나아진 듯한 경제가 다시 흔들리면서 하는 얘기들이다.

일본 경제는 2000년대 들어 잠시 회복기를 맞았지만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3년5개월 만에 디플레이션을 공식 선언했다.
 
지속적인 물가하락이 기업의 수익을 악화시켜 임금인하, 고용상황 악화를 초래하고 물가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진단이다.

지난해 1·4분기 물가지수는 마이너스 0.8을 기록했고, 2·4분기와 3·4분기에도 각각 마이너스 0.4와 마이너스 0.5에 그쳤다.
 
물가는 7개월째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연 40조엔에 달하는 수요·공급의 차이가 물가하락을 부채질했다. 실업률 역시 지난해 7월 5.7%로 전후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한 이후 5%선에 머물고 있다.

올 들어 완만한 상승세로 돌아서는 지표들이 눈에 띄지만 여전히 침체상황이다.

일본은 1960~70년대 자동차, 전자산업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눈부신 고도성장을 이뤘다. 우수한 품질과 저임금을 무기로 한 수출주도형 경제는 엄청난 달러를 안겨줬고 국내총생산(GDP)은 매년 5% 이상의 신장세를 보였다.
 
거침없던 성장은 90년대에 닥친 ‘거품 붕괴’로 멈췄다. 고도 성장의 종언을 고한 전환점이 온 것이다.

거품이 꺼지자 일본 정부는 인위적 경기 부양에 나섰다. 초기부터 막대한 규모의 재정을 투입, 소비를 진작시키고자 했다. 90년 연 6%였던 정책금리는 제로금리까지 내려갔다. 건설 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형 토목공사를 벌였다.
 
은행을 살리기 위해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었다. 90년부터 2005년까지 일본 정부는 15차례에 걸쳐 1500조엔의 재정을 투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잘못된 대응이었다. 무리한 부양책은 재정적자를 엄청나게 늘렸다. 이를 메우기 위한 세금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소득이 줄어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고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장기 디플레이션 악몽의 시작이었다.




문제는 장기 불황을 해결할 만한 돌파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잃어버린 20년, 30년’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초고령화’로 들어선 일본의 사회구조적 문제는 디플레 장기화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총무성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2890만명. 전체 인구의 25%다. 노동인구 비율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상태이거나 구직활동을 하는 노동인구는 6617만명(59.9%)으로 나타났다. 53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60% 아래로 떨어지기는 처음이다.
 
고령화로 인해 70년대 초반 20%가 넘었던 가계저축률도 낮아지고 있다. 경제성장을 밀어줄 추동력이 점차 힘을 잃고 있는 것이다. 과도한 국채도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지난해 일본의 국가부채는 GDP 대비 218.6%인 871조5100억엔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44조엔의 추가 국채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900조엔 돌파는 시간문제다.

물가하락 추세가 해소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90년대와는 달리 현재의 물가하락은 국내외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족에 기인한다. 이는 기업 수익의 악화로 이어지고 임금 삭감→개인소득 감소→수요 부족의 악순환의 덫에 빠져 경기침체를 장기화시킬 우려가 있다.
 
디플레 상황이 해소되려면 2012년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경제평론가 가쓰마 가즈요는 “디플레가 문제시되는 것은 사회의 신진대사를 방해하기 때문”이라며 “돈이 돌지 않으면서 고용이 감소하고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막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쿄 | 조홍민 특파원 dury129@kyunghyang.com>


■한국은...

정부 ‘선제대응’ 호언에도 성장동력 훼손 ‘거품’ 키워
저출산·고령화 해법 못찾아
국가도 가계도 부채 빨간불
고용없는 성장·양극화 가속


“한국과 일본은 다르다. 일본이 어떻게 실패했는지 아는데 그 길을 가지는 않을 것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18일 한국이 일본 경제를 닮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같이 말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성장동력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이 제대로 하지 못했던 서비스산업 육성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고,
 
부동산 거품은 일본의 1990년대만큼 심각하지 않은 데다 대출규제 강화를 통해 선제대응하고 있으며 국가부채 역시 일본만큼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성장잠재력의 훼손과 소득격차 확대, 국가와 가계의 부채 급증 등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이 먼저 밟아간 궤적에 올라타고 있다는 것이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4.0%에서 2020년에는 2.96%로 하락하고, 2050년에는 0.48%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산됐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상승의 우려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로 그 나라 경제의 기본체력을 의미한다.



잠재성장률이 급락하는 이유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고령화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의 생산가능 인구(15~64세)는 올해 3561만1000명에서 2016년(3619만명)을 정점으로 급감하기 시작, 2050년에는 2242만4000명으로 줄어든다.
 
반면 고령(65세 이상) 인구는 올해 535만7000명에서 2050년 1615만5000명으로 3배가량 늘어난다. 생산활동을 통해 부를 창출해야 할 사람들은 부족해지는데 부양받아야 할 고령층은 늘어나니 경제 체력이 바닥날 수밖에 없다.

저출산·고령화로 경제활동 및 소비시장이 위축되고 고용환경이 악화되면서 국민들의 생활기반이 약화되고 이는 다시 저출산 심화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것이다. 고령화에 기술혁신까지 더해지면서 소득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도 미래를 어둡게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율(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보다 0.6%포인트 증가한 15.2%를 기록하는 등 매년 높아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사회가 발전하면서 사회복지가 늘 수밖에 없지만 고령층에 대한 복지와 함께 직업훈련 등 젊은층에 대한 생산적 복지도 균형을 이뤄야 저출산의 함정에서 헤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와 가계 부채는 더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플러스 성장을 하며 선방했지만 그 대가로 국가와 가계의 부채는 급증하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국회에서 “최근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가계부채 문제”라고 말할 정도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개인(가계+개인기업+민간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는 854조8000억원으로 2005년 말(601조9000억원)에 비해 42% 급증했다.
 
특히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40%를 넘어서 미국이 금융위기를 맞던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집값은 상승하다 보니 국민들이 대거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개인의 주택대출은 36.0%(24조5400억원) 늘어났다. 빚이 늘어나면 당장 국민들의 소비가 위축돼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준다. 향후 금리가 상승하고 집값 하락 현상이 발생하면 가계파산과 금융부실의 연쇄 파국으로 이어질 우려도 높다.

국가채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정부는 위기 극복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면서 국가채무는 한 해 동안 57조원이 급증한 366조원에 달했다. 급증하는 국가채무는 결국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고 이는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리며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흔들 수밖에 없다.


<김준기 기자 jkkim@kyunghyang.com>/ 경향신문 2010.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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