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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백세

자연과 함께 느리게 살자

희망연속 2010. 3. 20. 12:59

[여적]건강 장수마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중국 신장성을 향해 뻗어 있는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옛 실크로드를 따라 조성된 길이다. 이 길을 따라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해발 2500m 고산지대에 자리잡은 훈자마을을 만날 수 있다.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인더스 강물이 흐르고, 뒤편으로 보이는 산에는 만년설이 덮여 있다. 봄이면 살구꽃이 만발하고, 가을이면 단풍이 마을을 한 폭의 그림처럼 수놓는다.
 
태곳적 신비로움마저 간직해 일본 만화작가 미야자키 하야오가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그리면서 무대배경으로 삼기도 했다. ‘세상 일 따위 다 잊어버린 채 머물고 싶어진다’는 게 여행객들의 감상이다.
 
훈자마을은 풍광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세계 최장수 건강마을로도 유명하다. 107살 할머니가 90살 먹은 아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동네라고 한다.



“100세 건강 우연이 아니다.”
 
세계에서 소문난 장수마을들을 답사하고 체험기를 낸 강릉원주대 이원종 교수의 말이다.
 
이 교수는 훈자마을을 비롯해 일본 오키나와, 중국 루가오·바마, 에콰도르 빌카밤바, 그루지야 캄카스, 이탈리아 사르데냐·캄포디멜레, 불가리아 로도피 산맥, 프랑스 남부 등 세계 10대 장수촌을 돌며 환경과 음식, 생활습관 등을 조사했다고 한다.
 
장수촌 사람들의 건강 비결은 친환경 채소를 먹고, 식사 때 많이 씹으며, 햇빛을 많이 쬐고, 꾸준한 운동을 한다는 것 등이었다.

국내에도 장수마을로 소문난 곳이 제법 있다. 타임지는 2003년 전북 순창을 세계의 장수마을로 소개한 바 있고, 전남 순천 역시 맑은 자연환경을 유지해 장수노인이 많은 곳으로 꼽힌다.
 
전남 여수시 돌산읍 평사리와 소라면 현천리, 화양면 장수리도 장수마을로 유명하다. 80세 안팎의 노인들이 갯벌에 나가 조개 등 수산물을 직접 채취한다고 한다. 제주도와 경북 북부지역도 장수촌이 많은 지역으로 선정됐다.

국내에서 가장 건강한 마을은 전북 임실군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가 그제 발표한 ‘2009년 지역사회 건강조사’에 따르면 임실군 사람들은 우울한 감정이 없고, 자살 생각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음주·흡연율과 스트레스 등도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고 한다.
 
해마다 장수 건강비결을 묻는 각종 조사들이 반복되지만 메시지는 한결같다. ‘자연과 함께 느리게 살자’는 것이다.


<박성수 논설위원>/경향신문 2010.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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