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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의 정체

희망연속 2009. 9. 10. 20:05

[이덕환의 과학세상] (229) 막걸리의 정체는

■ 바이오 & 헬스

막걸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고 있는 모양이다. 한 해 사이에 매출이 10배 이상 늘어나고 폭발하는 수요를 맞추지 못해서 제한 출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어려웠던 시절 주린 배를 채워주던 값싸고 걸쭉한 막걸리가 이제는 훌륭한 고급 `웰빙주'로 변신해서 호텔이나 고급 식당으로 진출하고 있다.
 
일본에서의 인기는 그야말로 폭발적이라고 한다. 지난 10년 사이에 막걸리 수출이 8배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막걸리는 쌀처럼 녹말이 풍부한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 우리의 대표적인 전통 민속주다. 찹쌀과 같은 곡물을 쪄서 만든 누룩에서 나온 효모(酵母)를 이용한다.

 
누룩이 쌀이나 밀의 녹말에서 분해된 당(糖)을 알코올로 발효시키는 발효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제조 과정은 단순하다. 곡물을 찐 후에 누룩 가루와 함께 물에 넣어 발효가 잘 되도록 따뜻한 상태로 열흘 정도 기다리는 것이 전부다.

발효가 충분히 진행되고 나면 채로 거른 후에 물을 타서 알코올 농도가 6% 정도 되도록 만든다. 막걸리는 누구나 쉽게 만들어 마실 수 있다. 발효 과정에서 생긴 이산화탄소가 남아서 걸쭉한 느낌이 나는 것이 막걸리의 매력이다.
 
더욱이 막걸리에는 상당한 양의 곡물 찌꺼기가 남아있고 유산균 등이 들어있기도 해서 영양학적으로도 다른 술과 차별화 된다.
 
요즘 막걸리가 `웰빙주'로 환영을 받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전해진 것으로 보이는 막걸리는 사용하는 곡류와 누룩의 종류, 발효의 방법, 그리고 술을 거르는 방법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진화해 왔다.
 
거친 채로 걸러서 만든 걸쭉한 막걸리나 탁배기도 있고 윗말국을 따른 동동주도 있고 용수를 박아서 만든 청주도 있다. 막걸리나 탁배기는 주린 배를 채우기에 좋고 청주는 제례에 쓰기도 한다.

막걸리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국민주'였다. 그러나 쌀이 부족해지면서 밀가루를 원료로 사용하고 발효 온도를 높이기 위해 불법으로 카바이트를 사용하면서 소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더욱이 서민용 술이라는 이유로 낮은 주세(酒稅)가 부과되는 막걸리는 제조 원가와 상관없이 `싸구려 술'로 인식되기도 했다.

막걸리를 생산하기는 쉽지만 장기간에 걸쳐 대량으로 유통시키기는 쉽지 않다. 막걸리에 남아있는 곡물과 효모 때문에 유통과정에서도 발효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유통과정에서 생긴 이산화탄소 때문에 포장이 손상되기도 하고 자칫하면 아세트산 발효까지 더해져서 애써 만든 막걸리가 신맛이 나는 식초로 변해버려 상품성을 떨어져 버리기도 한다.

냉장 기술을 이용해서 유통을 시키면 포장된 막걸리의 발효를 어느 정도 억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만든 생막걸리의 유통 기간을 열흘 이상으로 늘이기는 쉽지 않다. 발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생막걸리의 품질을 정교하게 관리하기도 어렵다.

요즘의 막걸리 열풍은 새로 도입한 새로운 기술 덕분이다. 샴페인 제조에 사용하는 것과 같은 발효 제어 기술을 이용하면 유통 기한을 한 달까지 연장할 수 있다.
 
생산된 막걸리에 남아있는 누룩 찌꺼기를 빼내는 것이 핵심이다.
 
우유 제조에 사용하는 저온 살균법을 사용하면 유통 기간을 더욱 늘일 수 있다. 요즘은 유통 기간이 1년이 넘는 막걸리도 등장했다. 발효가 정지된 막걸리는 종이팩, 캔, 유리병 등을 이용해 다양하게 포장을 할 수도 있다.

우리 전통 음식의 세계화 소식은 언제나 반가운 법이다. 김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막걸리도 우리를 대표하는 전통 문화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뜻밖이다.
 
그렇다고 근거도 불확실한 의학적 효능을 강조하는 것은 현명한 전략이라고 하기 어렵다.


서강대 교수/화학ㆍ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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