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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먹거리

양평군 지평 막걸리

희망연속 2009. 6. 11. 16:18
       
나는 막걸리를 퍽이나 좋아한다

막걸리는 배가 불러지고

목마름을 다신다

선조 대대로

우리 민족은 이 막걸리를 마셨다

오늘의 발전도 막걸리 때문이다

오늘도 막걸리

내일도 막걸리

어찌 잊으랴 이 막걸리를

 

 




25년 전, 천상병 시인이 문학지에 발표했던 시다.

이 작품 외에도 그는 여러 차례 막걸리 사랑을 시로 썼다.

심지어 막걸리는 술이 아니라 밥이며, 즐거움을 주는 '하나님의 은총'이라고도 했다.

막걸리는 한국인의 '소울 푸드(soul food)'다. 막걸리는 단순히 '술'이라 칭하기 어려운, 천상병 시인의 말대로 우리를 배부르게 만들어 주는 '먹을거리'에 더 가깝다.

'막걸리를 마시다'라는 말은 단순히 술 한 잔 한다는 의미, 그 이상이다. 값 싸고 배부른 술이라 서로 권하기도 좋고, 마음의 부담이 없으니 마시는 동안 여유롭다.

막걸리 맛의 핵심은 신선도다. 만든 지 며칠 되었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막 만든 막걸리는 맑은 요쿠르트같다. 술도가의 비결에 따라 그 맛이 각기 다르다.

우리가 쌀로 만든 탁주를 마신 기록이 고려시대부터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무튼 막걸리는 본래 쌀로 만든 술이었다. 먹을 쌀도 모자라던 1960년대에는 쌀로 술을 빚지 말라는 금지령이 내려졌다.

그 바람에 한동안은 밀로 만든 막걸리를 마셔야 했다. 금지령이 풀린 것이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이다.

다시 쌀로 만들 수 있게 되었으나 소비자들의 입맛이 사뭇 달라진 후였다.

한동안 고전하던 막걸리는 요즘 들어 쌀이 주원료인 웰빙주로 인기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 학사주점에서 긴자까지

요즘 학생들은 어찌 노는지 잘 모르겠다. 서울 홍대 앞에는 '클럽 데이'라는 것도 있고, 마음만 먹으면 참여할 수 있는 콘서트나 전시회 같은 문화 행사도 예전에 비해 많아졌다.
 
하지만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 앞에는 '학사주점'뿐이었다. 막걸리에 부침개나 두부, 아니면 도토리묵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가 끊이지 않던 시절이었다.

노래방이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 밀려 하나 둘 사라진 학사주점의 막걸리는 그동안 전주나 해남에서 간간이 만날 수 있었다.

전주의 유명한 막걸리 골목에서는 막걸리 3병 값으로 무한정 제공되는 안주까지 즐길 수 있어 관광 코스로 꼽힐 정도다.
 
해남에 내려갈 때마다 들르게 되는 '산이 주조장'에서 신선한 막걸리를 사서, 대흥사 앞 유선관 마당 평상에 앉아 마시고 있자니 옆 방 일행이 '산삼면' 막걸리와 한 병씩 바꿔 마시자 했던 일도 있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산이면, 산삼면은 이웃한 마을이지만 막걸리 맛은 서로 달라서 흥미로웠다.

이제는 피맛골도 사라진 마당에, 서울을 벗어나야 맛 볼 수 있었던 막걸리가 일본 도쿄에 상륙했다는 뉴스를 본 것은 2년 전이었다. 실제로 도쿄에서 지하철을 탔다가 한국 막걸리 광고판이 붙어 있는 것을 보기도 했다.
 
서울의 명동에 해당하는 오래된 동네 긴자에 있는 한국음식점에서는 막걸리가 한 잔에 오륙백 엔, 우리 돈으로 천원 좀 안 되는 가격이다.

페트병에 담긴 살균 막걸리로 맛을 들였지만, 한국에 여행 오면 반드시 생막걸리를 마셔보겠다는 일본인 친구는 서울에서 가까운 술도가가 있는지 나에게 물었다.
 
효모가 살아있는 생막걸리는 피부 미용에 좋고, 장 운동을 돕는다고 설명하던 중, 1920년대부터 막걸리를 만들어오고 있는 경기도 '지평 막걸리'가 떠올랐다.

쌀 막걸리의 참맛을 보여주는 지평막걸리는 마시는 내내 누룽지 맛이 구수하게 맴돌 만큼 '쌀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전혀 텁텁하지 않고, 끝맛은 쌉쌀하기 때문에 질리지 않고 오래 마시게 된다.
 
나들이 삼아 막걸리 사러 다녀오면, 하루를 못 참고 그날 저녁 마셔버리게 되는 맛.

막걸리를 마실 때는 그저 맛있는 김치 한 가지면 충분하다. 잘 익은 김치를 찬으로 삼아 밥 먹듯 천천히 마신다. 무언가 따끈한 안주를 곁들이고 싶다면 두부를 바짝 지져내면 그만이다.

막걸리가 인기를 회복하면서 가격을 높인 프리미엄 막걸리 등에 관한 뉴스가 나돌아 벌써부터 걱정이다. 막걸리는 내 주머니를 위협하지 않는 다정한 맛이 매력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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