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오래된 차 관리는 기본에 충실하게 본문
"어머! 저 차 뭐야?" 지난 10일 과천 대공원에서 만난 송씨와 임씨의 올드카는 행인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요즘 영화 ‘워낭소리’가 화제다. 평생 땅과 함께 살아온 늙은 농군과 소의 30년에 걸친‘따뜻한 교감’에 100만의 관객이 공감했다. 독립영화 사상 전대미문의 기록이다.
이번 기사의 주인공들을 만나면서 문득 이 영화가 떠오른 것은 우연일까. 자동차 매니어가 아니면 이름조차 생소한 1987년식 ‘프레스토’와 송인규(51)씨, 1971년식 ‘뉴코티나’와 임기상(51)씨. 이들의 관계는 단순히 오너와 운행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가족 못잖은 삶의 동반자다.
첫 애마는 곧 마지막 애마 마이카 붐이 일던 80년대. 송인규(당시 29세)씨는 700만원을 들여 프레스토를 장만했다. 22년이 흐른 지금, 사회적·경제적으로 웬만큼 기반을 잡았지만 그의 애마는 여전히 프레스토다.
계기판 주행거리는 40만km를 훌쩍 넘겼지만 파워나 외견은 옛날 그대로다. 시속 160km도 거뜬히 달려내 세월의 흐름을 무색하게 만든다. 송씨는 “프레스토를 갖고 계신 분들이 꽤 있지만 개조는커녕 도색 한 번 안한 건 제 차 뿐일 겁니다”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국내 자동차 교체주기는 평균 6~7년. 그만의 관리 노하우가 궁금했다. “그때그때 차 상태에 따라 교체해야 할 것을 바로 바꿔주는 것이 전부”라면서 “차는 운전자 하기 나름”이라 덫붙였다. 기본을 지키는 평범함이 가장 특별한 관리법이란 얘기다.
송씨는 꼼꼼히 차계부를 정리하진 않지만 주행 중 이상한 소리나 냄새가 나면 바로 점검한다. 딴 건 몰라도 자동차 소모품에만은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소모품 교체비용을 가욋돈 지출이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면서 자동차를 오래 타기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임을 힘주어 말했다.
외관관리법 역시 간단했다. 일주일에 두 번, 맹물 세척 및 걸레로 닦아내는 것이 전부. 송씨는 “비누나 세척제에 함유된 계면활성제(물과 기름을 섞이게 하는 물질)는 자동차의 미세한 틈 사이로 스며들어 녹스는 원인이 된다”며 맹물세차의 이유를 설명했다.
차를 바꿀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그는 정색을 하며 답했다. “전 한 번 산 물건은 안 버려요. 끝까지 함께 갈 겁니다. 나중에 현대자동차가 박물관을 지으면 기증할 수 있도록 처음 모습 그대로 관리할 생각이에요.”
38년 된 중고차를 10년 넘게 타는 법 “이 차 출고 당시 가격이 250만원 쯤 됐어요. 가치를 따지면 아마도 지금의 강남 아파트 한 채 값 정도랄까. 사회적 지위와 부의상징이었죠.”
클래식한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 1971년식 뉴코티나. 호사가들의 컬렉션으로 집에다 모셔두어도 손색 없는 올드카가 고속도로를 달린다. 핸들을 잡은 이는 ‘자동차 10년타기 운동’을 펼치는 자동차시민연합대표 임기상씨. 28년 된 중고차를 한 의과대학 박사에게 넘겨 받은 이래 10년간 내몸처럼 아껴왔다.
구입 당시 주행거리가 40만km를 넘은 터여서 몇 군데 리모델링이 필요했다. 새로 도색하고 갖가지 소모품을 최고급으로 교체했다. 새로 태어난 그의 애마는 영화 ‘친구’와 ‘번지 점프를 하다’에 출연하며 웨딩카로도 인기를 얻었다.
‘출연료로 밥값은 충분히 한다’는 임씨의 뉴코티나는 고장 한 번 없이 20만km를 더 달렸다. 연비는 1리터에 13km. 그의 관리법 또한 송씨와 같았다.
에어클리너 및 점화플러그 정기교환, 엔진오일·타이어 공기압 주기적 점검 등이 기본이다. 나머지는 운전습관에 달렸다. 최대 시속 130km까지 달릴 수 있지만 가급적 경제속도(시속 60~80㎞)를 유지한다.
“급제동·급가속은 연비 뿐 아니라 자동차 수명의 공공의 적”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뉴코티나의 유일한 단점은 에어컨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름철 임씨의 차 안은 찜질방을 방불케한다. 이런 이유로 가족들의 항의가 만만치 않다. 아들은 아버지와 외출할 때면 자동차를 타지 않겠다며 지하철노선도를 꺼내들 정도.
하지만 임씨의 뉴코티나 사랑은 변함없다. “최신형 벤츠와 교환하자”는 지인의 제안도 거절했다. 그는 “최신형 벤츠야 돈만 있으면 언제든 살 수 있지만, 이 뉴코티나는 억만금 주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귀한 자산”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프리미엄 이유림 기자 tamaro@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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