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브론즈 마우스'상에 빛나는 '시선집중'의 손석희 본문
손석희의 '시선집중'
우리나라 시사프로의 대명사다.
그런 시선집중이 2008년 12월 10일자로 탄생 10년이 되었다. 그래서 MBC에서 '브론즈 마우스상'을 수여했고 그 자리에서 손석희의 좀더 인간적인 모습이랄까 그런 모습이 보여졌다.
까다롭기로 정평이나 출연자 섭외가 힙들다는 그의 프로가 10년이나 넘게 진행된 사실에 나 역시 경하해 하고 싶다.
손석희 앵커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촌철살인의 대가'쯤으로 정리될까.
불편부당, 공평무사한 그의 탁월한 진행솜씨는 역사에 길이 남을 정도로 높게 평가하고 싶다.
내가 손석희씨를 더욱 좋아하는 것은 약자, 소외된 자에 대한 배려의식이다.
그는 아나운서로, 명 사회자로 일류의 반열에 올라있지만 늘상 위만 쳐다보지 않고 오히려 눈을 낮추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가 더 좋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별로 눈치 채지 못하고 있을지 모르겟지만............
앞으로도 좀더 소외된 계층, 불우이웃, 아직도 어려움속에 지내고 있는 사람과 그런 사연들을 찾아내서 세상에 소개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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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앞에서 말하기 참 그렇네. 허허허. 그냥 제가 말씀 드린 그대로만 좀 써주세요. 우리 라디오 인터뷰처럼……." 방송에선 까칠하고 날카로운 질문으로 상대방을 주눅 들게 하기 일쑤인 손석희 교수(이하 존칭 생략), 그도 인터뷰를 당하는 자리에선 달랐다.
라디오 진행 10년을 기념해 10일 열린 MBC '브론즈 마우스' 수상 뒤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손석희는 계속 멋쩍은 웃음을 흘리고, 조심조심 말했다.
말하고 나서도 혹시라도 이게 왜곡돼 기사가 나갈까 신경 쓰며 재차 설명하고 당부했다.
급기야 기자간담회가 끝나갈 무렵, 그가 오늘 이 자리를 얼마나 피하고 싶었는지 토로했다.
"아까 '은둔자' 이야기 나왔잖아요. 오늘 같은 날은 밝은 세상에 갑자기 내팽개쳐진 느낌이에요. 오늘 자리도 어떻게 하면 피해갈 수 있을까? 기자간담회에 대해 (안 가면 안 되냐고?) 본부장한테 말했더니 안 된다고 하세요. 하하하. 이렇게 내동댕이쳐진 느낌…… 허허허."
아무렴 손석희와 생방송으로 '나 홀로' 마주선 데 비할까 싶지만, 그래도 신기하다. 라디오도 TV도 생방송만 하고, 그것도 대한민국에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을 앞에 두고도 조금도 쫄지 않고 할 말 다 하고, 물을 말 다 묻는 그도 쑥스럽고 껄끄러울 때가 있다니.
"이게 다 업보입니다. 그래도 손석희 같은 인터뷰어를 만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아셔야죠"라며 놀리고 싶었달까? ^^;
프로 진행자, 시사 인터뷰어로써 그는 예리한 '추격자' 스타일이다. 워낙 이 판이 사람이 없기도 하지만, 날카로운 인터뷰하면 손석희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 예의는 차리되, 날카로움도 잊지 않는다.
다른 시사프로 진행자가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는 '상담자' 역할을 할 때, 손석희는 날카로운 질문으로 그들을 몰아세웠다. 몰고 몰아 진실을 끄집어냈다. 시사프로 진행자가 '무르팍도사'인 양, 게스트들이 무슨 말을 해도 최면 걸린 인형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무르팍이나 칠 때, 손석희는 되물었다.
"알면서 왜 하셨습니까?"
2004년 3월 <100분토론>에서였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다. 거센 탄핵 반대 물결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이 "탄핵안 가결은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노무현 대통령의 정략"이란 황당한 주장을 펼 때였다.
그는 어물쩍 넘어가지 않았다. 다른 게스트한테 마이크를 넘기지도 않았다. 논리적 허점이 보이자마자, 그는 재빨리 파고들었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았다. 어퍼컷을 날렸다. 빈틈을 보고 파고드는 복서가 따로 없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 라디오 프로에서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브리짓 바르도와 대선 출마를 앞둔 이명박 그 당시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그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설전을 벌였다.
파고드는 품새가 어찌나 날카로운지, 펜싱대회인 양 "창! 창!" 경쾌하게 칼이 부딪히고 쉭쉭 바람을 가르고 칼을 쭉 내뻗는 소리가 나는 듯 했다. 오죽하면 설전 끝에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그에게 물었다.
"지금 저하고 싸움 하자는 거예요?" 하지만 시사프로의 프로인 그는 들이받지도 납작 엎드리지도 않고 얼른 상황을 매끄럽게 정리했다. "그렇진 않습니다. 질문을 바꿔 보겠습니다"
깔끔했다. 그다웠다. 그러고 보면 그는 인상도 깔끔하고 말투도 깔끔하다. 엄벙덤벙 흘리지도 않고, 빙빙 돌려 사람 울화를 긁지도 않는다. 그런 이미지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손석희의 시선집중> 진행만 8년, <100분토론> 진행도 벌써 7년이다. 7, 8년을 민감한 이슈에 민감한 사람만 끌어다놓고, 민감한 질문만 던져댔으니, 그럴 만도 하다. 예전 뉴스에선 또 어땠고? 현실의 손석희는 어떻냐 질문에 그는 "허허허" 웃으며 말했다.
"<100분토론>도 그렇고, '시선집중'에서 보여지는 이미지가요. 정말 다시 말씀 안 드려도 대략 그런 쪽으로 잡혀있어서, 평소 말할 때도 힐난 받는데, '지금 '시선집중' 하냐?' 그런 말을 들어요.
사람들이 그런 이미지로 받아들여 오해하는 경우도 좀 있는데 제 딴엔 전혀 그런 생각은 아니라고 매우 부드럽게 말하는데요."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딴엔 억울하겠다. 그냥 평소 말하듯이 해도, 그 말투가 어디 가겠나? 그리고 솔직히,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에 누가 나가고 싶겠나?
날카로운 질문을 눈 하나 깜박 안 하고 마구 던져댈 게 뻔한데? 더구나 그는 강호동처럼 다독이지도, 어느 선에선 도망갈 길을 슬쩍 터주지도 않는다.
대답하면 맞장구가 아니라,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맞장을 뜨는데 누가 무섭지 않겠나?
산전수전 다 겪어 날고기는 정치인이라도 그한테 추궁당하고 싶지 않겠다.
더구나 한 번 추궁당해, 그 '굴욕'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본 이라면? 한 번은 나가도 두 번은 절대 안 나가겠다. 이러니 섭외가 쉬울 리가 있나.
"본인이 코미디라고 했던 정치에 왜 발을 들여놓으려고 하시는 걸까요?" 2006년 대선 후보시절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왔다가 이런 소릴 한 번 들은 바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과연 그의 프로에 다시 나가려고 할까?
그가 아무리 섭외 1순위라고 말해도? 이래저래 섭외하는 작가들, 정말 고생 많겠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섭외? "잘 안 된다"고 토로했다. ㅋㅋ
"좋은 이야기라면 나와 주시는데, 시사적인 게 그렇지 않은 게 많으니 잘 안 나오세요. 겨우 모셔왔는데 진행자 질문 날카롭고 그러면 다음에 안 나올 가능성 많아요.
그런데서 고민하죠. 청취자에게 '이렇게 어렵게 모셨는데 곤란한 질문 많이 들어가면 다음에 안 나오기 때문에 오늘 질문을 부드럽게 하겠습니다' 할 수 없어서 늘 고민하죠.
그래도 '시선집중'이 가진 나름대로의 위상이랄까. 그런 것 때문에 그래도 많은 분들이 나와 주시는 편이 아닌가……. 이렇게 말하면 제작진들이 거짓말하고 있다 생각할 거예요. 허허허."
이래놓고 그가 또 덧붙였다.
"잘 피해가고 있죠. 지금까지?"
그리고 씨익 웃었다. 직설적인 농담에 기자들도 웃었다. 정말 잘 피해가고 있었다.
대답하기 싫지만 대답도 해야 하고, 혹시라도 민감한 이야기가 요상하게 기사 떠서 피해 가지 않게 피해도 가야하고, 그렇다고 그도 이쪽 일 오래 해봐 알 테지만, 건질 것 하나 없는 하나마나한 말만 해서도 곤란하고. 그런 오만 가지 생각을 하는 게 보이는 듯 했다.
때론 직설적인 질문에 그는 농담을 섞어 받아쳤다.
3년 전 MBC 사직할 때 앞으로도 MBC만 한다고 했는데, 앞으로도 그럴 거냐? 다른 방송국 방송은 안 하냐는 질문에도 그랬다.
"다른데 가지 않냐구요? 갈 겨를도 없을뿐더러 MBC에서 절 내치지만 않는다면 당연히 MBC에서 일해야겠죠."
그래놓고 또 재빨리 덧붙였다.
"그러면 이렇게 쓰겠죠? '내치면 딴 데 일한다' 하하하. 저도 나름 인터뷰 오래 해서……."
하여튼 MBC에 대한 그의 의리는 알아줘야 한다. 그렇게 꼿꼿하니, 아무리 콜이 와도 정치를 하겠나? 거긴 '꼿꼿'이 아니라 넙죽넙죽 엎드리고, 간과 쓸개는 용왕 만난 토끼인 양 빼놓고 다녀야 하는 곳인데?
진짜 싫은 인간도 보고픈 친구라도 만난 척 웃으며 악수를 하는 곳인데? 인터뷰 때도 '연기'가 안 되는 그가 평소에 그런 '연기'가 될까?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연출하는 한재희 PD는 손석희의 장점에 대해 "균형감각, 핵심을 빨리 집어낼 줄 안다"는 말과 더불어 한 가지를 콕 찍어 덧붙였다. "나오는 분들 중엔 고위급도 계신데, 그런 분들과 질문자로서 눌리는 게 없어요.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해요."
어디 눌리지 않다 뿐인가? 되레 누르는 건 아니고? 원래 방송 프로 진행자가 상대방에게 눌리면 안 된다.
정치부 기자나 시사 진행자는 더 그렇다. 눌리면 기게 된다. 차마 날카로운 질문은 못 던진다.
굽신굽신하기 바쁜데, 그가 파르르 떨며 눈에 도끼를 품을 질문을 감히 어떻게 던지겠나?
손바닥이나 비비다 끝나고 말지. 그리고 그런 진행자? 가끔 TV에서 본다. 보면 안 됐다. 또 보면, 생각한다. 지금 접대하러 나왔냐? 아주 경배를 드려라.
그는 자신의 단점에 대해 "사람을 많이 탄다"며,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잘 안 된다. 연기가 안 되는 거랑 마찬가지인데 제 단점"이라고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또 MBC 라디오 '김미화의 세상은 그리고 우리는' 을 진행하는 김미화를 극구 칭찬했다.
"시사프로가 그렇게 따뜻할 수 있나요? 거기 나오는 패널들이, 제 프로에 나오면 굉장히 굳어서 하는데, 거기만 나가면 우리 프로에서 안 하던 말들도 잘 하는지 대단한 능력이라 생각해요."
그가 특유의 말투로 말했다.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손석희만 만나면 굳는 사람들' 모임이라도 만들면 재밌겠다. 대다수 정치인들이 물밀듯이 가입할 테니. 하지만 켕기는 게 있으니 굳는 거고, 굳어서 방어하기 급급한 분들에게 날카롭게 파고드는 시사프로 진행자가 그 말고 또 있나?
김미화가 햇볕처럼 따뜻함과 편안함으로 상대방을 녹인다면, 손석희는 레이저 광선처럼 예리하고 투명한 날카로움으로 상대방을 찔러댄다. 옴짝달싹 못한 게스트는 결국 자기도 모르게 속내를 드러낸다.
답변하는 이는 불편할지 몰라도, 그를 구경하는 우리들은 통쾌하다. 재밌다. 속이 다 시원하다. 게스트가 당황할 때마다, 짜릿짜릿하다. 또 해줘, 또 해줘. 할짝할짝대며 기다린다. 누가 그렇게, 얄밉도록 대범하게 물어줄까? 묻는 게 아니라 아주 멨다 꽂는 진중권 빼고.
앞으로도 시사프로 진행자와 대학 강의만 할 거냐는 꿍꿍이 어린 질문에, 그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다른 거 뭐 할 거 있나요?"
그러게, 다른 거 뭐 할 게 있을까? 지금도 충분히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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