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레나테 홍, '47년만의 포옹' 스토리(상) 본문
생이별한 지 47년 만에 평양에서 동독 유학생 출신 남편 홍옥근(74)씨를 만나고 5일 독일로 돌아온 레나테 홍(71) 할머니의 상봉기를 세 차례에 걸쳐 나눠 싣는다. 홍 할머니가 두 아들, 남편 홍씨와 함께 지난달 25일부터 10박 11일 동안 평양과 인근 명승지를 둘러 본 인상과 소감을 밝힌 것을 받아 정리했다.
초청자인 북한 적십자회 직원 두 명과 통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우리에게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전해주었다. 꿈에도 그리던 남편 홍옥근이 공항 청사에 나와 입국장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름 중절모를 쓰고 반소매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차림새는 1950년대 동독 유학 시절처럼 깔끔했다. 나는 물론이고 두 아들과 남편은 잠시 우두커니 서서 서로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러곤 한 사람씩 포옹했다. 남편은 이 자리에 북한에서 재혼해 낳은 큰딸 광희(40)를 데리고 나왔다. 그는 “광희 밑으로 36, 33세 된 남동생 둘이 더 있지만 함께 오지 못했고 재혼한 아내는 많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남편이 다소 어색하게 준비한 꽃다발을 내게 건네주었다.
통역 아가씨는 이곳이 남편과 딸 광희가 머물고 있는 숙소라고 했다. 호텔에 들어가 30분간 적십자가 준비한 3쪽 분량의 북한에서의 일정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 적십자회의 간부 이씨와 담당 여직원인 박씨는 “가족 상봉을 위해 외국에서 찾아오기는 처음”이라며 친절하게 대해 주려고 무척이나 신경을 썼다. 남편 홍옥근은 처음엔 약간 서먹해 했지만 곧 예전의 활달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는 47년간 독일어로 말해본 적이 없어 대화하는 데 약간 서툴렀지만 개의치 않았다. “왜 이렇게 늦게 찾아왔소?” 그의 갑작스러운 짓궂은 질문에 순간 당황스러웠다. 유학 시절에도 그는 농담을 즐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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