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레나테 홍 '47년만의 포옹' 스토리(하) 본문
북한에 머무르는 열하루 동안 나와 두 아들은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 남편 홍옥근이 북에서 재혼해 얻은 자식들도 우리 가족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맏딸 광희(40)는 모든 일정을 우리와 함께하며 정이 푹 들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떠나던 날 공항에서 그는 눈이 벌겋게 될 정도로 많이 울어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처음 남편이 공항에 아무런 예고 없이 광희와 불쑥 나타났을 때 우리는 적잖이 당황했다. 남편의 북한 가족이 혹시라도 상처나 받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봉 분위기는 어색해지고 불편해질 것이 뻔했다. 그러나 그런 상상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광희는 맏아들 페터 현철이와 둘째 우베의 친누이동생처럼 다정하게 어울렸다. 식사시간엔 오빠들의 숟가락에 살갑게 반찬을 올려주기도 했다. 때론 젓가락질이 서투른 오빠들을 위해 떠먹여 주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찡했다.
결혼해 세 자녀를 두고 있는 전업주부인 광희는 착한 딸이다. 항상 아버지 곁에서 정성껏 시중을 들었다. 남편의 나들이 옷차림이 깔끔한 것은 광희의 멋진 다림질 솜씨 덕분이었다.
또 사랑과 신뢰를 쌓아 나갔다. 우베는 관심사와 성향이 아버지를 빼닮았다. 남편처럼 화학을 전공해 박사가 된 우베는 남을 웃기고 분위기를 띄우는 명랑한 성격까지 비슷하다. 우베는 아버지를 졸라 이번에 아주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형처럼 한글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홍현호. 우베의 새 한글 이름이다.
당초 예상했던 7박8일간의 체류기간으로는 모두 소화할 수 없어 결국 비자를 연장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귀국 일정이 늦어져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는 독일의 친지들이 몹시 걱정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전해들었다.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던 남편이 슬그머니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려는 것이었다. 남편의 옆모습에서 47년 전 눈물로 범벅이 된 그의 표정이 선하게 떠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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