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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백세

걸어서 국토종단

희망연속 2008. 7. 24. 14:47

[웰빙에세이]강에서도 통행료 받겠네

대운하 대신 웰빙운하 : 산과 강바닥을 파헤치지 말자




  

해남 땅끝 마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한반도 남단을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길은 거리가 얼마나 될까. 820km다. 우리나라 최남단과 최북단을 잇는 이 길이 국토 종단의 정통 코스다.

이제는 걷는 것을 아예 업으로 삼은 김남희씨는 이 길을 29일 동안 걸었다. 하루에 평균 28.3km씩 걸은 셈이다. 40년 평생을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정년퇴직한 황경화 할머니.
 
이 분은 예순다섯에 국토종단에 나서 23일 만에 완주한다. 오지여행가인 한비야씨는 이보다 천천히 49일만에 통일전망대에 도착한다.

공교롭게도 이 세분 모두 여자다. 그런데 이 분들이 걸은 길은 산길과 시골길, 도시의 차도와 인도가 모두 섞인 그야말로 잡탕이다. 하이커를 위한 '전용 트레일'이 아니다.

그 길을 걸은 소감은 어땠을까. 김남희씨는 "길은 위대한 학교였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스승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길을 걷고자 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한마디 덧붙인다.

"장담하건데 우리 나라의 거의 모든 도로에는 도보여행자나 보행인을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전혀 없습니다. 갓길마저 자주 끊기거나 한 사람이 걷기에도 좁은 곳이 일쑤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키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미국에도 유명한 국토종단 코스가 2개 있다. 하나는 동부 애팔래치아 산맥을 타고 가는 '애팔래치안트레일'(AT)이고, 또 하나는 서부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타고 가는 '퍼시픽크레스트트레일'(PCT)이다. 이 코스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나라가 크니 거리도 장난이 아니어서 AT가 3489km, PCT가 4265km다.

미국 북단 메인주에서 남단 조오지아주까지 14개 주를 관통하는 AT를 종주하는데는 4∼6개월이 걸린다. 대개 봄에 남쪽 스프링어산에서 시작해 가을에 북쪽 캐터딘산에서 끝내는데 이렇게 종단하는 사람을 '노보'(North Bounder)라 부른다고 한다. 반대로 북에서 시작해 남에서 끝내는 사람은 '소보'(South Bounder)다.

이 길을 111일동안 걸어서 종주한 '소보' 프랜시스 타폰. 그는 "종주는 그저 긴 도보여행이 아니다. 바로 순례다"라고 말한다.

10여년전 워싱턴DC에서 2시간쯤 달려 쉐난도 국립공원에서 이틀 캠핑을 했는데 거기가 AT 코스의 중간쯤 된다. 우리나라 북악 스카이웨이 같은 호젓한 길이 애팔래치아 산맥을 타고 남북으로 끝없이 이어진다는 걸 그때 처음 알고 정말 놀랐다.
 
고개 구비를 돌 때마다 길목에서 놀던 사슴들이 서너마리씩 숲으로 뛰쳐 들어가는 모습도 잊을 수 없다.

미국은 이 길을 1930년대에 만들었다. 트레일 코스를 그리고 다듬은 다음 곳곳에 하얀색 안내표지를 달았다. AT와 연결돼 있지만 AT에 속하지 않는 길에는 파란색 표지를 달았다.
 
이런 AT를 처음 제안한 사람은 꿈많은 하버드 졸업생인 맥카예였다고 한다. 1921년의 일이다. 우리가 일제 암흑기에 있을 때 미국은 이 길을 구상하고 만든 것이다.

한반도 물길을 이으면 우리도 환상적인 국토종단 트레일을 만들 수 있다. 아름다운 물길 옆에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생태공원이 들어선다면 얼마나 멋있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마음이 설렌다.
 
우리는 걷든지, 자전거를 타든지, 아니면 인라인 스케이트를 굴리든지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국토를 종단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충분할 것을 산과 강바닥을 파헤쳐 인공운하를 건설하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죽어도 배로 가야겠다고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더구나 그 운하를 100% 민자로 만들겠다니 혹시 강에서도 통행료를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조금 가다보니 톨게이트가 나와 현대가 돈을 받고, 다시 조금 가다보니 삼성이 돈을 받는건 아닐까.

그 운하를 물류비로만 따지는 걸 보니 짐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선들만 줄줄이 오가고, 한가로운 작은 배들은 얼씬도 못하게 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된다.
 
그런 끔찍한 물길이라면 차라리 '웰빙 트레일'의 꿈을 접더라도 대운하를 포기하는게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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