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조국의 시간'은 검찰 쿠데타의 시간 본문
'조국의 시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목에 무언가 얹힌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진도가 나가질 않았습니다. 책을 구입하고 앉은 자리에서 하룻만에 독파하겠다고 맘 먹었는데, 다 읽는데 무려 한달이 넘어 걸렸습니다.
'조국의 시간'은 한마디로 검찰 쿠데타의 시간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수사의 재현입니다. 검찰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운 다음 조국을 사냥감으로 정한 후 대대적인 토끼몰이에 나선 것입니다.
100명이 넘는 특수부 검사들이 총동원 되었고, 100일이 넘도록 수사에 매달렸으며 100회가 넘는 압수수색을 실시했습니다.
모 방송에서 압색 횟수가 70회로 보도되어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실제 압색이 100회가 넘었다고 하는 것을 책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1~2회도 아니고, 10번도 아니고 100회.
조국이 살인범이라도 됩니까, 간첩입니까.
희대의 살인범, 북한 특수공작원이라 할지라도 그렇게는 못합니다. 정녕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 맞습니까.
조국 수사가 시작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조중동이 집중포화를 퍼붓고 다른 신문도 덩달아 따라갑니다. 조국 수사를 거대 언론사와 사전에 협의하고 그 각본에 따라 움직였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서울중앙지검장 때 언론 사주와 비밀회동을 했다고 하질 않습니까.
노무현 대통령 때와 판박이었습니다. 이성적인 기사는 거의 눈에 띠지 않았습니다.
저는 언론의 보도태도를 보고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습니다. 이건 수사가 아니다.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된 것이다. 쿠데타다. 선전포고(宣戰布告)다.
대통령이 임명한 현직 법무부장관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끝나기도 전에, 그것도 마지막 날에 정경심 교수에 대한 기소를 벼락치기로 했습니다. 피의자 소환조사와 진술조서 작성도 생략한 채.
심지어 그런 정보는 청와대, 여당보다 야당과 언론에서 먼저 터져 나왔습니다.
대통령 유엔연설 출국일에 조국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도하 모든 언론은 대문짝만하게 보도했습니다. 한반도 평화달성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중대한 기회임에도 진지한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그보다는 압색하면서 자장면 먹었니,한정식 먹었니 하는 썬데이 서울과 같은 3류 엘로우 기사가 도배되었습니다. 검사들과 마찬가지로 신문사의 모든 기자는 조국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지금, 한마디로 그 결과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입니다. 아니 쥐새끼 한마리도 아닌 먼지 한줌입니다.
누구는 그럽니다. 표창장 위조, 인턴증명서 허위 등등
알만한 사람은 알겁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표창장이나 인턴 증명, 현장체험 확인서 등의 관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그런데 이제와서 그걸로 구속? 그것도 모자라 온 신문이 나발을 분다?
이거는 교육부에서 감사하면 끝나는 문제입니다.
깡패의 세계에서도 한톨의 의리는 지켜진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검찰총장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일부는 검찰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평소 검찰개혁론자인 조국을 쳤다고들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그는 정치적 야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때를 기다리다가 마침내 거사를 일으킨 것이죠.
당장에는 몇개월 앞에 찾아 온 총선을 겨냥했겠죠. 그러나 총선결과는 그들의 뜻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이제 대선이 남았습니다. 그와 그들의 반란이 성공을 거둘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성공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역사의 큰틀에서 보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요. 지금의 전두환을 보면 답이 나오는 것을.
저는 아쉽기만 합니다. 민주체제가 들어선 이후 군과 국정원의 막강했던 힘이 거의 사라지고 문민통제를 받고 있는데 검찰만이 저렇게 큰소리를 칠 수 있다는 사실이.
조국의 가족찬스에 힘입어 딸이 의사가 됐다고 청년들이 불공정을 말하며 조국과 정부를 비판합니다. 심지어는 여당과 일부 진보학자들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니들이 공정을 알아? 말해주고 싶습니다. 큰 것을 봐라.
그런 먼지만도 못한 것에 분노하지 말고 우리나라 언론과 야당, 그리고 검찰간의 거대한 악의 카르텔을 직시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최대의 불공정을 보지 못하고 겨우 먼지 한줌에 분노하는 게 말이 되나.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역사는 진보한다지만 한발짝 앞으로 나아가기가 이렇게 힘들고 아프다면 그 누가 앞장 서려 하겠습니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꼭 살아 돌아 오시라 다시한번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단 일면식도 없지만 그의 글과 말은 올바릅니다. 쓰러지면 안됩니다.
ps. 이건 여담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고 지금은 확신이 됐습니다.
저는 택시기사가 직업이고 택시손님들이 너무도 다양한 탓에 어쩔 수 없이 관상쟁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손님이 탈 때 특히 남자손님같은 경우는 순간적으로 분위기를 파악해서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하니까요.
2019년 문재인 정부 2기 검찰총장 인선 즈음, 제 나름대로 관심있게 지켜 보았습니다.
4명의 인물이 추천위원회를 통과했고, 그 중 1명을 법무부장관이 대통령에게 추천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형식적으로는 추천위원회와 법무부 장관에게 권한이 주어진 모양새지만 그 전에 청와대와 당연히 협의가 이루어지겠죠.
후보 4명 다 경력은 출중할테지만, 품성은 제가 알길이 없죠. 그런데 그 중에서 어떤 한사람의 인상이 참 선하고 좋게 생겨서 제눈에 쏙 들어 왔습니다.
이건 얼굴이 잘나고 못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가장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인물이 임명되더군요. 그는 검찰에서 남다른 보스로 군림하고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검찰의 전두환이란 소리까지 있다고 했습니다.
책에도 나오는 이야기지만 윤총장에 대해 여당 국회의원들의 반대가 심했다더군요. 역시 정치는 해본 사람이 잘 한다고 하는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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