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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 이세돌의 은퇴가 슬픈 이유

희망연속 2019. 11. 24. 11:42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1983년생이니 올해 만 36세.


2000년대 세계바둑을 휘저었지만 2010년대 들어서 부터 점점 하강세를 보이더니 금년도에는 한국 바둑랭킹이 14위까지 떨어져 그의 자존심이 더 이상 버텨주질 못했을 거라고 언론에서 이야기를 하더군요.


물론 그 것도 이유가 되겠지요.


원래 바둑계에서는 은퇴란 용어를 잘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바둑은 20대에 실력이 피크에 이르고 30대 접어들면 벌써 두뇌활동이 하향세에 접어든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이세돌이 굳이 은퇴를 한데에는 더 큰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세돌은 프로기사 중에서 유난히 호불호 세력이 갈라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안티가 많다는 것인데 그만큼 그의 언행은 유별난 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둑계의 기성세력 말하자면 한국기원의 지도부와 아주 껄끄러운 관계였다고 합니다.






이세돌은 지난 2016년에 이미 기사회를 탈퇴한 바 있는데 그 이유가 돈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즉, 기사들은 기전 대국료나 우승상금에 대해 3~15% 공제를 하고, 그 돈으로 기사회 운영비와 복지회 경비로 충당하고 있습니다만 그 공제비용이 너무 과다하고 운영이 불투명하다며 이세돌이 2009년에 이의를 제기하며 한국리그 불참을 선언하고 휴직계를 제출한 적이 있었죠.


그러자 한국기원에서는 이세돌을 제명처리하였고 이세돌은 중국리그에서 바둑을 두다 6개월만에 서로 일보후퇴한 채로 봉합을 하였습니다.


그 때에 이세돌은 기보 저작권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는데 음반, 도서 이런 것처럼 기보에 대한 저작권을 한국기원측이 아니라 기사 본인이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이세돌은 1999년에도 승단대회 규정이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승단대회에 불참했었죠. 그때까지만해도 승단대회를 별도로 거쳐야만 승단이 가능했는데 이세돌 때문에 승단대회가 폐지되고 프로기전 성적을 참고로 해서 승단하는 제도로 변경되었습니다.


이처럼 이세돌은 자기 주장을 과감하게 내세우며 한국기원의 문제점을 지적해 나갔습니다.


당연히 한국기원과 집행부측에서는 달가워할 리가 없었겠죠.


그 앙금이 쌓이고 쌓여 한국기원은 올해 7월에 정관을 개정하여 프로 기사회 소속 기사에 한해 프로기전에 출전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것이 결정적으로 이세돌을 은퇴로 몬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세돌은 승부에 대한 집념과 자존심이 유달리 강해서 정상에서 물러나면 바둑계를 떠나겠다는 말을 종종 해왔다고 합니다.


즉 한국기원이 이세돌이 정상에 있을 때는 끙끙 앓고만 있다가 이제 힘이 떨어지자 옳다 됐다 하는격으로 목을 친 게 아니겠습니까.


이세돌 9단은 그의 성격대로 기풍 또한 호쾌하고 자유분방했습니다. 예측불허의 신수와 묘수를 많이 두었으며 반상을 휘젓는 전투바둑은 그의 전매특허였습니다.


바둑계의 풍운아, 이단아, 반항아, 전신(戰神)이란 별명이 붙은 것은 당연했습니다.


저 역시 그의 싸움바둑이 참 좋았습니다. 정석대로 두지 않고 바둑판을 온통 휘젓는 그의 호쾌한 바둑은 참 매력적이이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이세돌의 주장은 거의 일리가 있는 것들입니다. 물론 집행부나 기성세력 입장에서 보면 버릇없다고 손사래 쳤겠지만 원래 세상일이 그런게 아닐까요.


전남 신안 비금도 작은 섬에서 출생하여 세계 프로바둑계를 호령했던 이세돌을 앞으로 볼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 저로서는 매우 슬프기만 합니다.


조금 휴식을 취한 다음에 중국이든 어디든 가서 다시 바둑과 인연을 이어가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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