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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최고령 택시기사

희망연속 2013. 9. 4. 13:26

<이 사람> “청년보단 고령자가 운전대 잡아야죠”

 

 

화내지않고 욕 안하는게 건강 비결
고령운전자 퇴출 행태는 잘못된 일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마음 바르게 쓰고 욕을 안 하는 것이죠. 운전을 하면서 아무리 화나도 욕한 적이 없어요.”

국내 최고령 택시 운전기사 김문식(90ㆍ경기 구리시 교문동·사진) 옹은 지난 1969년 1월 29일에 신진자동차의 ‘코롤라’를 97만원에 구입해 개인택시를 시작했다. 당시 택시 기본요금은 30원이었다.

 

43년이 지난 현재 김 옹은 매일 아침 7시면 어김없이 택시를 몰고 집을 나선다. 지금 운행 중인 ‘뉴 SM5’ 이외에 43년간 그의 손을 거쳐간 차량은 ‘포니’, ‘브리사’, ‘쏘나타’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1923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난 김 옹은 18세 때인 1940년에 문경에 위치한 상공부 산하 은성광업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어 1944년에 정현모(83) 씨와 결혼한 뒤 28년간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공무원 생활을 했다.

 

김 옹은 “1968년 당시 앞으로 퇴직금이 안 나온다는 소문이 돌아서, 퇴직금을 받기 위해 급히 회사를 나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유언비어였다”고 말했다.

그는 퇴직금으로 사업을 하다가 여러 번 실패한 뒤 개인택시를 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개인택시는 허가받기가 어려워 흔치 않았다. 김 옹은 “개인택시는 1968년도에 국내에 처음 나왔는데, 내가 개인택시를 시작했을 당시 서울에 개인택시는 약 30대밖에 없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는 “당시 개인택시를 하려면 차량, 집전화 등 21가지 서류가 필요했다”면서 “서울에서 고향 문경에까지 무전을 해서 신원조회한 끝에 20일 만에 개인택시 허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경찰국장 포상을 받은 일화도 있었다.

 

1970년대 말께 강원도에 사는 중년의 남성이 아들 집을 사주려고 2300만원을 들고 왔는데 택시에 두고 내린 것. 김 옹은 고민 없이 그 돈을 서울 신당동 파출소에 맡겼다. 이후 그 돈은 주인에게 전달됐다. 김 옹은 “당시 큰돈을 보고 겁이 났다.

 

그 사람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라는 생각도 들어 곧바로 파출소에 돈을 갖다 줬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43년간 운전하며 교통사고는 딱 한 번 있었다. 1970년대 초께 서울 중구 장충단 공원에서 20대 후반 남자가 횡단보도에서 갑자기 뛰어들어 와서 그 남성의 다리가 부러진 적이 있다. 김 옹은 “곧장 그 남자를 서울 세브란스병원에 데려다 줬는데, 무슨 이유였는지 모르지만 그 남성이 도망가 버려 황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령 운전자를 퇴출하려는 요즘 행태는 잘못된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은 산업 현장에서 일해야 하고, 택시 운전은 나처럼 나이 먹은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즘에도 하루평균 12시간씩 손님들을 실어 나르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김 옹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상식 기자/mss@heraldcorp.com
/ 2012. 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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