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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세상

기아 타이거즈는 해태 타이거즈가 아니다

희망연속 2011. 10. 15. 23:52

 

2011년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가 끝났다.

 

기아와 SK의 대결.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기아의 승리를 점쳤지만 3:1로 기아가 졌다.


단순한 패배가 아닌 승리의 헌납이라고 할까.

 

스포츠에서 승리와 패배는 병가의 상사라지만 이번 기아의 패배는 패배 이상의 그 무언가를 생각케 한다.

 

한마디로 너무 무기력했다. 패기가 없었다. 스스로 무너지기를 자초한 것처럼 보였다.

 

야구의 ABC라 할수있는 번트실패는 말할것도 없고 이해할 수 없는 투수교체, 무기력한 타격 등 도대체 프로야구 선수인지조차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단순히 실력차라고 해야할까.

 

부상선수가 많아서?. 감독의 무능탓?

 

이 모든 것이 기아의 무기력한 플레이에 대한 해답은 아니다.

 






한마디로 해태 정신의 실종이다.

 

해태 정신은 무엇인가. 바로 헝그리 정신이다.

 

독재정권 시절, 수많은 차별과 억압, 냉대와 질시속에 숨죽여 지내던 호남인들에게 해태야구는 분노의 탈출구였다. 울분의 폭발샘이었다. 

 

그러기에 타 구단보다 훨씬 적은 연봉과 열악한 시설, 형편없는 구단운영에도 불구하고 헝그리 정신으로 똘똘 뭉친 해태 선수들은 프로구단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V9을 이루게 된다.

 

호남인들이 절대적인 사랑을 보낸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물론 지나친 위계질서, 팍팍한 대우 등으로 다른 선수들의 기피구단으로 낙인 찍힐 정도였지만 해태가 쌓아올린 불멸의 성적과 해태가 낳은 빛나는 선수들은 한국 프로야구의 금자탑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의 기아타이거즈는 80~90년대에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해태가 2001년 기아로 옷만 바꿔 입었을 뿐 여전히 호남야구팬들에게는 해태 타이거즈로 남아있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오늘의 기아는 옛날의 해태가 아니다.

 

기아타이거즈는 이름만 타이거즈가 붙어 있을 뿐 타이거즈의 용맹함, 불굴의 헝그리 정신, 선수들간의 끈끈함 등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과거 해태는 선동렬, 이종범, 김성한 등 기라성 같은 선수들은 물론 모든 선수들에게 연봉을 제대로 쳐주지 않았다. 아니 연봉을 줄 여력이 없었다. 과자봉다리 팔아가지고 무슨 돈을 얼마나 번다고?

 

그러나 지금의 기아는 다르다.

 

금년 기아 선수단 총연봉은 SK, 삼성에 이어 3위이고, 연봉 1억이 넘는 선수 106명 중 기아가 14명으로 역시 3위에 올라있다.

 

감독 연봉 역시 김성근(물론 지금은 사퇴했지만) 4억, 그리고 김경문과 조범현이 3억 5천만원으로 공동 2위다. 

 

역대 신인 최고 계약금액 역시 기아 한기주가 10억원으로 단연 톱이다. 

 

 

                         

 


말하자면 지금의 기아 선수들은 옛날의 해태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물론 연봉을 많이 받고 물질적으로 풍요해진다고 해서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지는 것은 아닐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2001년 해태가 기아로 옷을 바꿔 입은 이후 이상하게 옛날 해태의 투혼, 해태 정신이 잘 연상되지 않음은 나만의 생각일까.

 

기아선수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단순히 연봉받고 플레이하는 프로야구 선수단의 일원으로서가 아닌, 호남인의 정과 한을 조금이나마 생각할 줄 아는 선수가 되어달라는 것.

 

그것이 꼭 헝그리 정신을 의미하는것은 아니다. 꼭 우승이 아니어도 좋다. 다른 구단, 다른 선수와는 좀 더 다른 선수, 다른 플레이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2012년,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의 좀 더 성숙해진 플레이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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