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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과 이명박의 책임

희망연속 2010. 4. 30. 13:26

[이대근 칼럼]천안함 침몰에 대한 이명박의 책임


상상임신은 임신을 갈망한 나머지 실제 임신 징후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이 지금 바로 그 상상임신을 하고 있다.
 
이 사회의 주류인 보수세력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너무 깊어 어느 순간 확신하기에 이르렀고, 그 확신은 군사적 조치, 국제 제재, 전력 증강,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연기, 북한인권법 제정과 같은 다양한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과 일전불사를 각오하자”는 전 국방장관의 결의도 나오고 “시민다움의 절정은 공동체를 위해 죽을 준비가 돼 있을 때”라는 자칭 합리적 보수 논객의 선동도 있었다. 어느 새 국가의 자존, 조국의 명예, 애국, 원혼과 같이 비장미 물씬 풍기는 언어가 난무하고, 죽음과 죽임의 미학이 춤춘다.
 
마침 북한의 금강산 남측 부동산 동결·몰수까지 겹쳐 북한에 대한 적의가 깊어지고 남북간 긴장은 높아지며 남한 내부는 이명박 대통령 중심으로 결집한다. 그리고 현실은 비현실로 대체된다. 시민 다수는 이미 천안함이 북한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믿는다.
 
수병들은 북한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상상이 현실을 지배하는 한 북한 관련 증거가 나오지 않아도, 그래서 보복을 못하게 된다 해도 이명박과 보수세력은 그리 서운해하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침몰의 진실을 계속 덮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남북대화 7년간 이런일 있었나

그러나 천안함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원인에 의해 침몰했다. 이명박 정부가 10·4 남북정상 공동선언을 거부할 때 이미 침몰은 시작되었다. 선언대로 북방한계선에 남북 공동어로구역 및 평화수역을 설정, 분쟁을 종식시키는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구상을 이명박이 차버렸다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 구상이 아니더라도 선언의 정신에 따라 대화하고 협력하는 자세만 가졌어도 남북 경색이나 일촉즉발의 긴장상태는 피할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대청교전처럼 남북이 무력 충돌하고, 북한이 보복을 다짐하고 그 보복을 피하기 위해 그 전에는 수위가 너무 낮다는 위험 때문에 엄두도 내지 않던 백령도 근접 항로를 새로 이용하는 무리를 하고, 결국은… 46명이 수장되었다.
 
아니, 당장 10·4 선언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대결 유발적 언행을 자제하기만 했어도, 급변사태니 하며 북한 붕괴에 기울인 관심의 일부를 화해노력으로 돌리기만 했어도 그들은 살아서 귀환했을 것이다. 대화 단절, 식량 지원 중단 대신 화해를 위해 볍씨만큼이라도 고민했다면 대청 교전도, 북방한계선을 향한 북한의 해안포 발사도, 그에 대응하기 위해 초계함이 한밤중에 긴박하게 움직이다 영문도 모른 채 침몰하는 사고도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남북이 대화하던 지난 7년간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명박의 경직성에 실망한 북한이 지난해 1월 전면 대결태세를 선언할 때 서해가 위험해졌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기다리기 전략을 고수함으로써 우리의 안보, 우리의 생명은 북한의 선의, 북한이 도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어리석은 기대와 행운에 맡겨지게 됐다는 사실도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충돌 예방을 위해 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는지 생각해 보라. 이명박은 경계 강화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는지 모르지만, 7년간의 서해 평화는 군사력 균형이나 남한의 압도적 전력이 아니라, 협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공감에 의해 유지되었다.
 
누구인가. 그 공감을 깨버리고는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는 식으로 말하는 자는.

대북정책 실패의 책임 물어야

천안함 침몰은 불가피한 것도, 불가사의한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그렇게 죽을 이유가 없었다. 그건 누구보다 이명박이 잘 안다. 추모는 필요하고, 북한 관련성은 규명해야 하고, 국방부 기강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정부·방송의 과도한 영웅화 작업과 추모 과잉, 북한 때리기, 국방부에 뒤집어씌우기는 이명박의 책임을 묻어버린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다.
 
북한 소행으로 밝혀지고 국방부 대응 체계의 허점이 드러난다 해도 이명박이 책임져야 할 몫은 줄지 않는다. 그런데 왜 누구도 이명박에게 대북정책 실패의 책임을 묻지 않는가. 억울한 죽음에 대한 이명박의 책임은 왜 따지지 않는가.
 
그의 눈물 한 방울로 은폐하기에는 진실이 너무 소중하다.

<이대근 논설위원 gr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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