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전주비빔밥, 성미당 본문
전국 어디를 가도 이 이름의 식당이 있다. '전주식당'.
이 이름만으로도 맛에 대한 염려가 사라지는 것은 그만큼 전주가 '맛의 고장'임을 알려주는 증거다,
전주 음식은 읍성의 안팎으로 구분된다. 풍남문을 기준으로 성 안의 ‘전주 비빔밥’과 성 밖의 음식인 ‘콩나물 국밥’은 옛부터 반가와 민초의 음식을 대변했다.
천년이 흐른 지금도 풍남문은 양반을 말하는 ‘한옥마을’과 민초들의 터전 ‘남부시장’을 나누는 기점이다.
개성 탕반, 평양 냉면과 더불어 조선 3대 음식으로 불린 전주 비빔밥은 놋쇠 그릇에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의 오방색을 갖춰 색채가 뛰어나다.
선홍빛 육회와 치자열매 물을 들인 노란 황포묵은 부드러운 색과 재료 본연의 맛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요리다.
스파게티에만 '친절'한 한국인
“스파게티 원가가 얼만 줄 아세요? 5000원 정도예요. 판매가격은 만원이 넘죠? 그런데 전주 비빔밥은 육회에 20여 가지의 나물, 그리고 사골국물로 지은 밥 등 수많은 재료가 들어가는데 1만2000원이 비싸다고들 말씀하세요.”
44년간 전주 비빔밥의 전통을 지켜온 '성미당' 정영자(63) 대표가 열변을 토했다. 어머니께서 1965년 개업한 성미당을 이어받은 지 25년, 정 대표에게 비빔밥은 인생이다.
“고추장, 간장, 참기름은 직접 담가야 그 집만의 맛이 살아나요. 신선도가 생명인 육회는 20년간 고기를 대주는 분이 계시고요. 오방색처럼 무엇하나 흐트러지면 조화가 깨지는 것이 비빔밥이에요.”
4명의 대통령이 다녀가다
전통 전주 비빔밥에 대한 정 대표의 자존심은 4명의 대통령을 불러들였다.
“2003년경 호텔에서 리셉션이 있었어요. 그때 노무현 전 대통령님이 오셨죠. 350인분의 점심을 저희 성미당이 맡았어요.”
대통령에게 전통 전주 비빔밥의 맛을 보이겠다는 의지는 호텔 주방에도 통했다. 성미당의 전 직원이 호텔 주방을 접수했다. 식사는 대성공이었다.
“참 소탈하신 분이셨어요. 친절하게 악수를 청하시면서 잘 먹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음식은 그 지방의 삶을 담고 있다. 이 지방색은 대통령들 사이에도 차이가 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님께서 저희 비빔밥을 드셨을 때는 맛있다고 칭찬을 하셨거든요.
그런데 경상도 분인 김영삼 전 대통령님이 오실 때는 조금 불안하더라고요. 그런데 역시 '좀 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전주에 들렀을 때 성미당의 전주 비빔밥을 맛봤다.
젓가락으로 비비는 ‘비빔밥’의 비밀
성미당은 비빔밥에 꼭 놋그릇을 사용한다. 유기인 놋그릇은 관리가 쉽지 않지만 탁월한 효과가 있어 최근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옛날부터 비빔밥은 놋그릇에 담았어요. 수분을 지키기 위해서죠. 돌그릇을 사용하면 돌이 수분을 흡수해 비빔밥을 비비기가 어려워져요.
본래 비빔밥은 1차로 사골국물로 지은 밥을 고추장과 참기름, 그리고 콩나물로 비벼 그릇에 담은 다음 육회와 야채를 올려 드리면 젓가락으로 다시 비벼 드시는 음식이에요.
이 과정 중에 수분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젓가락으로 비빌 수 있겠어요.”
미리 비벼 나가는 전통 탓에 가끔 억울한 오해도 받는다.
“어떤 손님들은 찬밥으로 비벼서 나오는 거 아니냐고 의심을 하세요. 그러면 말씀드리죠. 손님, 찬밥으로 비빔밥 만들어 젓가락으로 비벼보세요. 비벼지나.”
외국 손님 국적도 척척
"전주 비빔밥 한 그릇을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줄 아세요? 밥은 사골국물을 잘 희석해서 지어야 해요. 진하면 느끼하죠. 고소한 맛을 내는 참기름은 국산 깨를 적당히 볶아서 짜야 합니다.
오래 볶으면 기름은 많이 나오지만 쓰죠. 거기에 고추장과 황포묵까지 준비하려면 정말 한도 끝도 없는 것이 비빔밥이에요.” 이런 노력은 외국인들의 발길로 이어진다.
“외국 손님들이 많이 오세요. 이젠 보기만 해도 국적을 알 수 있어요. 깃발을 들고 있거나 책자를 꼼꼼히 보면 일본인, 왁자지껄하면 중국인이예요, 서양인이라도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있으면 영락없이 유럽 분들이죠.”
<뉴스방송팀 강대석·최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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