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잘나가는 외국인 관광택시 본문
잘나갔던 그들 '인캡'으로 인생 2막 | |||||||||
외국인관광택시 기사전 직장 살펴보니 대기업 간부 출신에 연구원ㆍ은행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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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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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모 대학 영문과를 졸업한 뒤 국내 굴지의 상사 해외법인 관리팀에서 일하다가 퇴직한 강창구 씨(42)는 지난해부터 택시 운전대를 잡고 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박창규 씨(58) 역시 현재 직업은 택시기사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소위 '잘나가던' 이들이 '인생 제2막'을 택시기사로 시작한 것일까. 이들이 몰고 있는 차량 측면과 방범등에는 똑같이 '인터내셔널 택시(International Taxi)'라는 영문이 둘러져 있다. 바로 서울시가 외국인 관광 편의를 높이기 위해 작년 5월에 도입한 외국인 전용 관광 택시다. 이 택시는 인터내셔널과 택시를 뜻하는 캡(cab)을 줄여 '인캡'으로도 불린다. 그런데 여기에 소속된 기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국내 대기업ㆍ다국적 업체 간부는 물론 국책연구원, 은행 지점장, 대사관 직원 등 우리 사회 이른바 '인텔리' 계층이 수두룩하다. 이처럼 일반 택시기사들은 사납금 메우기도 힘든 요즘과 같은 불황에 화려한 이력의 이들이 인캡으로 몰리는 까닭이 궁금하다.
◆ 유창한 외국어에 친절은 덤 =일본인 승객 고바야시 가나 씨(25)와 그의 친구는 무심코 택시를 탄 뒤 "한국에서는 여름에 뭘 먹지"라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갑자기 "니혼데 도요노우시노히니 우나기오 다베루요니 간코쿠데와 '삼계탕' 오 다베마스(일본에서 축일에 장어를 먹는 것처럼 한국에서는 삼계탕을 먹지요). '보신탕'모 스타미나 카이후쿠니 돗테오키노 료리난데스(보신탕도 몸 보신하기에 딱 좋은 음식이에요)"라는 유창한 일본어가 들려온다. 앞자리에 앉아 운전을 하던 택시기사 서정항 씨(52)였다. '도요노우시노히'(축일)라는 말은 아주 어려운 표현이어서 일본택시를 탄 게 아닌가 착각까지 들게 했다. 인캡의 기사들은 서씨처럼 외국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다. 그저 뛰어난 수준을 넘어 외국인과 자유자재로 대화가 가능하다. 전체 기사 265명 중 영어와 일본어를 하는 기사가 각 124명, 113명이고 2개 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25명, 심지어 3개 국어까지 구사하는 기사도 3명에 달한다. 신형식 씨(57)는 경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롯데호텔에서 서비스 업무를 총괄했지만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인캡에 들어왔다. 영어와 일본어는 물론 중국어까지 말하는 '멀티 링궐'인 강창구 씨는 대사관 근무 경력이 있고 이광순 씨는 모 시중은행 지점장 출신이다. 역시 인캡의 서비스는 기존 택시와는 확연히 달랐다. 강창구 기사는 지난해 10월 탑승한 미국인 여성 승객이 신종 플루로 중국 비자를 받지 못해 고민하는 것을 알고는 한국 여행사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비자 발급을 도와줬고 이 승객은 간신히 비자를 발급받아 중국으로 출국할 수 있었다. 신형식 씨는 인캡 택시기사를 시작한 지 1년 남짓이지만 벌써 단골 200명을 확보하고 일주일에 두세 차례씩 이들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기까지 한다.
◆ 이용객 급속히 늘어 =외국어가 되고 덤으로 친절하기까지 하니 이용자가 늘어나지 않는 게 이상하다. 인캡 콜센터에 이용 접수건수는 작년 5월 460건에 그쳤지만 그 이후 매달 급속도로 증가해 작년 12월 말 2416건을 기록했고 개별 영업건수도 첫 달에는 279명에 머물렀으나 작년 말에는 2232명으로 8배나 늘었다. 인캡 기사들을 채용하고 관리하는 한국스마트카드 현상민 홍보과장은 "택시기사가 개별 영업에 대해 일일이 보고하지 않는다"며 "길거리 영업 등을 포함하면 실제 이용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고스란히 기사들의 수입 증대로 이어진다. 대부분 수입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지만 기사들의 10% 정도는 월 500만원에서 600만원까지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단골 수십 명을 확보하고 있다는 서정항 기사는 자신 수입은 450만원 정도 된다고 귀띔했다. 인캡에 대한 인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지원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입사 경쟁은 당연히 치열하다. 인캡 기사는 분기마다 실시하는 시험을 거쳐 4기까지 선발됐다. [배한철 기자 / 임영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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