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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외국어가 유창한 택시기사

희망연속 2009. 8. 26. 17:33

외국어 유창한 그들이 택시기사 된 이유




서울시는 지난 5월 1일 '인터내셔널 택시' 1기를 출범했다. 인터내셔널 택시는 '외국인 전용 택시'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누구나 탈 수 있으며 요금도 동일하다. 다만 택시기사들의 외국어 의사소통능력은 탁월한 편이다.




 
 
인터내셔널 택시기사들의 경력은 화려하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121명의 인터내셔널 택시기사 1기 중 상당수가 대기업 해외지사 근무 경력이 있다. 해외 체류 경험이 없더라도 외국계 기업에서 외국인들을 상대하거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외국어 능력과 서비스정신으로 철저히 '준비된' 기사들인 셈이다.

4년 동안 일반 택시를 운전하다 지난 5월 인터내셔널 택시기사 1기가 된 박철호씨(53)는 10년 이상 외국회사 CEO 운전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박씨는 미국, 영국, 프랑스계 회사 등에서 CEO와 임원들의 드라이버로 일하며 자연스럽게 영어 실력을 쌓았다. 젊은 시절에는 중동에 파견 나가 정비사업소에서 근무하며 외국인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박씨가 인터내셔널 택시기사에 지원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개인택시를 운전하던 올해 초 한 일본인 가족을 태우면서부터다. 일본인 딸이 영어교사라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탓에 박씨는 그들을 남산타워와 명동으로 데려다주며 최선을 다해 서울을 소개했다.

내릴 때 거듭 감사인사를 전하는 일본인 가족들을 보며 그는 "내가 한국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기분 좋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얼마 뒤 인터내셔널 택시기사 지원 공고가 났고, 그는 스스로 민간외교간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냈다.

박씨는 "외국인 CEO를 상대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영어실력이 늘고 서비스정신이 투철해졌다"며 "인터내셔널 택시 기사들은 '선발된 정예 운전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고 말했다.

다른 인터내셔널 택시기사 신형식씨(55)는 한 유명호텔에서 서비스매니저로만 15년 이상 근무했다. 신씨는 영어, 일어, 불어까지 3개의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안다.
 
그는 "호텔 현관 업무만 10여 년 이상 했던 내가 나이가 들어 할 수 있는 가장 보람된 일은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택시 운전기사였다"며 "항상 '택시기사의 수준은 그 나라의 수준'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외국인들을 친절하게 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고객들은 한국 방문 전 미리 전화를 걸어와 예약을 부탁할 정도"라며 웃어 보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해 봉사한다"고도 덧붙여 말했다.

대부분의 인터내셔널 택시기사가 아쉬워하는 문제는 '홍보부족'이다.

박철호씨는 "인터내셔널 택시가 일반택시에 비해 색깔이 튀고 영어가 써 있다보니 일반인들은 타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있다"며 "일일이 차에서 나와 기본요금 똑같고 누구나 탈 수 있다고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형식씨 역시 "타 본 사람은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감탄을 하는데 아직 택시 대수도 적고 홍보가 부족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내셔널 택시를)모른다"고 말했다.
 
신씨는 "홍보가 되면 충분히 탈 가치가 있는 택시임을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이라며 "언어만 더 잘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도 다른 택시라는 느낌을 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택시정책팀의 송두섭 팀장(54)은 "오는 9월1일 65대의 인터내셔널 택시가 추가돼 총 186대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홍보계획에 관해서는 "인천공항 출구와 인포메이션 센터뿐만 아니라 외국 거점공항들에 있는 국적항공기 데스크까지 홍보물을 비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 팀장은 "인터내셔널 택시기사를 선발할 때 사명감과 봉사정신이 투철한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봤다"며 "한국을 찾은 관광객중 85%가 서울로 온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역할은 관광산업에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머니투데이] 남형석기자 diasp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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