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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회고록, '성공과 좌절'

희망연속 2009. 9. 21. 23:22

盧 "부동산, 감세...다 무너지고 있다"  
[뷰스앤뉴스] 2009년 09월 21일(월) 오후 06:22



"<조중동>이 주전선수", "YS, 한국정치 완전히 망가뜨려"


고 노무현 대통령의 회고록 <성공과 좌절>이 21일 출간됐다.

제1부 ‘이제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와 제2부 ‘나의 정치역정과 참여정부 5년’으로 이루어져 있는 회고록에는 고인이 남긴 원고지 90페이지 분량의 미완성 원고와 비공개 인터넷 카페에 올렸던 글, 비공개 인터뷰 내용 등이 담겼다.

 

고인은 회고록을 쓰기 위한 목차와 대강의 구성까지만 완성한 뒤 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盧 "감세-부동산, 다 무너지고 있다"


고인은 제1부의 ‘미완의 회고’에 실린 메모(지난 5월 20일 최종수정)에서 “한국의 제3의 길 - (중략) 생산적 복지, 참여복지, 비전2030. 비전 2030은 국민에게 인사도 못하고 보수화의 바람에 묻혀버렸다.

 

진보언론도 적극적으로 소개하려고 하지 않았다"며 "목표는 2020까지 극우의 나라에서 보수의 나라로, 2030까지 중도진보의 나라로 가자는 것.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도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는 2030년까지 달성하고자 했던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렸다.

고인은 참여정부의 성취에 대해선 “무엇을 얼마나 했을까? (중략) 절반의 성공도 못되는 절반의 미완성"이라며 "오히려 밀린 것도 있다. 감세정책이 그것이다. 그나마 무너지고 있다. (중략) 부동산은 비틀거리며 겨우 밀고 갔다. 이제 다 무너지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탄식했다.

고인은 또 "당면한 과제"라는 메모를 통해서는 "양극화와 빈곤의 문제. 일자리가 줄어든다-세계화, 기술혁신/고용 없는 성장. 일자리는 어디에 있는가?-중소기업, 서비스산업, 새로운 산업/신성장동력, 녹색경제, 수소경제, 스마트그리드, 똑똑한 지구, 사회적 일자리/핀란드의 신성장동력, 사회적 기업, 근로시간 단축에 관하여"이라고 적고 있다.

봉하 단상 "<빠삐용>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고인은 ‘사람사는 세상’ 홈페이지 비공개 카페에 올린 글들을 모은 ‘봉하단상’에선 퇴임 후 진보진영 분열, 북한의 로켓발사, 언론문제,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정책, 신영철 대법관의 압력 논란, 남북 군사력 비교 등을 거론한 뒤, “정책은 전문가들의 특별한 지식과 정보가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최종결론을 내리고 있다.

고인은 지난 4월 4일에 올린 ‘춤추는 미사일, 누구를 위한 것일까’라는 글에서 “과연 북한의 로켓 하나가 정말 온 세계가 떠들 만큼 그렇게 위험한 것일까? 미국과 일본, 한국이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가운데 연료 주입에 며칠씩 걸리는 로켓 하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정치와 언론 간에 각기 눈앞의 손익계산으로 주고받는 공방들, 과연 누구에게 무엇이 얼마나 남는 놀이가 되는 것일까?

 

정치하는 사람들은 정치적 이익을 챙기고 언론은 먹을거리를 챙길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 결과는 점점 높아지는 긴장과 적대감, 그리고 전쟁의 위험과 불안일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4월12일에 쓴 ‘언론은 흉기다’를 통해선 “산다는 것이 뭘까? 안방에서 걷는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뒤로 돌아서 다시 하나, 둘…. <빠삐용>이라는 영화에서 본 장면이 생각난다. 기자들 때문에 마당에도 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엊그제 뒤뜰에 나갔던 모습이 조선일보 카메라에 잡혔다고 한다. 1킬로미터가 넘는 산꼭대기에서 망원카메라로 잡은 사진이란다”라며 투신 전의 절박한 심경을 적었다.

그는 특히 조중동에 대해 “우리 언론은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하다가 그로부터 해방된 다음에는 이 권력, 저 권력과 제휴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조중동"이라며 "그들이 권력의 대안과 결탁해서 직접 게임에 참여하는 주전선수가 되어 있는 거다.

 

조중동이 주전선수입니다.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다"고 비판했다.


"YS, 철새정치로 한국정치 흐름 망가뜨려"


제2부 ‘나의 정치역정과 참여정부 5년’에서 고인은 "김대중 대통령은 그냥 투사가 아니라 사상가로, 세계에 자랑할 만한 지도자"라고 평가한 반면, "김영삼 대통령은 3당합당으로 민주세력의 통합을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철새정치로 한국정치의 흐름을 완전히 망가뜨려 놓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선 “북쪽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가장 유연하게 느껴진 사람은 김정일 위원장이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대단히 경직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한국경제에 대해선 “기초 체력이 튼튼하고 기술 수준도 상당히 높은 축구팀”에 비유하며 “경제는 정치적 목적으로 무리하게 하지 않으면 성공하게 되어 있습니다. 대통령이 사고만 치지 않으면 됩니다.

 

한국은 시장의 역동성과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나라입니다. 국민의 자질이 높은 만큼 우리 경제는 앞으로 가는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선 “이라크 파병 문제는,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 생각해봐도 역사의 기록에 잘못된 선택으로 남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나 대통령을 맡은 사람으로서는 회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괴로웠던 선택을 했던 심경을 적었다.


"나의 실패가 여러분의 실패는 아니다"


그는 자신에 대한 혹평에 대해선 “후보 시절에 <노무현이 만난 링컨>이라는 책 서문에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 강한 나라’라고 써놓은 글이 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대통령이 되고자 했습니다. (중략)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것은 조금 가혹하고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싶습니다”라고 반박했다.

고인은 이런 말로 글을 끝맺었다.

“사람답게 대우받는, 사람 노릇을 하는, 사람이 돈과 시장의 주인 노릇을 하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 나의 실패가 여러분의 실패는 아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갈 길을 가야 한다. 여러분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세상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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