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신경민 앵커의 마지막 클로징 멘트 본문
MBC 경영진의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 결정에 따라 신경민 앵커가 마지막 방송을 마쳤다.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해주는 클로징 멘트로 주목받았고, 또한 결국 그로 인해 앵커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던 그의 마지막 멘트가 무엇일지 많은 관심을 모았다.
자신이 사전에 예고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31일 방송에서 언급했던 자신의 클로징 멘트에 관한 생각을 다시 한번 밝혔다.
신경민 앵커의 마지막 클로징 멘트
“회사 결정에 따라서 저는 오늘 자로 물러납니다. 지난 1년여 제가 지닌 원칙은 자유, 민주,힘에 대한 견제,약자 배려 그리고 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암울했습니다. 구석구석과 매일매일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밝은 메시지를 전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희망을 품은 내일이 언젠가 올 것을 믿습니다.
할 말은 많아도 제 클로징 멘트를 여기서 클로징하겠습니다."
MBC 뉴스데스크 화면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 멘트를 이어 받은 박혜진 앵커의 인사말은 목이 메인 상태로 이루어졌다. “월요일 뉴스데스크 마치겠습니다.” 만약 인사말이 더 길었더라면 목이 메인 박혜진 앵커는 말을 잇기가 곤란했을지도 모르겠다.
왜 목이 메지 않겠는가. 바로 얼마전 파업참여에 관한 클로징 멘트 때문에 방통위로부터 경고 결정이라는 수난을 겪었던 박혜진 앵커였다.
뉴스 프로그램에서 입바른 소리를 해왔다는 이유로 하차하게 된 선배의 마지막 말을 듣는 느낌이 어찌 간단할 수 있었을까. 신경민은 그렇게 떠나갔고, 이제 우리는 신경민-박혜진 앵커 체제의 호흡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한 쪽에서는 불편하다고 했지만, 그래도 오늘의 상황을 걱정하는 많은 시청자들이 뉴스의 정도라고 입을 모아 칭송했던 ‘뉴스데스크’의 한 시대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신경민 하차 이후에 닥쳐올 진짜 문제들
그러나 거목 앵커를 떠나보내고 목이 메여만 있기에는 방송을 둘러싼 현실이 너무도 척박하다. 우리가 진정 걱정해야 할 문제는 단순히 신경민의 하차가 아니라, 이를 계기로 본격화될 'MBC의 권력순종‘이다.
이미 그 조짐들은 나타나고 있다. 오늘 MBC 기자들이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다.
최근 “박연차 회장이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측근 기업인 천신일 씨에게 수십억을 전달한 의혹이 있다”는 ‘뉴스데스크’ 톱뉴스가 다음날 아침 전영배 보도국장의 지시에 따라 ‘뉴스투데이’에서 누락되었다는 것이다.
MBC가 처음으로 단독보도했던 이 내용은 일종의 특종이었다. 그 뒤 다른 언론들도 비슷한 의혹을 보도하였고, 검찰도 천신일 씨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상황이다.
특종이라고 키워도 시원치않을 기사가 보도국장의 전화 한통으로 빠졌다면 간단한 일이 아니다. 신경민 앵커 전격 하차의 배경이 무엇인지,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MBC 기자들이 신경민 앵커 교체와 불공정보도의 책임을 물어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을 결의한 것은 시의적절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제는 신경민 앵커 문제보다도 공정방송의 제도적 실현, 그리고 이를 방해하는 요소들에 대한 극복이 근본적인 과제로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방송은 언론이다. 따라서 권력에 대한 견제를 중요한 책무로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MBC는 아직 살아있는 방송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물론 이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에게는 눈엣 가시였겠지만 말이다.
신경민 앵커의 마지막 클로징 멘트를 들을 때 사실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박혜진 앵커만 목이 멘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두 사람을 성원했던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도 그러했을 것이다. 그러나 신경민이 이렇게 물러났다고 해서 아직 진 것은 아니다.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결국에는 언제나 승리하였음을 우리는 기억하기에, 이를 위한 MBC 구성원들의 노력과 행동에 변함없는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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