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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택시기사자격증은 보험용?

희망연속 2009. 3. 4. 11:15

‘택시면허’ 시험 매주 400여명 북적

 


 

 

  

끝모를 불황… 가족 생계위해… 미래 ‘보험’용으로

경기 불황으로 택시기사 자격 시험 응시자가 급증하고 있다. 실직자가 늘고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낮은 급여에도 불구하고 택시기사가 되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13일 오전 서울시 택시기사 자격 시험이 실시된 서울 잠실동 교통회관. 강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시험장에는 응시생들로 꽉 찼다.

 

입실 한 시간 전부터 시험장에 들어온 응시자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예상문제집을 풀었다. 응시자의 3분의 2 정도가 40·50대 남성이었으나 여성과 청년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매주 280명 수준이던 응시생은 최근 평균 420명으로 급증했다. 운송조합 박재영 인력관리부장은 "경기 불황으로 미래가 불투명해 택시기사 자격을 따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라며 "지난해 12월 말을 전후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격 시험은 서울 지리와 교통법규 등 80문항으로 60점을 넘으면 예비 택시기사가 된다.

시험에 처음 응시한 남모(51)씨는 "개인 사업을 하다 경기가 어려워 시험에 도전하게 됐다"며 "시내에 빈 택시가 많지만 식구들을 먹여살리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응시자 장모(56)씨는 "생활이 어려워 꼭 합격해야 한다"며 "승용차 운전을 10년 넘게 해서 잘할 자신이 있었는데 막상 문제를 보니 도로명도 다 바뀌고, 웬 다리는 그렇게 많은지…"라고 말했다.

응시자는 늘었지만 택시 업체는 여전히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도 시험장 주변에는 수십개 택시 업체 직원들이 나와 예비 택시기사 '모시기 경쟁'을 벌었다. 조합에 따르면 서울시 택시 업체는 총 255개, 택시는 2만3000여대다. 매주 합격자가 250명 안팎이어서 인력이 남을 것 같지만 대부분 2∼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퇴직해 인력난은 계속되고 있다.

 

중견 택시 업체 실장인 박영태(56)씨는 "택시 회사 배차율이 50∼80%에 불과해 노는 차가 많다"며 "시험장에 와서 한 명 유치해봐야 나가는 사람이 더 많다"고 전했다.

당장 취직하기 위해서보다 미래를 대비해 '보험용'으로 택시기사 자격증을 따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인력난의 원인이다. 대학 졸업을 앞둔 김태훈(27)씨는 "당장 택시기사로 취업할 건 아니지만 뭐든지 미리 따두면 좋을 것 같아 응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택시 업체 관계자는 "서울에만 일반택시와 개인택시 통틀어 7만여대가 있어 공급 과잉 상태"라며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 택시 업체도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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