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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어뢰가 안 탈 수 있다는 주장은 틀렸다”

희망연속 2010. 8. 4. 16:07

천안함 진상은 집단지성이 풀 수 있다
“1번 어뢰가 안 탈 수 있다는 주장은 틀렸다”
한겨레
 


무엇이 천안함을 침몰케 했는가, 의견이 분분하다.
 
박사학위는 없으나 현장 경험이 풍부한 신상철·이종인씨와 러시아 전문가단이 똑같이 결론을 내린 초기 좌초설이 그 하나이다.
 
구성원들의 박사학위만 20개가 넘는 합조단이 주장한 북한 어뢰설도 있다.
 
전자는 상식인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생존한 병사와 죽은 병사 시신의 깨끗한 상태, 물기둥이 없었던 점, 스크루 날개의 손상 상태, 프로펠러 축에 감겨 있던 어선 그물 등을 내세웠다.
 
후자가 내세운 것은 어뢰 파편의 쇳덩어리이다.
 

쇳덩어리 표면의 부식 정도에 대해 이종인씨는 금속 부식 실험을 통하여 그 쇳덩어리가 물속에서 50일만 있었다는 합조단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이는 러시아 전문가들의 육안에 의한 평가와도 일치한다. 상식인이 보아서는 물에서 몇 년이나 있었을 고철덩어리가 합조단에 의해 북한 어뢰가 천안함을 침몰시켰음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로 제시됐다.

 

합조단은 두 가지 증거를 제시한다. 그 선명한 파란색의 “1번” 글씨와 세 가지 흡착물질에서 오는 “과학적”인 EDS/XRD 데이터이다.

 

먼저 그 “1번” 마크는,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남쪽 사람들도 쓸 수 있다. 법정에서는 증거로 채택될 수가 없다.

 

합조단도 “과학적인” 분석 결과, 청색 잉크의 색소는 한국 회사인 모나미가 특허를 냈던 ‘솔벤트 블루5’여서 북한제라고 말할 수 없다며 스스로 그것의 증거 효력을 부정했다.

 

최근 송태호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수가 ‘1번’ 글씨가 안 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송 교수는 버블가스 팽창 과정이 가역적이라고 가정해 계산했는데, 폭발과정은 비가역적이어서 그의 주장은 틀리다.

 

설사 그의 계산이 맞아, ‘1번’이 쓰여 있는 디스크 후면에 0.1도의 온도 상승도 없었다면, 폭약이 들어있는 탄두에서 디스크보다 더 멀리 떨어진 프로펠러에 어떻게 폭약 성분인 알루미늄이 흡착됐는지 설명이 안 된다.

 

이는 알루미늄 산화물이 폭발 결과로 붙었다는 합조단의 주장과 상충한다.

 

합조단이 제시한 두번째의 “과학적” 증거인 EDS/XRD 데이터는 특정 분야에서 최소한 석사학위가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막강한 권위와 힘을 합조단에 부여하는 듯하였다.

 

그런데 EDS가 전공인 양판석 박사와 XRD가 전공인 내가 들여다보니 합조단의 데이터들이 앞뒤가 맞지도 않고 어느 데이터는 조작됐음이 분명한 게 훤히 보이질 않았는가.

 

양 박사와 나의 문제제기에 대한 합조단의 반박은 거짓으로 점철됐다. 이것은 합조단의 최종보고서가 8월6일에 나온다고 하니, 그 이후에 정리 발표하겠다.

 

이제는 허깨비 뒤에 숨어있는 천안함 침몰의 실체를 밝히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이 단계는 이미 시작됐다. 6월29일 합조단은 언론단체 설명회에서 스크루 날개의 변형 상태를 뉴턴의 “관성 법칙”을 들며 설명했다.

 

한 기자가 “관성이면 휜 방향이 정반대가 되어야 하지 않느냐”고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했다. 그 질문이 천안함 침몰 원인의 실체에 접근하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 조사단도 똑같은 결론을 내렸음을 알 수 있다. 합조단에 참여해 스크루 날개 변형 상태를 맡았던 노인식 충남대 교수가 자기 시뮬레이션 결과는 합조단의 주장과 다르다는 것을 증언했다.

 

천안함 진상을 밝히는 데는 박사학위가 필수조건이 아니다. 상식을 가진 집단의 이성이면 충분하다.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들의 역할은 그 와중에 나타나는 허깨비들을 치우는 데에 그친다.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들의 역할이 있긴 있다. 누가 어떻게 그 허깨비를 만들었느냐이다.

 

아마 정치상황을 볼 때 몇 년이 걸리지 않을까 한다. 국회 국정조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제한된 정보에서도 틈새가 보인다. 스크루 변형 상태가 그 하나이다.

 

한국 사회 일반 상식인들의 집단지성에 건투를 빈다. 천안함의 진실은 상식인들의 집단이성이 풀 수 있다.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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