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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다고 재테크 잘 하나?

희망연속 2009. 12. 16. 18:52
[한겨레] 과학향기

2001년 비슷하게 약 1억 원의 자산을 가진 세 명이 있었다. A는 전문대 학력의 26세 여성으로 소기업에, B는 어문계열 대졸 학력의 36세 남성으로 대기업에, C는 이공계열 석사 학력의 30세 남성으로 중기업에 다녔다.

8년이 지난 올해 이들의 자산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누가 재테크를 가장 잘했을까?




월급은 B, C, A 순으로 높았지만 8년 후인 2009년 이들의 자산은 A, B, C 순으로 A가 6억 원, B가 4억 원, C가 2억 원이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A는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투자에 나서 큰 수익을 낸 반면 C는 안전만을 생각해 이익을 적게 얻었기 때문이다.

결과만 보면 투자에 대한 적극성이 차이를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에 제시한 예는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투자를 잘못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좋은 예이다.

물론 사람마다 변수가 너무 많아 일반적인 예로 제시하기엔 분명 한계가 있다.
 
이 글에서는 시골의사로 잘 알려진 박경철 경제평론가의 조언을 참고해 똑똑한 사람들이 왜 재테크나 투자에서 맹점을 보이는 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일반적으로 재테크나 투자는 C와 같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분석력이나 이해력, 정보력 등이 뛰어나기 때문에 실수도 덜하고 이익도 많이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보에 근거해 합리적으로 움직이면 투자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일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앞에서 예를 든 것처럼 똑똑하다고 알려진 전문직 종사자들의 재테크 결과는 오히려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낮은 편이다.

최근 평균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가진 과학기술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 설문조사에서 이들의 평균 자산이 학력수준을 고려할 때 국민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인 같이 이성적인 사람들은 수를 이용해 증명하기를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 그리고 방정식과 같이 정확한 계산으로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이들은 투자와 같은 경제현상도 같은 방식으로 이해한다. 이들처럼 경제현상을 계량적으로 접근하는 또 다른 집단이 있다. 바로 경제전문가인 경제학자들이다.

경제학자들은 경제적 현상을 수와 식으로 모두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시도했다. 그래서 기존 원리로 설명이 안 되면 새로운 지표를 개발해가며 꾸준히 계량적인 설명을 강화해갔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투자를 잘 할까? 아이러니하게도 노벨상을 탄 경제학자 어빙 피셔나 현대 경제학의 주요 이론가인 존 게인즈는 실제 투자에서 실패했다.

1980년대 미 항공우주국(NASA)의 기능 축소로 우수한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이 월가에 진입했다. 이들은 고등수학을 활용해 거래의 작은 허점을 이용하는 차익거래를 포착하는 함수를 만들어냈다.

또 사람의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민감한 변수들을 계량화했다.
 
사람의 욕망을 포함한 모든 경제현상을 계량화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줬다. 하지만 2007년 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이들의 환상은 무너졌다.

왜 경제현상은 계량화가 안 되는 것일까. 계량적으로 예측이 가능한 기간이 80%라면 나머지 20%는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투자에서 차이를 만드는 것, 즉 똑같은 자산이라도 그 차이가 벌어지거나 좁혀지는 것은 어떤 계량적 잣대로도 설명이나 예측이 어려운 20% 기간으로 좌우된다.

이 20%를 설명하고자 경제학자들은 새 방정식을 만들려 하고, 전문직 종사자들은 지식이나 정보 부족을 탓해 왔다.
 
하지만 투자를 잘 하려면 사람이 투자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사람이 하는 행위에 비합리적인 특성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사람이 다치고 넘어지는 모습의 동영상을 보고도 사람이 다쳤을 것이라는 걱정보다는 상황이 주는 재미로 먼저 웃기부터 하는 것이 사람이다.

또 투자에서 자신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을 줄여야 한다. 공부를 잘 했다고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똑똑하다고 투자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주식투자는 고도의 지적행위가 아니고 고도의 감각적 행위다.

따라서 계량과 검증가능한 정보만 다루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럼 이성적인 사람은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할까.
 
우선 투자 전문가를 믿고 맡기는 것이 좋다. 자신이 한 분야의 전문가인 것처럼 투자 분야의 전문가를 믿어야 한다.
 
하지만 투자 전문가라 하더라도 개인의 상황을 모두 고려할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어느 정도 투자에 대한 안목과 원칙을 갖춰야 한다.

그런 뒤 돌발적 위험에서도 항상 안전하게 자산을 분산해서 관리하면 된다. 이때 각 자산의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특정자산이 올랐을 때 이익을 실현해야 하는 것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이것만 잘하면 분산투자를 하면서도 좋은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

누군가 아무리 좋은 정보라며 알려주더라도 그 정보가 미래를 담보하진 못한다. 재테크와 투자에 대한 결과는 모두 개인의 책임이다. 하지만 경제현상과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투자에 나선다면 분명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도움말 : 박경철 경제평론가

글 : 박응서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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