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악필 교정 본문
'키보드의 저주' 한글 악필 스트레스 | |||||||||
"서류작성때 창피" 뒤늦게 학원서 받아쓰기 IT 교육환경 변화도 글씨 안쓰는 세대 키워 | |||||||||
인류가 동굴 벽에 상형문자를 쓸 때부터 글씨는 '쓰는' 것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글쓰기는 '치는' 행위가 돼버렸다.
컴퓨터 화면이 종이를 대신하고 키보드가 연필을 대신하면서부터다. 그래서 점점 사람들은 '글씨 쓰는 법'을 잊어가고 있다.
7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예쁜글씨' 강의실. 열 명 남짓한 이들이 받아쓰기에 열중하고 있다. 못난 글씨체를 교정받기 위해 찾은 30ㆍ40대들이다. "기역 니은 시옷 이응 네 글자만 제대로 쓰면 누구나 글씨를 잘 쓸 수 있습니다." 강사의 말에 여기저기서 "에이, 그걸 몰라서 우리 글씨가 이렇게 괴발개발일까" 하는 야유가 터진다.
열심히 받아쓰던 주부 박연자 씨(43)는 "아이들에게 볼품없는 글씨를 보여줄 때마다 부끄러워 악필을 고쳐 보려고 왔다"며 멋쩍은 듯 웃었다. 많은 업무가 컴퓨터로 대체되면서 '악필'이 흠 안되는 세상이 왔다. 하지만 여전히 20ㆍ30대 직장인들 다수는 자신의 글씨를 부끄러워한다. 이 때문에 평생 시달린 악필에서 벗어나고자 뒤늦게 글씨 쓰기에 매달리는 성인이 늘고 있다. 학원에서 강의를 듣던 임춘석 씨(32)는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데 서류를 작성할 때마다 내 글씨를 상대방이 알아보지 못했을 때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예쁜글씨'의 이규택 원장은 "예전에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에는 각종 고시를 준비하는 20ㆍ30대와 직장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이들은 대개 회사생활에서 창피했던 경험을 털어놓는다"고 귀띔했다. 서점에서도 '연필로 쓰는 한글 악필 교정기억법' '예쁘게 한글 쓰기' 등의 책은 여전히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교보문고의 진영균 씨는 "최근 몇 년간 이런 교재를 찾는 직장인들의 발길이 유난히 늘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컴퓨터와 함께 '글씨 못쓰는 세대'를 키운 주범으로 교육을 꼽는다. 서울 홍익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선생님이 칠판 가득 필기를 하고, 아이들이 일제히 베끼는 모습은 거의 사라졌다"면서 "멀티미디어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주입식 교육을 탈피하려는 교육 방식의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연필 한 통 안 쓰는 학생들도 부지기수다. 필기구의 판매량을 보아도 이런 추세는 역력하다. 대표적인 국내 연필 제조업체 A사 연필 생산량은 10년 전에 비해 50% 이상 줄어들었다. 하지만 예쁜 글씨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못난 글씨로 이력서를 쓰다가 찢어버리고, 논술시험 답안지를 내기가 부끄러울 때 자각하게 된다. 5년째 논술고사를 채점해온 한 교수는 "입학본부에서는 글씨 때문에 불이익을 주지 말라고 하지만 너무 심한 악필의 경우 아무래도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글씨 쓰기 교습 학원이 방학이면 논술시험을 앞둔 학생들을 위한 강의로 특수를 누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고시생들도 시간을 쪼개 학원을 찾는다. 이 원장은 "고시준비생 중에 4년 동안 떨어져서 눈물을 흘리며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면서 "기막힌 악필이었지만 1년 동안 노력해서 결국 글씨를 교정하고 합격인사를 하러 왔다"고 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간다며 강의가 끝나자 발걸음을 재촉하던 한 직장인은 "왜 글씨 쓰기를 배우냐"는 질문에 짧은 답을 던졌다. "글씨는 그 사람의 얼굴이잖아요." [김슬기 기자 / 우제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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