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중요 무형문화재 문배주 본문
지난 일요일(2009년 1월 11일)은 경기도 청평에 사시는 장인어른의 생신날이었다.
약주를 정말 좋아하시는 분이시라 잔칫날엔 으례 술을 한병씩 사다 드리고 있는데, 장인어른은 아들, 사위들과 함께 담소하며 술병을 비우시는 것을 큰 낙이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말하자면 낙천적인 분이다.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그런가?
전에는 양주나 죽엽청주 같은 중국술을 사 드렸는데 요즘에는 생각이 바뀌어서 우리나라 고유의 명주를 골라 사드리고 있는 편이다.
그런데 장인어른이 술이라면 두주불사형(?)에 가까우신 탓에 장모님은 아주 술이라면 지긋지긋해 하시는 편이라 장인어른은 소주를 사다가 선반위에 숨겨놓고 장모님 몰래 드실 정도다.
오호 애재라.
아뭏든 이번에는 문배주를 사다드렸다. 지난번엔 안동소주, 이강주도 사다 드렸었고....
나는 딱 한잔마셨는데............흠..........나름 좋았다. 향이 은은하면서도 은근히 땅기는...........
안동소주나 고량주보다 덜 독하면서도 맑은 맛, 40도 인데도 마시고 난후 별로 독한 기분이 들지 않을 정도로 괜찮다는 생각..............
젠장 양주같은거 왜 먹나..............우리 술이 이렇게도 좋은데.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전통술에 대해 좀 아십니까?"라고 물으면 대개 알고 있는 몇가지 술을 읊어 보기 마련인데, 그 가운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중요무형문화재 86호 문배주이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은 민속주인 것이다.
문배주 기능보유자 이기춘씨(55)는 증조모 박씨, 조부 이병인옹, 부친 이경찬옹(93년 작 고)에 이어 4대째 문배주의 맥을 잇고 있다. 고려시대부터 대동강변의 주암산 샘물로 빚어 임금님께 진상하던 이 술은 이경찬옹이 6.25직후 월남하면서 서울술이 되었다.
그러나 그후 문배주가 넘어야 했던 고개는 험난했다. 미아리에 양조장을 마련했으나 1955년에 제정된 양곡관리법에 의해 곡주 제조가 금지돼 문화재로 지정되는 86년까지 30여년간 몰래 제주용 으로만 빚어야 했다.
지정된 이후에도 제조허가를 받기 위해 갖은 노력이 이어졌으며 90년 에 와서야 마침내 문배주를 상품화할 수 있었다. 지난 90년 북한의 연형묵 총리와 한국의 강영훈 총리가 회담하던 자리에서 문배주가 큰 인기를 얻었던 일화는 유명하며 이후 각종 회담의 만찬장이나 공식 파티석상에서 건배용으로 애용되어 왔다. 최근에는 2002년 월드컵 유치위원회에 문배주를 기증하기도 했다.
현재 김포에 마련된 제조장에서 4백ml 기준으로 하루 평균 5천병정도 생산해 내고 있는 데 그 수요는 날로 늘어나 "없어서 못 팔 정도". 미국, 일본, 홍콩등으로 수출도 활발하다.
"돈 벌자는 사업이 아닙니다. 우리 것을 지켜나간다는 긍지가 없이는 못 할 일이죠."라 며 전통문화 보전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이기춘씨는 다음 전수자에 대한 질문에 "아들이 대학에서 발효학을 전공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조법 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술을 만드는 나라들이 있다. 프랑스의 꼬냑, 영국의 위스키, 러시아 의 보드카...... 언젠가 '한국의 문배주'도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을 기대해 본다.
▲문배주에는 문배가 없다?
문배주를 문배로 담그는 과실주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과 다르다. 문배나무는 능금나 무과의 낙엽활엽교목으로 돌배나무의 일종. 문배주라는 이름은 그 향기에서 비롯된다. 은 은한 배꽃 향기는 알콜함량 40%나 되는 문배주에 부드러운 맛을 더해 준다.
실제로 문배주의 원료가 되는 것은 메조와 참수수. 메조로 고두밥을 지어 식힌 후 누룩 과 물을 섞어 약 5일간 발효시킨다. 다음에는 참수수로 고두밥을 지어 이틀에 걸쳐 조금 씩 더해 덧술을 안친다.
이때 술독 주변의 온도는 25℃를 유지시킨다. 10일이 지나면 소주 고리에 옮겨 소나무 장작불을 지펴 서서히 증류시킨다. 최소한 1년은 숙성시켜야 제맛이 나고 오래 둘 수록 맛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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