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무능한 정권, 고통받는 서민 본문
[객원논설위원칼럼] 다시 희망의 촛불을 생각한다 / 김상종 | |
객원논설위원칼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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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다는 위기, 천 곳 정도 되는 미국 지방은행의 파산, 추가적인 대형 금융기관의 몰락 등이 예고되면서 이로 말미암은 해일이 지구촌 곳곳을 덮친다. 우리에게 그 충격파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크고 깊다. 더 충격적인 것은 미국 정부도 감당하지 못해 결국 부도난 리먼브러더스를 불과 며칠 전까지 한국산업은행이 인수하려 했다는 사실이다.
국제 동향에 얼마나 무지한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 정부는 지금까지도 엉터리 환율정책으로 서민 가계와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태롭게 했던 터다.
이런 정부가 과연 세기적인 금융위기 상황을 제대로 헤쳐 나갈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국내정책이 내실을 다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내놓는 정책마다 양극화의 골을 더 깊게 파버린다. 가진 자에게 유리한 세제개편이나 부동산 정책, 알맹이 없는 중소기업 지원 대책에서 보듯 대다수 국민의 절박함을 이 정부는 외면해 왔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다수 국민이 장기화되는 고난의 세월을 버텨낼 희망의 싹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금융공황은 엄청난 변화를 압박하지만, 이에 대비한 중장기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정책의 일관성도 없어, 국민적 신뢰를 잃었다.
균형발전 정책을 유지한다면서 수도권 규제 완화를 추구하고, 녹색경제를 주장하며 10기의 핵발전소 추가 건설과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한다. 결국 남는 것은 틈만 나면 들이미는 대운하 건설, 새만금 개발, 새도시 건설 등 대규모 토목공사와 미분양 아파트 정부 구매 따위의 건설족 살리기 정책뿐이다.
정책을 결정하는 ‘강부자’ 그룹의 눈에는 연봉 1억2천만원짜리도 중산층인데, 평소 접할 기회도 없는 서민의 어려움과 아픔을 어떻게 이해할까. 결국 이들의 안중에는 없는 대다수 국민은 스스로 생존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일까.
<조선일보>는 파산 직전의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부추겼고, 경제지들은 폭락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도 주식투자를 권유한다. 종잣돈마저 털리기 십상이다.
서민들이 촛불집회가 던진 가능성을 되새기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각자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권익을 능동적으로 주장하게 되었다. 내공 있는 양심적인 전문가들의 분석과 평가가 ‘아고라 공론의 장’을 달구고, 각 개인은 주체적으로 떨쳐 일어났다.
정부가 동원한 ‘영혼 없는 전문가’들의 곡학아세가 역설적이게도 시민의 ‘영혼’을 일깨운 것이다. ‘촛불 메커니즘’의 이런 자발성이야말로 시민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것이다.
가뜩이나 목줄을 죄는 이 정권에서 경제까지 어려워지면 기존의 대규모 시민단체 중심의 활동은 더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따라서 이제는 소규모의 전문가 집단이 시민들의 사회문제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도와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시민운동이 전환돼야 한다. 촛불집회와 삼성중공업 기름오염 사고에서 우리는 폭넓은 시민들의 참여의식을 확인했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이나 ‘김광수경제연구소’와 같은 분야별 전문적 콘텐츠 제공자가 아직은 취약하다. 그 공백을 ‘아고라’에서는 내공 있는 여러 시민논객들이 메우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 사태에서도 ‘미네르바’라는 시민논객의 ‘사전 경고’는 시민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미네르바 효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아고라’는 새로운 시민운동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무능 정권 아래서 고통 받는 서민들에게 이들이야말로 희망의 싹이다.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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