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만화 '전략 삼국지' 60권을 다시 읽었다 본문
일본 최고의 만화가 요코야마 미쓰테루가 지은 전략 삼국지 60권을 다시 읽었습니다.
지금은 30대인 아들놈이 초등학생 때 생일 선물로 사 줬던 기억이 나는군요. '항우와 유방' 21권과 함께.
무려 20여년이 지난 것 같습니다. 항우와 유방은 3번쯤 읽은 것 같고, 만화 삼국지도 이번에 3번째 독파하게 되었습니다.
책까지 치면 훨씬 더 많이 읽었죠. 삼국지의 고전인 월탄 박종화의 소설은 물론 황석영, 이문열을 비롯해 고우영의 삼국지 10권도 읽었습니다.
요코야마의 만화는 읽을 수록 재미있고 경이롭기 까지 합니다. 흥미 만점이라고 할까요, 읽을 때마다 새롭고 공부가 되죠.

제 방 한켠에 묵묵히 몇십년을 견뎌온 '만화 삼국지', '항우와 유방'
나중에 아들놈이 장가가면 그 때 같이 넘겨 주려고 합니다. 누구는 중고 싸이트에서 요코야마의 만화책이 상당히 인기가 있다고 내놓을 것을 권하지만 절대 No.

삼국지 1권, 맨 마지막 페이지입니다. 유비, 관우, 장비가 마침내 도원결의를 맺고 부하들을 규합하여 본격적으로 전쟁판에 등장하는 모습입니다.
어렸을 적에는 저 세사람이 무조건 최고인줄로만 알았죠. 그렇게 배웠습니다. 모든 책, 언론, 선생님들이 다 그렇게 만들고 가르쳤으니까요. 선(善)의 상징이라고 할까. 거의 신화적인 존재들.
반면에 위나라의 조조는 악(惡)의 화신으로 그려졌습니다. 간신, 간웅, 배신, 역적 등
삼국지는 오직 유비와 조조의 대립으로만 해석되었습니다. 그밖에 제갈량은 거의 신의 아들같은 존재였고요.

요코야마의 만화를 볼 때면 항상 경이롭습니다. 책 1권당 평균 250쪽이니 삼국지가 60권이면 무려 15,000쪽이나 되는 방대한 만화를 컴퓨터나 관련 기술이 일천할 당시에 거의 수작업으로 어찌 다 그려 낼 수 있었을까. 물론 수하 문하생들의 도움을 받았겠지만 대단하다는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요.

삼국지 60권의 마지막 장입니다. 유비의 아들 유선이 위나라에 항복하고 그냥 아무런 개념없이 무사태평하게 남은 여생을 지냈다는 말로 끝을 맺습니다.
아버지 유비의 피를 이어 받았을 법도 하건만 그 어떤 야심도, 의지도 없이 그저 일신의 영달에만 눈이 어두워 평생을 살았다는 것이죠.
'애비만한 아들이 없다'는 말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한말이겠죠.
만화 삼국지를 다시 읽은 이유는 지난번 계엄 사태 이후 임진왜란을 다룬 김성한의 7년 전쟁을 읽고 우연히 중국의 지도자에 대한 관심이 일었기 때문입니다.
소설은 나관중의 삼국지 연의를 거의 그대로 옮겨 그린 수준입니다. 인물에 대한 재해석 같은 것은 없다고 봐야죠.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유비와 조조의 지도자상에 대해서는 곰씹어 보면서 읽었습니다.
유비는 말하자면 옛날 공자와 맹자 시대여서 그에 걸맞은 지도자상으로 소설에 그려진 것입니다. 반면에 조조는 유비와 대척점에 있는 지도자로서 그에 맞도록 나쁘게 그려진 것이구요.
유비는 솔직히 말해서 문약한 지도자였죠. 물론 나름대로 많은 지식과 훌륭한 성품을 갖춰서 주변에 많은 부하들이 모이고 백성들이 따르기도 했으나 중국이라는 큰 나라를 통일하여 끌어 가는 데에는 부족한 인물이었습니다.
운이 좋아 제갈량, 관우, 장비, 조자룡같은 걸출한 부하들의 도움이 있어서 그나마 촉나라를 세우고 위나라와 대적했던거죠.
공자와 맹자의 주자학과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 세상의 전부였던 시절이었으니 당연히 유비같은 인물이 훌륭한 리더로 그려졌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반면에 조조는 소설에서는 간웅으로 등장하지만 오늘날에는 난세에 등장한 걸출한 영웅으로 재평가받고 있습니다.
비록 조조의 생전에 천하통일은 달성하지 못했으나 부하를 다루는 용인술,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지략, 백성의 삶과 나라 경제를 흥하게 하는 둔전제 등의 좋은 정책 등을 펼쳐서 자식인 조비가 천하통일을 이루는 기반을 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조조가 지나치게 잔혹하고 비정하다는 비난도 하지만 그것은 사소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조조에 대해 가장 감탄한 부분이 있습니다. 조조의 진중에 있던 관우가 같이 일하자는 조조의 간청, 회유를 마다하고 원소군에 가담해 있는 유비를 찾아 떠나 가자 조조의 신하들이 관우를 즉시 추격해서 죽여야 한다고 주장하죠.
그러자 조조는 "주군을 모시며 그 뜻을 잃지 않는 자는 천하의 의사(義士)이다."라며 만류했습니다. 관우의 인물됨을 알아 본 조조의 능력이었습니다. 영웅이 영웅을 알아본 결정적 사례 아니겠습니까.
삼국지를 읽으면서 국가의 지도자상에 대해 많은걸 생각했죠. 물론 삼국지의 배경이된 고대 한나라 시절과 지금은 세상이 너무 바뀌었지만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자상에 대해 많은 점을 시사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훌륭한 책과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정효 수원삼성 축구감독과 그릿(Grit) (1) | 2026.01.03 |
|---|---|
| 미국의 백만장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4) | 2025.07.24 |
| 경향신문 칼럼 '친중(親中)이라는 잠꼬대' (4) | 2025.06.09 |
| 세월부대인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0) | 2025.04.25 |
| 김성한의 역사소설 '7년 전쟁'과 만참(萬斬) (0) | 2025.04.0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