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운동보다 효과적 본문
'의자병'을 아시나요?
세계적 의료기관인 미국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이 2016년 발표한 연구논문은 "오래 앉으면 죽는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현대인의 비만, 당뇨병, 심장혈관질환, 암은 일정 부분 좌식생활의 영향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이 연구는 운동과 담을 쌓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관찰하면서 시작됐다. 운동하지 않으니까 대부분은 체중이 증가했는데 오히려 줄어든 사람도 있었다. 그 이유는 체중이 늘어난 사람보다 하루평균 2시간 이상 더 움직였기 때문이다.
연구를 진행한 제임스 레빈 박사는 하루 3~4시간 앉아 생활하면 담배 1갑 반(30개비)을 피우는 이상으로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로 논문을 마무리 했다. "인체는 걷고 서도록 설계돼 있다. 앉는 생활은 흡연보다 위험하고 에이즈보다 많은 사람을 사망하게 만든다. 우리는 앉아서 죽어가고 있다."
앉는 행동과 질병과의 관계에 관한 연구는 1950년대부터 시작됐다. 이후 의자중독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더 마시려고 하는 것처럼 의자중독은 계속 앉으려는 욕구를 말한다. 꾸준히 연구한 결과 앉는 생활습관은 중독 정도가 아니라 병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른바 의자병(Sitting Disease)이다.
하루 7~8시간 앉아 생활하면 '의자병' 발병 위험
세계보건기구(WHO)는 2002년 오랜 좌식생활이 비만, 당뇨, 심장혈관질환 등 여러 질병을 유발한다며 이를 의자병으로 명명하였다. 의자병은 의학적인 진단명은 아니지만 생활습관과 대사증후군의 관계를 설멸할 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일반적으로 하루 7~8시간 앉아 생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병을 통칭한다.
2017년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국민의 56.6%는 하루평균 8시간 이상을 앉아서 생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12시간 앉아 있는 사람은 21%였다. 많은 가정에서 저녁식사 후 가족이 모여 앉아 TV를 시청한다. 이 때 우리몸에서는 급격히 오르는 혈당을 조정하기 위해 인슐린이 과하게 분비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혈당조절 기능이 망가진다. WHO는 2002년 앉아있는 생활습관이 당뇨위험을 2배 높인다고 발표했다. 전체 당뇨의 27%가 신체활동 부족이라는 2009년 연구결과도 있다. 2016년 당뇨병 학술지엔 1시간 앉아 있을 때 당뇨위험이 5배 높아진다는 연구논문도 실렸다.
인류의 사망원인 4위는 신체활동 부족
미국 스포츠과학운동의학회(ACSM)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하루 8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은 심장혈관질환 위험이 200% 증가한다. WHO는 2009년 세계건강위험보고서에서 신체활동이 대장암, 유방암의 21~25%를 예방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국립보건원 산하 관절염, 근골격, 피부질환 국립연구소는 2015년 하루 6시간 이상 앉아있는 여성에겐 1년에 약 1%의 골밀도 손실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그 외에도 수많은 질병이 앉는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다.
심지어 사망위험도 높아진다. WHO는 2009년 인류의 사망원인 4위로 '신체활동 부족'을 지목했다. 신체활동이 부족해 사망하는 사람이 연간 320만 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사망위험이 커지는 만큼 기대수명도 줄어든다. 2012년 호주 퀸즐랜드 대학은 앉아서 1시간 이상 TV를 보면 기대수명이 22분씩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3분의 1(8시간)을 앉아서 생활하면 수명이 약 3시간 단축되는 셈이다.
왜 앉는 행동은 건강에 좋지 않을까? 앉는 순간 우리 몸은 거의 모든 기능을 멈추기 때문이다. 스튜어트 비들 교수(영국 러프버러 대학)는 "기본적으로 사람으의 몸은 앉아 있을 때 정지한다. 오래 앉아 있을수록 혈액순환이 나빠지고 호흡도 옅어지고 호르몬 분비도 잘 작동되지 않는다. 대사기능을 떨어뜨려 에너지를 아끼려는 작용이다. 움직일 때를 대비해 열에너지를 지방 형태로 축적해둔다"라고 설명한다.
무리한 운동 대신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 유리
건강을 유지하려면 운동하는 것보다는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게 여러 연구의 공통된 결론이다. 영국 레스터대학은 2012년 약 80만 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하루 24시간 중 50~70%를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은 당뇨와 심장혈관 질환이 2배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오래 앉아 생활하면 정기적으로 운동하더라도 발병위험이 낮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쯤되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명확해진다.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다면 최소한 앉아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서 있기만 해도 척추, 어깨, 목의 근육이 풀리고 복부, 엉덩이, 허벅지근육에 힘이 들어간다. 가볍게 산책만 해도 다리근육이 피를 짜 줘서 혈액순환도 좋아진다.
혈액순환이 잘 되면 뇌에 많은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돼 새로운 뇌신경이 생긴다. 1999년 네이처 유로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에서 신체활동은 판단, 결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전두엽)에 새로운 신경을 만드는 것으로 들어났다. 신체활동이 치매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혈당조절에도 좋다. 당뇨환자가 식사와 관계없이 매일 30분씩 걸을 때와 식사 5분 후 10분씩 걸을 때의 혈당을 비교한 뉴질랜드의 연구결과, 식사 5분 후 10분씩 걸을 때 혈당조절에 유리했다.
강희철 교수(세브란스 병원 가정의학과)는 "평일엔 운동하지 않다가 주말에 등산하러 다니는 사람이 많은데 등산이나 운동한 그 다음 날 소파에 앉아 퍼지거나 졸면 무리하게 움직인 것이다. 이런 생활을 반복하면 신체피로와 탈진 상태가 누적돼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 차라리 평소에 부지런리 움직이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한다.
평소 신체활동량 늘려 에너지 소비
굳이 강한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생활 속 신체활동량만 늘리면 의외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주축이 된 국민건강지식센터는 의사, 식품영양학자, 체육교육학자 등으로 팀을 꾸려 2014년과 2015년 직장인의 생활습관 바꾸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기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약 10주동안 2가지 신체활동을 늘리고 식습관을 개선했더니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A사의 직원 100명 중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이 26명에서 17명으로 줄었다. B사의 대사증후군 유병률도 28.7%에서 20.7%로 떨어졌다.
프로젝트에 참가한 한 직원은 "운동을 해도 뱃살은 줄지 않았는데 이번에 신체활동을 늘리고 식습관을 개선하면서 허리둘레가 1.7cm 줄었다"고 말했다. 조영민 교수(서울대병원 내분비과)는 "10주라는 단기간에 허리둘레가 1.4~3.1cm 줄었고 대사증후군 유병률도 8~9% 포인트 낮아졌다. 신체활동을 늘리고 식습관만 개선해도 80만~90만 명이 대사증후군에서 벗어난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이들이 실천한 신체활동은 NEAT(Non-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 비운동성활동 열 생성)이다. NEAT란 매일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따로 시간을 낼 수 없다면 평소 신체활동량을 늘려 에너지를 소비하는 방법이다.
NEAT를 실천하는 밥법은 쉽다. 일상에서 몸을 움직일 핑계거리를 찾으면 된다. 휴대전화로 통화할 때 마다 걸어다니면 된다. 휴지통, 물, 음료 등 필요한 물건은 되도록 책상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일어 선다. 가정에서 물건을 살 때도 인터넷 쇼핑보다 집 근처 마트를 이용한다. 엘리베이터 보다 계단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래 앉으면 죽는다"라고 주장한 레빈 박사는 "환경이나 직업을 바꾸지 않아도 일어나서 움직이는 시간을 2시간 늘릴 수 있다"라고 말한다. 하루에 2시간 덜 앉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 건강해진다.
<일상에서 신체활동 늘리는 방법>
ㅇ 물건을 살 때 인터넷 쇼핑보다 집 근처 마트를 이용한다.
ㅇ 컴퓨터 작업을 할 때 스탠딩 데스크를 이용한다.
ㅇ TV를 보면서 청소하거나 벽에 손을 잡고 팔굽혀펴기를 한다.
ㅇ 앉아서 일하더라도 이따금 일어선다.
ㅇ 가족과 함께 집밖으로 나가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한다.
ㅇ 양치질할 때 스쿼트(허벅지가 무릎과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섰다 하는 동작)를 한다.
ㅇ 버스를 이용할 때 한 정거장 미리 내려 걷는다.
<노진섭 / 시사저널 의학전문기자/ 공무원연금 2020.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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