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주구(走狗) 본문
[여적]주구(走狗)
영원한 권력은 없다. 권력은 권력에 밀리고, 새 정권이 들어서면 권력투쟁은 필연이다. 권력자는 침을 흘리고 있는 공신들을 다독인 후 눈을 들어 인재를 물색한다.
권력자는 누구나 ‘민심’을 사냥하려 한다. 공신들의 기세에 치여 변방에 머물며, 권력 주변을 맴돌던 무리들은 일제히 뛰어나간다. 그 모습이 사냥개와 비슷하다. 그들은 민심보다는 ‘권력자의 환심’을 잡아 바친다.
이 때쯤이면 변절자들이 속출한다. 자신의 경력은 물론 소신, 철학까지 권력자의 입맛에 맞춘다.
심지어 자신에게 녹을 먹여준 전 정권의 치적까지 오물더미에 쳐넣기도 한다. 그 대가로 벼슬을 얻는다. 변신의 변(辯)은 화려하다.
빨리 달려가 사냥감을 몰아오는 ‘주구’들이 이명박 정권에서는 유달리 많아 보인다.
요즘 쏟아지는 각종 선언이나 논평, 성명서에는 주구란 말이 거의 빠지지 않는다.
박명종 부산문화방송 PD가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세상 일은 변한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정권이 방송을 탐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사냥하는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다닌다.
그런데 앞에 가는 개는 달린다. 그래서 달릴 주, 개 구를 써서 주구(走狗)라고 한다. 권력의 주구가 돼 가지고 지금도 방송을 어떻게 하려는 인간들이 있다.”
방송의 날에 방송의 주구를 꾸짖자 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고 한다.
박 PD는 경향신문 기자에게 “바른 철학을 가르치고 법과 절차를 중시해야 할 언론학자들이 가르치는 것과 달리 KBS 이사나 방송통신심의위원 등의 직책을 맡아 언론자유를 탄압하고 방송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정권의 사냥개 노릇을 하고 있어 할 말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한 KBS사원행동은 사장 선임과 관련, 방송사에 공권력을 불러들인 유재천 이사장을 ‘이명박의 주구’라고 했다. 유재천, 한때는 그래도 학자였고, 그가 가르친 많은 사람들이 현역에 남아있을 텐데 주구란 말을 들으면서도 참 오래 버티고 있다.
제행무상, 세상은 변하지 않는 것이 없고 권력은 유한하거늘 그의 이름은 오래 듣는다.
사원들에게 둘러싸인 겁에 질린 70대 노인은 감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김택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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