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밀가루로 만드는 대구 불로막걸리 본문
어려운 시절, 입맛 당기는 캬~ '막걸리의 맛'
막걸리는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술이다. 가격이 싸니 서민들도 쉽게 찾을 수 있고, 누룩과 곡물을 이용해 발효시켜 만드니 보다 자연에 가깝다.
공장에서 화학적으로 만드는 소주와는 많이 다르다. 영양학적으로도 뛰어나고 고혈압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니 더할 나위가 없는 셈.
막걸리는 자연 발효를 통해 만들기 때문에 전국 각 지역마다 생산되며 맛도 조금씩 다르다. 때문에 막걸리도 와인처럼 맛을 감별하며 입맛에 따라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막걸리의 맛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맛 보지 않고 입에 맞는 막걸리를 찾아낼 수는 없을까.
◆막걸리? 원료와 유통기한을 따진다
이진우(38) 닥스클럽 대구지사장은 막걸리를 살 때면 늘 병 뒷면을 확인한다. 막걸리의 원료인 소맥분(밀가루)과 쌀의 배합 비율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쌀이 많이 섞일수록 단맛이 강해지고 가벼운 느낌이 들고, 밀가루가 많이 섞여있을수록 텁텁하면서도 무겁고 중독성이 강하다는 것. 그는 막걸리를 '와인'에 비유했다.
밀가루 비율이 높은 막걸리일수록 맛이 '드라이 와인' 같고, 쌀이 많이 섞여 있을수록 '스위트 와인'에 가깝다는 것.
와인 마니아였던 그가 막걸리에 빠져든 건 2년 전인 2007년 7월. "채식을 하면서 막걸리를 먹기 시작했어요. 막걸리는 안주로 채소를 먹기 쉽거든요.
아무래도 와인을 마시면 치즈나 고기 등 육류나 유제품을 곁들이게 되죠. 막걸리는 가격도 부담이 없고, 격식도 필요 없으며 와인처럼 마리아주(안주)의 궁합을 맞출 필요가 없어요.
" 부산의 생탁, 포천 이동막걸리, 서울 장수막걸리, 청도 동곡막걸리, 금산 추부막걸리 등 전국 각 지역의 막걸리도 두루 섭렵했다.
그 중에서도 그는 대구 불로막걸리를 최고로 쳤다. 부산의 생탁(밀가루 90%, 쌀 10%)은 상큼하고 청량감이 있지만 오래 마시면 질리는 편이고 금산 추부막걸리(소맥분 100%)는 밀가루의 비율이 높은데도 감미료인 아스파탐이 많이 들어 있어 단맛이 강하다는 것.
서울 장수막걸리나 포천 이동막걸리 등은 시원한 음료수처럼 싱겁지만 잘 넘어간다고.
그러나 전국 단위로 판매되는 막걸리는 찾지 않는다.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살균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살아있는 효모의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지사장은 "다른 지역 막걸리에 비해 대구는 막걸리가 단맛이 강하지 않은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최지우(36·여)씨는 원료 배합 비율보다는 유통기한을 더욱 따지는 편이다. 제품 출고일로부터 3일 된 막걸리가 가장 맛있다는 게 그녀의 지론. 제품으로 출고된 뒤에도 숙성이 계속되는데 3일째 되는 막걸리가 가장 숙성이 잘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동동주는 출고된 당일 제품을 더 선호한다. 최씨는 "1주일에 서너번은 막걸리를 마시는데 숙성이 잘 된 막걸리는 카푸치노 커피처럼 하얀 거품이 일어난다"고 했다.
타 지역에 갈 경우에도 동네 노인이나 택시 기사에게 맛있는 동네 막걸리 가게를 물어 찾아간다.
최씨는 "단맛이 적고 알싸한 막걸리를 선호하는데 직접 막걸리를 담그는 대구 앞산 인근 한 식당을 주로 찾는다"며 "집에서 직접 막걸리를 담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내 입맛에 맞는 막걸리 찾기
막걸리 병 뒷면에는 막걸리의 맛이 숨겨져 있다. 막걸리는 쌀이나 밀가루 등을 찐 다음 건조시켜 고두밥(지에밥)을 만든 뒤 효모와 효소, 물을 섞고 발효시킨 뒤 체에 걸러 떠낸다. 때문에 막걸리의 원료 배합 성분에 따라 맛을 가늠할 수 있다.
대부분 막걸리는 소맥분과 쌀이 10~40% 정도 비율로 섞여있지만 쌀과 소맥분으로만 만들어지는 막걸리도 있다.
대구 지역에서 많이 팔리는 불로막걸리는 밀가루로만 만들어진다.
전통 방식의 막걸리는 쌀을 사용했지만 1961년 정부의 주세법 시행령 개정과 1965년 '양곡관리법'으로 쌀 사용 전면 금지 이후 밀가루로만 만들었다.
이후 1990년 금지가 풀리고 쌀값이 떨어지면서 차츰 쌀 비중이 높아졌다. 쌀의 비율이 높을수록 술맛이 담백하고 '카랑카랑'해지며 단맛이 강해진다.
밀가루의 함량이 높으면 무겁고 구수하며 깊은 맛이 난다. 막걸리에 가미되는 첨가물도 맛을 좌우한다. 대부분 막걸리에는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이 들어간다. 부족한 단맛을 보충하고 맛을 내기 위해서다. 희석식 소주에 설탕보다 300배나 단 감미료인 스테비오사이드가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스파탐의 함유 비율에 따라 막걸리의 맛이 더 달아질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살균을 위해 제조 과정에서 젖산이 첨가되기도 한다.
원래 발효주는 와인처럼 도수가 10도를 넘는 게 정상이다. 막걸리 생산 단계에서도 마지막 단계인 '모레미'가 되면 도수는 13~14도가 된다. 여기에 물을 1대 1 비율로 섞어 도수를 떨어뜨린다.
금방 생산된 막걸리는 물과 알코올이 완전히 섞이지 않아 '물내'가 나기도 한다. 막걸리는 미생물을 이용해 자연발효시키기 때문에 제조장 인근의 공기와 기후, 물, 효모 등 다양한 환경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진다.
더구나 효모가 후발효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맛도 점점 시큼해진다. 반면 전국 단위로 팔려나가는 막걸리는 맛의 큰 변화가 없다. 열흘 정도인 유통기한을 1년으로 늘리기 위해 60℃에서 열처리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병맥주와 생맥주의 차이와 마찬가지.
효모가 살아있는 막걸리의 경우 공장 출고일부터 24~72시간까지 최고의 맛을 유지한다. 유통기한이 지나면 신맛이 강해지고 막걸리 고유의 향도 날아가버린다.
이종진 대구탁주협회장은 "공장 출고 직후 맛이 80% 정도라면 3일째되는 날 100%로 맛과 향이 최고조에 이른다"며 "밥에 뜸을 들이는 것과 같다"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사진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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