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택시세상

필리핀 택시손님과 '아낙(Anak)'

희망연속 2025. 6. 24. 00:16

며칠 전 초저녁 무렵이었습니다. 강남역에서 코리아나 호텔로 가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4명의 동남아인이 택시에 탔습니다. 아마 가족인 듯.
 
큰 소리로 ,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로 서로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필리핀 아세요?"하더라구요. 우리 말 몇마디를 배워서 써먹으려 하는구나 생각하고는 웃으며 답했죠. "Philippine helped us in the korean war. I remember" 서투른 영어로 몇마디 하자 매우 좋아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러다가 필리핀 국민 가수 프레디 아길라(Freddie Aguilar)가 얼마 전에 사망한 사실이 떠올라 프레디 아길라와 그의 노래 아낙(Anak)을 이야기했습니다. 굉장히 놀라더군요. 한국 택시기사로부터 자기네 전설적인 가수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듣게 되라라고는 예상 못했다는 것이겠죠.
 

아들로 보이는 젊은이가 스마트폰에서 아낙을 틀었고 가족 4명이 큰 소리로 함께 불렀습니다. 저 역시 음치이기는 하지만 화음을 맞춰졌죠. 그러고보니 금방 목적지에 도착해버렸죠.
 
택시 일을 하니까 이렇게 의미있는 일을 겪고는 합니다. 필리핀 택시손님 뿐만 아니라 저 역시도 매우 기뻤습니다.
 
아낙(Anak)
 

60이 넘은 연배에서는 아낙을 대부분 알고 있을겁니다. 워낙 유명한 노래니까요. 젊은이들도 많이 알 것 같구요.
 
아낙은 우리 말로 '자식, 아이'라는 뜻으로서 노래를 만들고 직접 부른 프레디 아길라의 자전적인 노래입니다.
 
아길라의 어린 시절, 아버지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자식이 변호사가 되기를 원했지만 아길라는 아버지의 뜻을 버리고 18세에 가출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거리 음악가가 되어 전국을 떠돌며 노래를 부르고 도박에 빠지기도 했는데요.
 
결국 나이가 들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1978년 그의 나이 26세에 아버지를 그리는 노래를 직접 작곡하여 불렀는데 그 노래가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한 것입니다.
 
그 후에 아길라는 필리핀 마르코스 독재정권에 항거하는데 앞장섰고, 그 때문에 그의 노래는 금지곡이 되었다가 마르코스가 하야하고 1986년에 다시 불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맹인 가수 이용복과 지금은 탤런트 정동환의 부인이 된 정윤선이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아길라는 그 이후에도 민중과 함께 호흡하며 좋은 노래를 많이 불러서 필리핀의 국민 가수, 전설적인 포크송 싱어로 불렸고, 아낙 재단을 설립하여 사회에 선한 영향을 많이 끼쳤다고 합니다.
 
1979년 제2회 서울 국제가요제는 물론 이후에도 여러차례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공연을 했습니다.
 
그러나 건강이 좋지않아 심장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지난 5월 27일에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긴 머리와 통기타, 감미로운 목소리로 7080세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프레디 아길라는 필리핀 빈민가의 애환을 노래하며 서민들의 삶에 깊이 공감했죠. '아낙' 외에도 'Magdalena', 'Kumusta Ka', 'Ipaglalaban Ko' 등 다수의 히트곡을 발표하며 필리핀 음악계에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Nu'ng isilang ka sa mundong ito
Laking tuwa ng magulang mo
At ang kamay nila,ang iyong ilaw
At ang nanay at tatay mo'y
'Di malaman ang gagawin
Minamasdan pati pagtulog mo.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엄마와 아빠는 꿈이 이루어지는걸 보았지
우리의 꿈이 실현된 것이며
우리의 기도에 대한 응답이었지

At sa gabi'y napupuyat
ang iyong nanay
Sa pagtimpla ng gatas mo
At sa umaga nama'y kalong
ka ng iyong amang
Tuwang-tuwa sa iyo.

넌 우리에겐 너무도 소중한 아이였지
네가 방긋 웃을 때마다 우린 기뻐했고
네가 울 때마다
우린 네곁을 떠나지 않았단다

Ngayon ng malaki ka na
Nais mo'y maging malaya
'Di man sila payag
walang magagawa
Ikaw nga ay biglang nagbago
Naging matigas ang iyong ulo
At ang payo nila'y sinuway mo.

아들아 넌 모르겠지
아무리 먼 길도 갈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너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을 위해서는
신에 맹세코 너를 끝까지 돌봐주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한다면 너를 위해서는
죽음도 마다하지 않을거라는 것을..

Di mo man lang inisip na
Ang kanilang ginagawa'y
para sa iyo
'Pagkat ang nais
mo'y masunod ang layaw mo
"Di mo sila pinapansin.

계절이 여러번 바뀌고
벌써 많은 세월이 흘러 지나갔구나
시간이 너무도 빨리 지나가 버린거지
이제 너도 어느새 다 자라버렸구나

Nagdaan pa ang mga araw
At ang landas mo'y naligaw
Ikaw ay nalulong sa
masamang bisyo
At ang una mong nilapitan
Ang iyong inang lumuluha
At ang tanong "Anak,
ba't ka nagkaganyan?"

그런데 무엇이 널 그렇게 변하게 했는지
넌 우리를 떠나고 싶어하는 것 같구나
큰소리로 네마음을 말해보렴
우리가 너에게 뭘 잘못했는지 말이야

At ang iyong mga mata'y biglang
lumuha ng di mo napapansin
Pagsisisi at sa isip
mo'y nalaman mong
Ikaw'y nagkamali.
Pagsisisi at sa isip
mo'y nalaman mong
Ikaw'y nagkamali.
Pagsisisi at sa isip
mo'y nalaman mong
Ikaw'y nagkamali.

그런 너는 어느새 나쁜 길로
접어 들고 말았구나
아들아 넌 지금 망설이고 있구나
무엇을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말이야
넌 너무도 외로운거야
네 옆엔 친구 하나 없는 거지
아들아 넌 지금 후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구나
우리가 너의 외로움을 덜어 주련다
네가 가야 하는 곳이 어디이든지
우리는 항상 문을 열고 너를 기다리고 있단다

( 가사 출처 - lyric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