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을 받지 않고 길손님만 태우는 택시기사
요즘 택시는 플랫폼 회사에 콜 수수료를 주고 가맹 기사로 활동하든지, 아니면 그냥 단순히 콜을 받아 영업하는 기사이든지 스마트폰 콜을 받지 않는 택시영업은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시대가 되버렸습니다.
전체 택시손님의 약 80% 정도가 콜을 불러 타고 있고, 나머지 20%는 아직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서 타고 있다고 추정됩니다.
그런데 택시기사 중에 콜 영업을 전혀 하지 않고 길손님만 태우는 택시기사가 아직 있다고 하더군요.
물론 콜을 받지 않고 길손님만 태우는 방식은 수입을 생각하면 상당히 비효율적이겠죠. 세상이 그렇게 변했잖습니까.
얼마 전에 산악회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에 일찍 일어나 지하철을 탔는데 시간을 맞추지 못해 중간에 내려서 택시를 탔습니다.
보기에 60대 중반쯤으로 단정한 모습의 택시기사였는데 저 역시 택시기사인지라 유심히 살폈더니 운전석 부근에 휴대폰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혹시 콜 영업 하지 않으세요? 하고 물었더니 껄껄껄 웃으며 하지 않는다고 말하더군요. 그냥 길손님만 태우고 있다는군요.
올해로 택시기사 8년째인데 처음 2년 동안은 콜을 받아 영업을 했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전부 탈퇴해 버리고 지금은 전혀 하지 않고 있으며, 오직 길빵으로만 영업을 하는 중이랍니다.
콜을 받고 손님에게 가면 늦게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요, 비좁은 골목길로 픽업하러 가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합니다. 콜을 받지 않은지 5년이 넘었는데 수입은 떨어졌어도 정신건강에 좋아서 앞으로도 콜영업은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새벽 6~7시경에 출근해서 약 10시간 영업하고 들어 가는 패턴으로 하루에 10~15만원을 벌고 있고, 다 공제하고도 월 250 이상의 수입은 되니까 불만이 없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휴대폰 콜 영업을 하지 않는 택시기사는 100명중에 1명 정도? 서울 개인택시 기사가 5만명이니 콜 영업하지 않는 기사는 500명 정도 될까 말까.
그렇지만 수입의 많고 적음을 떠나 스트레스를 덜 받고, 정신건강에 유리하다면 콜영업을 하지 않는 방식도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택시기사 대부분이 스마트폰에 눈 처박고 콜 받느라 정신이 빠져 있지만 위 택시기사처럼 단순한 방식으로 영업을 잘 하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궁즉통(窮即通)이라는 말이 있지요. 세상은 한쪽 면만 보면 안되고 양쪽 면을 다같이 봐야만 합니다. 세상은 결국 다 통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